꿈틀대는 기름값…“다음 주 2천원 넘지 않겠나” 근심 몰린 주유소

임재우 기자 2026. 3. 5. 16:3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5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주유소 앞에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의 한 주유소 앞이 기름을 채우려는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94원. 미국의 이란 공습의 여파로 이미 1900원대를 넘어선 인근 다른 주유소보다 100원 이상 저렴한 가격이었다. 줄 지어선 차량 사이에서 주유를 기다리던 승용차 운전자 박아무개(61)씨는 “기름값이 올랐다 보니 사람들이 싼 곳을 찾아다니는 것 같다”며 “(미국·이란) 전쟁 나고 처음 넣는 건데 언제 또 오를지 모르니 가득 넣었다”고 말했다.

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을 보면, 이날 전국 평균 리터당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45원 오른 1822원, 경유 가격은 82원 오른 1811원이다. 하지만 이날 한겨레가 둘러본 서울 중구 일대 주유소 5곳의 휘발유 가격은 1895원∼2299원에 이르렀다. 경유 가격 또한 1845원∼2169원으로 전쟁 전보다 300원 이상 올랐다. 기름값이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면서 비교적 저렴한 주유소로 운전자들이 몰린 것이다.

유가가 언제까지 오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기름을 가득 채우는 운전자들이 많았다. 운전자 진소영(37)씨는 “기름값이 10만4000원이 나왔는데 평소보다 10%는 더 나온 것 같다”면서도 “남편이 기름값이 더 오를지 모른다고 해서 풀로 채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운전자 박효원(31)씨 역시 “원래도 가득 채우는 편인데, 기름값이 언제 오를지 모르니까 기회가 있을 때 가득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가 생업에 직결되는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근심은 더 깊었다. 충남 당진에서 포항을 오가는 장거리 화물노동자 이용래(47)씨는 고속도로 휴게소 ‘알뜰 주유소’의 리터당 경윳값마저 1800원을 넘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화물노동자들은 통상 운임의 30∼40%가량을 유류비로 지출하기 때문에 유가에 따른 타격이 크다. 이씨는 “알뜰 휴게소가 가장 저렴한데 터무니없는 가격이었다. 다음 주면 2000원이 넘지 않겠냐”며 “이 기름값으로는 생활이 힘들다”고 말했다.

유가 급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화물운송 노동자들이 ‘위험한 운행’을 할 가능성도 커진다. 박연수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 기획실장은 “대다수의 화물노동자는 원가 비용이 얼마나 폭등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소득을 낼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일을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유가 폭등 우려로 노동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 과적·과로·과속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직 전쟁 여파로 인한 수급 부족이 현실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상 속 기름값부터 뛰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있긴 하지만, 국내 수급에는 아직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태인데 갑자기 소비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며 “지역, 유류종별로 ‘최고가격 지정’을 신속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