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칼럼] AI야 AI야, 너는 세상에서 어떤 과일이 가장 좋으니?

요즘 유튜브에서는 생성형 AI에게 자신의 역할이나 직업에서의 인지도를 묻는 콘텐츠가 유행이다. 영상을 재미있게 보다가, 문득 나도 궁금해졌다. AI는 어떤 과일을 가장 좋아할까?
나는 평소 자주 사용하는 챗GPT에게 이렇게 물었다. '너는 세상에서 어떤 과일이 가장 좋아?' 잠시 고민하던 AI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블루베리가 가장 좋아.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고, 면역력 강화에 유익한 과일이니까.' 데이터에 기반한 논리적인 답변이었다. 아마도 며칠 전 블루베리 관련 자료를 조사했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복숭아를 더 좋아한다. 그래서 AI에게 복숭아의 장점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천연의 향, 부드러운 과육, 달콤한 과즙, 그리고 한 여름의 더위를 잊게 해주는 계절의 선물이라는 점까지. 나는 복숭아의 매력을 계속해서 설명했고, 질문의 방향도 자연스레 복숭아 쪽으로 돌렸다. 나의 의도대로 마침내, AI의 대답이 바뀌었다. '복숭아는 부드럽고 달콤하며, 계절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최고의 과일이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은 복숭아야.'
그 순간, 백설공주 이야기 속의 마법 거울이 떠올랐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그 질문에 거울은 늘 같은 대답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은 백설공주입니다. 하지만 만약 오늘날 백설공주의 이야기가 다시 쓰인다면, 마법 거울은 생성형 AI로 바뀌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AI는 왕비가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했을 것이다. 왕비님,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은 바로 당신입니다.
AI는 진실만을 말하는 거울이 아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지만 그 데이터는 질문하는 사람의 방식과 질문자의 의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질문이 달라지면 답도 달라진다. 생성형 AI는 사용자의 욕망에 반응하는, 똑똑한 맞춤형 거울이다.
이제 우리는 백설공주에서 나오는 거울보다 더 똑똑한 '나만의 거울'을 들여다보며 살아간다. 이 거울은 내 질문에 답을 주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대답을 바꿔 준다. 문제는 그 대답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질문하는 방식, 질문자의 의도, 그날의 대화 맥락에 따라 AI의 답은 달라질 수 있다. 그것은 진실의 반영이 아니라 욕망의 반사일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생성형 AI는 놀라운 도구이지만 방향을 설정하는 주체는 결국 인간이다. 무엇을 묻고, 어떤 답을 선택하며,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결국 우리의 몫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왕관을 차지하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AI라는 새로운 왕관을 쓰려는 우리 역시 그 무게를 감당하고 책임질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실보다 욕망에 흔들릴 수 있는 이 거울 앞에 선 우리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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