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 '해약환급금' 준비에 발목…현대해상, 23년 연속 배당 깨질 판

조회 762024. 12. 24.
서울 종로구 현대해상 사옥 /사진 제공=현대해상

현대해상이 지난해까지 22년 연속 달성한 배당 기록이 올해 깨질 것으로 보인다. 신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따라 운용 중인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와 관련한 적립액이 4조원 이상 불어나면서 배당 여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소비자가 중도에 계약을 해지할 경우를 대비해 보험사가 쌓아두는 돈을 의미한다. IFRS17에서는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해 부채가 줄고, 해약환급금이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시가평가한 보험부채가 원가부채 기준의 해약환급금보다 적으면 부족액만큼을 준비금으로 적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4일 현대해상 공시에 따르면 3분기 기준 현대해상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은 4조431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3조4224억원) 대비 1조원 이상 증가했다.

배당은 순자산에서 자본금, 미실현이익 및 해약환급금준비금 등을 차감하고 남은 금액 한도에서 할 수 있다. 즉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늘면 그만큼 배당 가능액이 줄게 된다. 현대해상이 3분기까지 누적 1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나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결산 배당이 쉽지 않은 이유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신계약 체결이 많아지며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그만큼 지급해야 할 사업비 등도 덩달아 늘었다"며 "이는 업계 공통적으로 해약환급금준비금의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보험 업계는 이 같은 현상을 놓고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조~4조원에 이르는 준비금 부담으로 재무건전성이 뛰어난 보험사라도 주주환원 정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해에도 업계는 역대 최대 이익을 달성했지만 전 보험사의 배당성향은 도리어 감소했다. 이 때문에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보험사의 해약환급금준비금 합산액은 38조5000억원 규모로 지난해 말보다 약 6조원 증가했다. IFRS17 도입 이전인 2022년(약 23조원)과 비교했을 때는 거의 15조원 이상 급증했다. 3분기 말 기준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도 전년동기 대비 각각 1조3000억원, 1조4000억원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계약자 보호 등을 위해 일정액 이상의 준비금 적립은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많다"며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건전성 지표 유지를 위해 굳이 지급하지 않아도 될 이자비용을 내며 자본성 증권을 발행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당국 은 지난 10월 '해약환급금준비금 개선 방안'을 보험개혁회의 과제로 포함했다. 회의에서는 준비금 적립액을 기존 대비 완화하는 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규제 완화 수혜 대상 보험사가 극히 소수에 불과해 실효성 논란을 빚었다.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이 200% 이상이면서 상장한 보험사는 생명·손해보험 업계를 통틀어 삼성화재, DB손보 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책 혼선이 빚어지면서 현대해상 주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증권가 역시 배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목표가를 낮추자 연중 신저가를 경신하는 등 주가 하락이 이어졌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태에 반발한 의사들이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를 대거 이탈한 여파로 실손보험 개혁이 중단된 점도 실손보험 보유 고객이 가장 많은 현대해상에는 악재다.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현재의 회계 관련 제도 개정 방향성에 큰 변화가 없으면 현대해상은 내년 이후에도 2~3년간 배당 재개가 어려울 것"이라며 "금리 상승이나 실손보험료 인상 등 최소 한 가지 이상의 개선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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