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하고 나서 처음으로 아내를 따라 저녁 장을 보러 나섰습니다. 늘 혼자 다니던 재래시장이라며 아내는 조금 쑥스러워했습니다.그런데 시장 골목 끝에서 마주친 광경에 저는 발길을 멈추고 말았습니다. 수십 년을 함께 살면서도 몰랐던 아내의 모습이었습니다.

처음 따라나선 장보기
직장에 다니는 동안 장보기는 늘 아내 몫이었습니다. 저는 집에 오면 차려진 밥상만 받았습니다. 퇴직 후 시간이 남자 아내를 따라 시장에 가 보기로 했습니다. 아내는 익숙한 걸음으로 골목골목을 누볐습니다. 상인들이 아내를 반갑게 부르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골목 끝에서 본 광경
골목 끝 작은 반찬가게 앞에서 아내가 걸음을 멈췄습니다. 아내는 가장 싼 반찬 몇 가지만 고르고 지갑을 오래 들여다보았습니다. 가게 주인이 덤을 얹어 주자 아내는 고개를 숙여 몇 번이나 인사했습니다. 그동안 넉넉하다고 생각했던 생활비가 사실은 빠듯했던 것입니다. 저는 그 뒷모습을 보며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나눈 대화
저녁을 먹고 나서 저는 조심스럽게 생활비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아내는 괜히 걱정할까 봐 말하지 않았다며 웃었습니다. 그 웃음이 오히려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우리는 그날 처음으로 통장과 지출을 함께 펼쳐 놓고 정리했습니다. 다음 날부터 저는 장바구니를 들고 아내 옆을 따라나섰습니다.

함께 사는 사람의 수고는 가까이 있을수록 보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한 번쯤 그 자리에 함께 서 보면 몰랐던 마음이 보입니다.이번 주말에는 배우자의 일상에 한 번 동행해 보시면 어떨까요. 그 짧은 시간이 오랜 고마움을 깨닫게 해 줄 것입니다.
Copyright © 본 콘텐츠는 저작권이 보호되며 카카오 운영지침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