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나스카' 말만 들어도 "와우~"… 최고 인기 이유 있었다

애틀랜타(미국)=박찬규 기자 2024. 9. 1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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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탄소 징검다리 바이오에탄올]⑨ 70년 이상 역사 'NASCAR'(전미스톡카경주대회) 참관...공식 연료도 바이오에탄올 혼합유 사용
8일 열린 나스카 플레이오프 첫 경기 장면. /사진=박찬규 기자
짜릿했다. 고막을 찢을 듯한 배기음, 빠른 경기 전개, 열광적 응원은 예상을 뒤엎었다. 그저 영상이나 게임 속에서 접한 'NASCAR'(나스카: National Association for Stock Car Auto Racing, 전미스톡카경주대회)를 실제로 보니 모든 게 달랐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환호할 이유가 충분했다.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애틀랜타 모터 스피드웨이'(Atlanta Motor Speedway, AMS)를 찾았다. 이날은 나스카 컵 대회 플레이오프 첫날이어서 평소보다 팬들의 더 큰 관심을 받았다.


모두의 축제, NASCAR…미군도 참여


경기장 주변엔 캠핑 카라반 전용 주차장이 여럿 마련됐다. /사진=박찬규 기자
나스카는 미국 최대 자동차 경주 대회이자 축제다. AMS 주변 주차장엔 수많은 차가 주차됐고 경기장과 이어지는 엄청난 규모의 캠핑존에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많은 캠핑카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경기장 관중석에서도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았다.

스톡카는 자동차 경주만을 위해 만들어진 차다. 같은 차체에 다른 카울(껍데기)만 씌운 형태다. 나스카 경주차는 전조등과 후미등 등 겉으로 드러난 부품은 전혀 없다. 사진으로 보면 일반 차와 같아 보이지만 실제론 모양만 낸 스티커다. 심지어 문짝도 없어서 드라이버는 창문으로 타고 내려야 한다.

안전을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경기의 흥미를 더하기 위함이다.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경기 중 몸싸움도 잦아진다. 물론 사고가 났을 때 수리비용도 줄일 수 있다.
반려동물들의 묘기를 겨루는 대회도 열려 많은 관심을 모았다. /사진=박찬규 기자
미 공군은 젊은 층이 모이는 대회 특성을 활용, 실제 사용하는 장비를 전시하고 기념품도 나눠줬다. 입대 서류도 놓여 있어서 현장에서 즉시 작성 가능하다. /사진=박찬규 기자
NASCAR에는 3개의 내셔널 시리즈가 있다. 그중 나스카의 최상위 대회는 나스카 컵 시리즈(프리미어 시리즈)로 이날 관람한 경주다. 트랙에서는 쉐보레, 포드, 토요타가 참가하는데 제조사 부문 경쟁도 뜨겁다.

현재 사용하는 경주차는 2022년부터 새로 도입됐다. 에어로다이내믹과 파워트레인 특성을 개선하고 새로운 디자인의 카울을 입었다.

나스카 컵 시리즈는 미국 전역의 짧은 트랙, 중간 트랙, 슈퍼스피드웨이, 로드 코스에서 경주를 개최하는데 지난해는 시카고에서 도심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16명의 드라이버가 탈락 라운드를 거쳐 12명→8명→4명의 챔피언십 4로 좁혀진다. 최종 레이스에서 챔피언십 4 드라이버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사람이 챔피언이 된다.
가족 단위 관람객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진=박찬규 기자
나스카는 2017년부터 '스테이지' 개념을 도입, 관중들의 지루함을 덜었다. 8일 열린 대회 참가 선수들은 2.478km의 원형 서킷(오벌트랙)을 266바퀴(랩)를 돌아야 했다. 이날은 400마일(약 643km)을 달리는 경주로 진행됐다.

하위 시리즈는 주요 스폰서 중 하나인 '엑스피니티'(xfinity)의 이름을 딴 '엑스피니티 시리즈'가 있다. 나스카 컵 시리즈의 유망주를 발굴하면서 대회 볼거리를 풍성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경기는 컵 대회 전날 개최된다.

남녀노소가 함께 즐기는 이벤트여서 코카콜라, 부쉬맥주, 월마트, 엑스피니티 등 생활과 밀접한 브랜드들이 적극 참여한다. 경기장 밖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진행돼 볼거리를 더했다.


지루할 틈 없는 숨 막히는 경주


경기 중반엔 2위 경쟁이 치열했다. /사진=박찬규 기자
화면만 보면 속도가 느리고 그저 트랙 위를 뱅글뱅글 도는 것으로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선수와 팀의 치밀한 전략에 따른 고도의 신경전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순위 변화로 경기 박진감이 상당하다.

선수들은 평균 시속 200km 이상으로 서킷을 질주한다. AMS 한 바퀴를 도는 데는 30초 남짓 걸린다. 경주차 상태(팀 데이터센터에서는 각 경주차별 엔진, 변속기, 타이어 상태가 실시간으로 집계된다)와 경기 상황(사고 등으로 페이스카가 트랙에 올라오면 모든 경주차는 추월 금지)을 고려해 전략을 펼친다.

같은 규격의 레이스카로 진행되는 경기다 보니 드라이버의 실력과 팀 전술이 어우러져야 순위를 올릴 수 있다. 페이스가 가장 빠른 건 경기 초반 스타트 때와 마지막 바퀴를 앞뒀을 때다. 이날은 최고시속 288km를 기록했다. 타이어를 교체한 뒤엔 전반적으로 경주 페이스가 올라간다.
주유소 업체 수노코가 경기 중 사용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 /사진=박찬규 기자
놀라운 성능을 내는 스톡카 연료는 E15다. 에탄올 15%를 섞은 휘발유를 연료로 쓴다. /사진=박찬규 기자
이처럼 엄청난 성능을 발휘하는 경주차의 연료는 바이오에탄올 15%를 휘발유에 섞은 'E15'를 쓴다. 오일 스폰서는 미국의 주유소, 물류 사업 등을 하는 '수노코'로 2010년 이후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 프로농구(NBA)의 레전드 '마이클 조던'과 데이토나 500 대회에서 3회나 우승한 '데니 해밀린'이 함께 운영하는 팀 '23XI'(트웬티스리일레븐)도 관심이 많다. 23번은 마이클 조던의 백넘버, 11은 해밀린의 엔트리 넘버다. 이 팀의 드라이버 테일러 레딕의 번호도 45번이다.
나스카는 매우 박진감이 넘쳤고, 즐길거리가 풍성했다./사진=박찬규 기자
이날 현장에서 만난 오스틴 딜런(RCR팀, 엔트리 넘버 3) 드라이버는 "우리는 에탄올을 쓴 연료로 수백만마일을 주행했다"며 "현재 E15지만 E35까지 혼합연료를 더 쓰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옥탄가가 높아서 차가 최적 성능을 내도록 돕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중 큰 사고도 여럿 있었는데 시즌 랭킹 1위 카일 라슨(핸드릭 모터스포츠, Hendrick Motorsports 소속, 엔트리 넘버 5)은 첫번째 스테이지의 마지막 랩에서 3위를 유지하다가 갑자기 휘청이더니 바깥쪽 벽에 충돌했다. 당시 라슨은 "타이어가 터졌는지 모르겠다"고 무전했다. 사고로 화재가 나며 잠시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애틀랜타(미국)=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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