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조서형 "한식 셰프 도전하는 젊은이들이여! 이모님될까 두려워 말라" [인터뷰M]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9일(수) 넷플릭스 TOP 10 웹사이트(top10.netflix.com)에 따르면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지난 9월 30일(월)부터 10월 6일(일)까지 4,000,000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했다. 대한민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4개국 1위를 포함, 총 18개국 TOP 10에 오르며 열풍을 이어갔다. 이는 지난 9월 17일 공개 이후 3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 기록이다. 넷플릭스 코리아 예능이 3주 연속 글로벌 1위를 한 것은 최초다.
29살의 젊은 여성이 여러 개의 사업체를 거느리고 있다. 패션업도 한다는 둥, '을지로 보석' 말고도 여러 개의 매장이 있다는 둥, 인터넷상에 검색되는 그의 프로필은 29살에 이뤄냈다고 믿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조서형의 '장사천재'라는 닉네임이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궁금했다.
조서형은 "의류 브랜드를 6년 정도 했었다. 그 브랜드를 팔고 나와 음식점을 차렸고 지금은 3개 정도 운영 중이지만 곧 반찬 배송 브랜드도 오픈 예정이고 고깃집도 내년에 오픈 예정이다. '흑백요리사'를 촬영할 때만 하더라도 28살이었는데 지금은 29살이다"라며 자신의 프로필을 정리했다.
그녀가 언급한 내용을 역으로 계산만 해도 20대 초반부터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경력은 여전히 놀랍다. "엄마가 의류 사업을 하셨다. 엄마가 너무 바쁘셔서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았기에 제가 어려서부터 언니와 남동생의 밥을 챙겼다. 초등학교 4~5학년때부터 식구들 밥 차리는 게 너무 재미있다고 여겨졌다. 중학교 1학년때부터 남들 영어, 수학 학원 다닐 때 나는 요리 학원을 다녔다. 중학교 2학년때는 온갖 요리 자격증을 따러 다녔고 중학교 3학년때는 약 80군데의 전국의 향토 음식 대회를 다니며 상을 휩쓸었다."며 떡잎부터 남달랐던 요리 인생사를 풀어갔다.
남들이 학원에 다니며 친구들과 친목을 다질 시간에 조서형은 전국을 다니며 모텔에서 프랩을 하고 요리대회를 나가 금메달과 상금을 모으는 재미를 즐겼다니. 그는 "공부에 큰 흥미도 없었지만 학교를 아예 관두고 주방에 들어가 빨리 일을 배워 유학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주방에서 요리한다고 하면 요리사가 아닌 주방 이모님이 되는 거라 여겨지던 시대였다. 그래서 모든 집안사람들이 다 말렸었다. 엄마가 학교만 그만두지 않는다면 계속 요리를 하게 해 주겠다고 하셔서 요리 대회도 다녔고, 서울에 있는 대학도 합격하고, 나름 대회 상금으로 유학비도 약간은 모았었다. 그런데도 엄마가 유학을 안 보내주셔서 결국 19살부터 호텔에서 설거지부터 일을 시작했다."며 유학파 셰프를 꿈꿨던 자신이 설거지부터 시작한 장사꾼이 된 사연을 공개했다.
구김 없는 표정과 외모, 분위기 때문에 전혀 상상도 못 했지만 조서형은 바닥부터 아주 차근히 밟고 자신을 채근하며 젊은 사장이 된 케이스였다. "호텔이건 고급 레스토랑이건 주방에 요리하는 여자는 정말 드물던 시절이었다. 엄청 튼튼한 체질인데도 악조건을 이겨보려고 억지로 애쓰다가 체력에 무리가 왔고 그런 경험을 하고 보니 요리할 때 행복했던 기억이 안 좋은 기억으로 변할 것 같더라. 그래서 잠시 요리를 접고 엄마처럼 옷 장사를 시작했다. 그 사업이 장사천재답게 대박이 나서 좋은 분께 잘 넘기고, 요리를 포기할 수 없어서 24살에 차린게 '을지로 보석'이었다. 그때가 정말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장님 소리 들으면서 사는 게 진짜 행복하더라. 대단하진 않지만 정말 열심히 살았다."라며 짧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자신의 시간을 돌아봤다.
전혀 고생한 티가 나지 않는다는 말에 조서형은 "어디 가서 고생한 티 내지 말자가 삶의 목표다. 어디 가서 이야기 안 했는데, 자꾸 이야기하면 요리사라는 직업이 너무 고생만 하는 직업같이 보이지 않겠나. 요리가 좋다면 고생마저도 괜찮아질 만큼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러니 버티면서 올라오면 충분히 제가 즐기는 행복을 누구나 누릴 수 있다.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행복해질 수 있는 너무 매력적인 직업이 요리사다. '내가 근래 먹은 것 중에 제일 맛있어요' '이마를 탁 치면서 먹었어요' 이런 말 한마디가 하루의 노고를 씻겨내려 주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칭찬을 갈망하는 여성 셰프들이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며 직업의 매력을 언급했다.
어려서부터 요리에 진심이었던 조서형은 "처음과 그 열정이 동일하지는 않았다. 저도 장사꾼이 되고 나니 요리하는 열정과 마음가짐이 예전보다 많이 줄기도 했고 미술랭 스타 셰프나 유학파 셰프들에 대한 좌절감도 많이 가졌다. 그런데 '흑백요리사' 때문에 내가 처음 요리했던 그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게 됐다. 처음의 마음가짐이 자꾸 생각나서 요즘은 요리할 때 약간 울컥하기도 하고 다시 행복해지고 있다."며 '흑백요리사'의 출연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이야기했다.
조서형은 한식 요리사를 꿈꾸는 미래의 셰프들에게도 메시지를 남겼다. "예전 한식과 지금 한식은 많이 달라졌다. 10년 전 제가 한식을 배울 때만 하더라도 닭볶음탕 위에 깻잎만 올려도 퓨전 한식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한식의 재창조 시기가 온 것 같다. 예전 한식이 막을 내리고 더 좋은 한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한식의 유연함은 여자 셰프들이 정말 잘 해낼 수 있는 장르다. 많은 젊은이들이 이모님이 되는 게 두려워 한식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한식도 셰프로 60대 70대까지 대가로 성장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걸 젊은 친구들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라며 한식으로 세계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유명 셰프가 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사업수완도, 철학도 천재가 분명해 보이는 야무진 MZ사장 조서형은 "'흑백요리사'의 장사천재 조사장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했다. 지금처럼 열심히 매장에서 일할테니 많이 찾아와 달라"며 인사를 남겼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 고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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