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관 건강이 걱정되면 사람들은 향이 강한 채소부터 찾습니다. 고기를 먹을 때는 부추를 듬뿍 곁들이고, 국과 무침에는 미나리를 넣습니다. 초록빛이 진하고 향이 강할수록 혈관 속 기름기를 씻어 줄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미나리에는 식이섬유와 여러 식물성 성분이 들어 있고, 부추 역시 황화합물을 품은 채소입니다. 하지만 매일 국과 볶음, 무침에 넣기 쉽고 짠 양념을 줄이는 데까지 활용할 수 있는 채소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양파입니다. 양파가 혈관 안으로 들어가 콜레스테롤 찌꺼기를 벗겨 내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막힌 혈관을 뚫거나 혈전을 녹이는 치료 식품도 아닙니다. 양파가 ‘혈관 지킴이’로 주목받는 이유는 퀘르세틴과 황화합물을 함유하고 있으며, 짜고 기름진 식사를 바꾸는 데 쓰기 좋은 채소이기 때문입니다.

양파를 자르면 눈물이 나고 특유의 매운 향이 퍼집니다. 양파의 세포 조직이 잘리면서 여러 황화합물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양파의 겉껍질과 바깥쪽 층에는 플라보노이드의 일종인 퀘르세틴도 들어 있습니다. 퀘르세틴은 산화 스트레스와 혈압, 혈관 내피 기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돼 왔습니다. 퀘르세틴이 풍부한 양파 껍질 추출물을 사용한 일부 임상시험에서는 고혈압 전 단계나 고혈압이 있는 참여자의 혈압이 낮아지는 결과가 관찰됐습니다. 그러나 한 번 섭취한 뒤에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은 연구도 있었고, 보통 반찬으로 먹는 양파와 농축 추출물은 용량이 전혀 다릅니다. 따라서 양파 몇 조각을 먹으면 혈압이 바로 내려간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양파를 씹으면 아삭한 조직이 잘게 부서져 위장관으로 내려갑니다. 자연당과 일부 영양소는 작은창자의 표면을 지나 혈액으로 흡수되고, 퀘르세틴을 비롯한 식물성 성분은 장과 간에서 여러 형태로 바뀝니다. 이후 혈류를 타고 이동하며 혈관을 이루는 세포가 산화 자극에 대응하는 과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식이섬유 가운데 소화되지 않은 부분은 큰창자까지 내려가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됩니다. 하지만 양파가 피를 묽게 하거나 혈관 벽을 직접 청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혈관을 지키는 더 현실적인 힘은 햄과 삼겹살, 짠 국물이 차지하던 식탁에 양파와 여러 채소를 늘리는 데서 나옵니다. 최근 심혈관 건강을 위한 식사 지침도 특정 채소 하나보다 다양한 채소와 과일, 통곡물, 건강한 단백질을 먹고 나트륨과 초가공식품을 줄이는 식사 전체를 강조합니다.

문제는 양파를 어떤 방식으로 먹느냐입니다. 양파가 몸에 좋다고 해도 기름에 튀기거나 설탕과 간장을 넣어 오래 졸이면 열량과 당, 나트륨이 늘어납니다. 양파링과 달콤한 양파절임, 양파를 듬뿍 넣은 짠 불고기를 혈관 건강식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양파즙도 생양파와 같지 않습니다. 액체로 마시면 씹는 과정과 포만감이 줄고, 제품에 따라 다른 농축액이나 당류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루에 여러 팩을 마신다고 혈관 보호 효과가 비례해 커지는 근거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위장이 예민한 사람은 생양파와 진한 양파즙을 먹은 뒤 속쓰림과 복부 팽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혈관 건강을 위해 양파를 추가하면서 고기와 밥의 양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전체 열량만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양파는 약처럼 따로 삼키기보다 식사에 자연스럽게 넣는 편이 좋습니다. 아침에는 두부와 계란을 조리할 때 채 썬 양파를 곁들이고, 점심과 저녁에는 국물보다 볶음과 무침에 활용해 보십시오. 고기를 구울 때 고기의 일부를 양파와 버섯으로 바꾸면 포화지방과 열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생양파의 매운맛이 부담스럽다면 찬물에 오래 담가 두기보다 짧게 헹구거나 가볍게 익혀 먹는 방법이 좋습니다. 오래 담가 두면 일부 수용성 성분이 빠질 수 있습니다. 소금 대신 양파와 마늘, 후추로 향을 살리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미국심장협회도 혈압 관리를 위해 나트륨을 줄이고, 소금 대신 양파가루와 향신료를 활용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3위 미나리, 2위 부추, 1위 양파라는 순위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의학적 평가가 아닙니다. 세 채소는 서로 다른 향과 영양을 지니고 있어 번갈아 먹는 것이 더 좋습니다. 다만 양파는 가격 부담이 비교적 적고 거의 모든 요리에 넣을 수 있어, 채소 섭취를 꾸준히 늘리고 짠 양념을 줄이는 데 유리합니다. 양파 한 개가 막힌 혈관을 뚫지는 못하지만, 햄과 튀김이 놓이던 자리에 양파와 콩·생선·통곡물을 자주 올리는 식사는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관리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고기 양을 조금 줄이고 양파와 버섯을 넉넉히 볶아 보십시오. 식사를 마친 뒤에는 10분이라도 빠르게 걸어 보십시오. 지금 더한 양파 몇 조각과 줄인 소금 한 숟가락이 쌓이면 10년 뒤에도 편안하게 흐르는 혈관과 가벼운 발걸음을 지키는 조용한 밑바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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