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렬택' 없어서 실망..롯데전이라 더 아쉽네요"

“제일 실망스러운 게, ‘졸렬택’을 아무도 안 했네요. ‘졸렬한 타격왕’ 이야기를 제가 항상 제 입으로 먼저 꺼내요. 제 방식대로 푸는 거거든요.”
프로야구 LG 선수들은 3일 잠실에서 열린 롯데와의 홈 경기에 박용택(43) KBS N 해설위원의 각종 별명을 유니폼 뒤에 이름 대신 달고 뛰었다. 이날 경기 전후로 열린 박용택의 은퇴식과 영구결번식을 기념한 것이다.
가장 유명한 ‘찬물택’(찬스 상황에 찬물을 뿌린다는 뜻)은 투수 이민호가 달았다. 그와 반대로 뜨거운 타격감을 뽐낼 때마다 나온 별명 ‘용암택’은 팀의 간판 타자 김현수가 착용했다. LG 주장 오지환은 ‘소녀택’을 달았다. 외야 수비를 볼 때 송구가 상대적으로 약했던 박용택을 두고 ‘소녀 어깨 같다’며 팬들이 붙인 별명이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취재진과 만난 박용택은 별명 유니폼 이야기가 나오자 대뜸 “졸렬택이 없어서 아쉽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가 2009년 타격왕을 차지했을 때 붙은, 그에겐 가장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오히려 먼저 스스로 찾은 것이다. 그의 쿨한 성격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박용택은 2009시즌 홍성흔(당시 롯데)과 시즌 마지막까지 타율 1위 경쟁을 펼쳤다. 롯데가 LG를 상대로 정규시즌 최종전을 치를 당시 홍성흔은 0.002 차이로 박용택을 추격하고 있었다. LG는 한 경기가 더 남아있었다.
그런데 박용택은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않으며 타율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리고 LG 투수는 홍성흔에게 연달아 볼넷을 내줬다. 홍성흔이 안타를 쳐 타율을 올릴 수 없게 일부러 볼만 던졌다는 의심을 샀다. 홍성흔은 5타석 1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타율 0.3709(426타수 158안타)로 시즌을 마감했다. 박용택은 다음날 LG의 최종전에 선발 출장해 5회까지 3타수 무안타에 그친 뒤 교체됐고, 타율 0.3717(452타수 168안타)로 타격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에 “LG와 박용택이 당당하게 경쟁을 펼치지 않고 타격왕을 차지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한 방송 뉴스에서 이를 다루며 “졸렬한 타율 관리”라고 제목을 달았고, 다른 방송사에선 “씁쓸한 타격왕”이란 자막을 내보내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다. 박용택에게 10년 넘게 졸렬이란 단어가 따라다니게 된 계기다.
시간이 흐른 뒤 박용택은 당시의 일에 대해 ‘떳떳하지 못했다’며 인정하고 사과했다. 2년 전 기자회견에선 “졸렬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봤다. 아주 정확하다. 그때의 나는 그랬다”고 했다.
또 졸렬택이란 별명을 자신이 먼저 언급하며 자학하곤 한다. 공교롭게도 그가 은퇴식과 영구결번식을 치른 경기도 롯데전이었다. 그는 은퇴식을 앞두고 “롯데전이니까 (졸렬택이 없는 것이) 더더욱 아쉽다”고 했다.

이날 별명 유니폼 제작은 박용택이 먼저 별명 리스트를 선정하고, 선수들이 그 중에서 직접 선택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졸렬택은 당초 박용택이 추린 후보에는 있었으나 선수들이 부담을 느껴 고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용택은 경기 후 열린 영구결번식에서 고별사 말미에 한 번 더 ‘졸렬’을 언급해 관중에게 웃음을 안겼다. 그는 3루 원정 응원석을 향해 서서 “아직 경기장에 남아 있는 롯데 팬이 있느냐”고 물은 뒤 말했다. “저, 그 순간 졸렬했을지 몰라도 진짜 졸렬한 사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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