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돋는다"...무려 33년 만에 대한민국 여권을 바꿨던 진짜 이유

최근 주변 지인들이 다시 해외여행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코로나19 이후로 사용한 적이 없는, 만료된 여권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또한 교환학생 준비를 하기 위해 7월에 만료되는 여권을 차세대 전자여권으로 갱신했습니다.

2021년 12월 21일 한국 여권이 완전 달라졌습니다. 외형적으로 느껴지는 가장 큰 변화는 커버 색깔입니다. 기존 색깔인 녹색에서 남색으로 표지 색상이 변경됐습니다. 이렇게 32년만에 바뀐 여권을 보면서 "한국 여권은 왜 녹색이였지?"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국가마다 다른 색상을 가진 여권,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권이라는 것이 외국을 여행하는 국민에게 정부가 발급하는 증명서인데요. 이러한 여권 색상에는 종교나 정치적 또는 지리적 특성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여권만 보고도 어느 나라의 문화권인지 대충 파악할 수 있죠. 같은 여권 색을 가진 나라에서 공통적인 요소를 찾아볼 수 있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이렇듯 국제 신분증인 여권은 국가의 이미지를 잘 반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의 여권은 어떤 의미이고, 왜 녹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는 것인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가별 나라별 여권의 색깔

여권의 색깔은 국가 스스로 정합니다. KEB하나은행이 펴낸 <여권의 역사> 자료에 따르면 "여권의 색깔과 형태에는 그 나라의 개성과 정체성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근대적 의미의 여권은 14세기 무렵 잉글랜드의 헨리5세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헨리5세는 자국민이 외국을 여행하는 동안 안전 보장의 의미에서 신분증명서를 발급했는데, 19세기 들어 교통의 발달로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이 늘어나자 유럽에서 여권법이 만들어졌고 국제적인 신분증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국가별로 여권의 색깔은 크게 붉은색, 녹색, 파란색, 검은색 계열 등 4가지로 나뉩니다. 비슷한 여권 색상을 가진 국가들은 지정학적, 이념적, 종교적인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곤 하지만, 미국여권과 북한여권 모두가 파란색이란 것을 보면...

파란색 여권은 중남미 지역 국가들이 주로 사용합니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등 국가의 여권은 파란색입니다. 미국은 1976년 여권 색상을 파란색으로 변경했는데, 파란 여권에는 '새로운 세계'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고 합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검은 대륙'이라는 별명처럼 검은색을 주로 사용합니다.


적색 여권은 과거 공산주의를 채택했던 국가들, 유럽연합 국가들에서 주로 사용합니다. 크로아티아를 제외한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적색 여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혹은 국기 등 국가의 상징에 적색이 들어가 여권 색을 적색으로 채택한 나라도 있습니다. 일본과 스위스가 대표적입니다.

녹색 여권은 이슬람 국가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녹색은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알려졌습니다. 모든 이슬람 국가가 녹색 표지를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라크, 예멘은 파란색 표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슬람권 국가 외에도 서아프리카 경제공동체(ECOWAS)에 속하는 나미비아, 나이지리아, 니제르 등 국가들도 녹색 여권을 쓰고 있습니다.


1. 녹색 한국 여권의 의미

이렇게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여권의 색은 크게 빨강, 파랑, 녹색, 검정으로 나누어집니다. 이렇게 그렇다면 일반 여권의 녹색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일까요? 한국의 여권은 1988년부터 발행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줄곧 일반 여권은 녹색으로 발행되었는데요.


외교부 홈페이지에는 "디자인이란 주관적인 판단이 많이 들어가있고 너무 튀거나 디자인이 자주 바뀌면 출입국 과정에서 혼란을 가져올 수 있어 무난한 디자인으로 오래 사용한다"고 돼 있습니다. 외교부 여권 업무 담당자는 "현재 사용하는 여권 색에 큰 의미는 없고 (사용자가) 질리지 않는 색으로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녹색 여권을 사용한 이유가 눈에 띄지 않게 하여 도난 위험을 낮추기 위함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2020년 3월에는 ‘초록색 여권을 사용하는 나라는 이슬람 국가가 대다수’라며 표지를 파란색으로 변경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글은 "해외공항, 철도, 고속철도에서 붙잡히거나 불필요한 질문들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대한민국을 상징하기에 녹색은 적합하지 않다.심지어 태극기에도 녹색은 찾아볼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를 바탕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여권 디자인 공모전'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최종 디자인은 온라인 설문조사와 여론조사를 거쳐 결정됐는데, 당시 응답자의 70% 가까이가 표지색으로 남색을 선호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를 통해 남색 표지에 오른쪽 위에는 나라 문양이, 왼쪽 아래에는 태극 무늬가 있는 신형 여권 디자인이 확정됐습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여권 표지색으로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색깔이 바로 남색"이라며, "미국과 캐나다 등 많은 나라들도 남색 여권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여권 디자인이 변경되고 나서 새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든다는 반응도 적지 않게 있는 편입니다 .특히 일각에서는 북한 여권과 같은 남색 색상을 쓴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브라질, 파나마 등 78개국이 남색을 쓴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이러한 논란은 금세 사그라들었습니다.

여권은 원래 전 세계 어디에서든지 자신의 국적을 나타낼 수 있는 가장 위상이 높은 개인용 신분증이기 때문에 보통은 국적 강조를 위해 국장과 국호가 크게 들어가지만, 새 여권에서는 국장을 비롯한 기존 심볼들이 작아지고 새로 생긴 엠보싱 문양을 피해서 오른쪽에 몰려버렸기 때문에 여권의 위엄이 떨어졌고 그냥 건강보험증 같은 관공서용 확인증서 같아졌다는 모양입니다. 스위스 여권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북한 여권과 같은 남색으로 바뀌면서 '남색의 KOREA 여권'이 두개가 됐습니다. 둘 다 '한글'이 적혀 있고 글씨체나 문양이 배치는 다르나 비슷하게 생겨 외국인들이 언뜻 보면 2023 '여권 지수' 2위 한국 여권과 102위 북한 여권을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REPUBLIC OF KOREA"라고만 써있으면 한국 여권,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는 북한 여권입니다. 물론 북한은 '려권'이라고 써있습니다. 북한과 비슷해진 여권으로 통일이 된 것 같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고, 북한 여권으로 오인되는 거 아니냐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습니다. 물론 대다수는 그렇게 여권 디자인에 신경 안씁니다.


우리나라 여권 순위는?


여권을 발급하며 우리나라 여권 순위가 궁금해서 Henley & Partners사이트에 방문해 확인해 보았습니다. 2023년 우리나라의 여권파워가 한층 올라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요. 한국 여권은 2013년 한때 13위로 평가됐으나, 2018년부터는 세계 2∼3위를 오가며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각국 여권으로 비자없이 몇 개의 나라에 입국할 수 있는지를 정리한 지표인 헨리 여권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여권 순위가 2021년 3위에서 2022년 2위로 올라 2023년에도 순위를 유지 했습니다.

1위는 193개국 방문이 가능한 일본입니다. 한국과 싱가포르가 192개국으로 공동 2위를 차지했습니다. 북한 여권은 무비자나 무비자로 방문 가능한 국가가 40개국에 불과해 102위로 평가됐는데요. 북한보다 여권 파워가 낮은 국가는 네팔, 팔레스타인, 소말리아, 예멘, 파키스탄,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8개국에 불과했습니다.

해당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북한도 Korea라는 이름을 쓰는데, 여권 색깔까지 같으면 섞갈리잖아요.파란색은 반대입니다." ,"나는 연두색이 더 좋았는데 왜 바꾼거지..." ,"바뀐게 나는 더 이쁘더라..새련되고 " ,"이런 역사가 있었다니.. 소름이네요" 등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