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을 걷는다는 건 단순한 운동 그 이상이다. 역사의 숨결을 따라 걷는다는 것. 바로 그런 매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수원화성이 그 주인공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 아름다운 성곽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선, ‘걸으면서 힐링하고 배우는 산책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정조대왕의 효심이 깃든 이 성은 1794년부터 2년 반 동안 축성되어, 지금도 당당하게 도시 한가운데를 감싸고 있다.

걷기 좋은, 너무나 걷기 좋은 길
수원화성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걷기 좋은 길’이다. 성 안과 밖, 성 위 모두가 산책로로 잘 정비되어 있어 걷는 것 자체가 하나의 즐거움이 된다.
평탄한 길과 나무 데크, 계단이 적절히 섞여 있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부담 없는 코스로 인기가 높다.

팔달문부터 시작해 화서문, 장안문, 창룡문 등 4대문을 따라 돌다 보면 성곽 위를 걷는 것만으로도 약 6km 정도 소요된다.
중간중간 전망대처럼 뻥 뚫린 시야가 펼쳐지는 지점이 있어, 성곽 위에서 바라보는 수원 시내의 전경은 감탄을 자아낸다.특히 팔달산 정상에 오르면 수원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저 멀리 통탄의 고층 빌딩까지 눈에 들어오는 이 곳은 야경 명소로도 유명하다. 해가 진 뒤 성벽을 따라 조명이 켜지면, 낮과는 또 다른 낭만이 펼쳐진다.
카페와 브런치, 그리고 여유

성곽 자체도 아름답지만, 주변에 위치한 행궁동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즐길 거리다. 개성 넘치는 카페와 소품샵, 브런치 맛집들이 골목골목 숨어 있어, 성곽을 한 바퀴 돌고 나면 근처에서 여유로운 티타임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걷는 동안 내내 풀 내음과 새소리가 어우러지고, 햇살은 성벽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리고 그 끝에는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브런치 한 접시가 기다리고 있다.
반나절로는 부족하고, 하루 종일 머물고 싶은 이유다.

수원화성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다. 걸음마다 느껴지는 조선의 품격, 정조의 철학, 자연과 도시가 함께 어우러진 그 길. 도심 속에서 하루쯤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수원화성은 최고의 선택이 되어줄 것이다.
역사는 어렵지 않다. 눈으로 보고, 걸으며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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