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야구대표팀의 WBC 2라운드 진출을 이끈 숨은 영웅이 있었다. 42세 베테랑 투수 노경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도쿄돔에서 열린 호주와의 운명의 경기에서 선발 손주영이 1이닝 만에 부상으로 마운드를 내려가자, 노경은이 급하게 호명됐다.

2회말 무사 1루의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노경은은 흔들림 없는 투구를 보여줬다. 윙그로브를 병살타로 처리하고 퍼킨스를 투수 직선타로 잡아내며 깔끔하게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어진 3회말에서도 완벽한 투구를 이어갔다. 케널리를 2루수 땅볼로, 바자나를 루킹 삼진으로, 마지막 타자 미드까지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삼자범퇴 이닝을 완성했다.
13년 만의 태극마크, 증명하고 싶었던 마음

경기 후 노경은은 갑작스러운 등판 상황을 회상했다. "손주영 선수와 농담으로 '뒤에 내가 있으니까 편하게 던져라'고 했는데 내가 2이닝까지 던질 줄은 몰랐다"며 웃음을 지었다. 김광삼 코치가 자신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2013년 이후 13년 만에 WBC 무대에 선 노경은에게 이번 대회는 특별한 의미였다. "대표팀에 뽑힌 것이 나에게는 증명해야 하는 계기였다"며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홀드왕다운 완벽한 투구력

KBO 리그 역대 최초 3년 연속 30홀드를 기록한 홀드왕답게 노경은의 WBC 성적은 완벽했다. 체코전 1이닝, 대만전 3분의 1이닝, 호주전 2이닝까지 모두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의 8강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는 11일 42번째 생일을 맞는 노경은은 이번 WBC 참가 선수 600명 중 두 번째로 많은 나이다. 하지만 마운드 위에서는 나이를 잊은 투구로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국민들께서 너무 많은 응원을 보내주셔서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국은 이제 마이애미로 향해 14일 오전 7시 30분 8강전을 치른다. 노경은은 "생일을 비행기 안에서 맞을 듯싶지만 뜻깊은 생일이 될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