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중 하나는 유산된 슬픔 이겨내고··· 152일 더 버틴 아기, 무사히 태어났다

쌍둥이 중 한 태아가 임신 15주 만에 유산됐지만 남은 다른 태아를 37주까지 임신한 상태로 유지하다 자연분만에 성공한 사례가 나왔다. 유산 후 152일 만에 태아가 건강하게 태어나면서 국내 최장 ‘지연 간격 분만’으로 기록됐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고위험 임신으로 입원했던 30대 산모 A씨가 지난달 19일 태아를 자연분만으로 출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이 경우처럼 쌍둥이 이상의 다태임신에서 일부 태아가 불가피하게 먼저 분만된 뒤 남아 있는 태아를 자궁 내에 유지하면서 임신 기간을 연장하는 치료를 ‘지연 간격 분만’이라 하는데, 감염과 조기진통, 출혈 등 합병증 위험이 큰 고난도 치료에 해당한다.
산모는 결혼 9년 만에 어렵게 임신에 성공해 쌍둥이의 태명을 ‘티키’와 ‘타카’로 지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아기들이 세상에 나와 잘 어울려 지내기를 바라는 부모의 소망을 담았다.
하지만 임신 15주 무렵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왔다. 갑자기 양수가 터진 것 같은 느낌에 집 근처 산부인과를 찾은 산모는 응급상황이라는 병원의 판단에 따라 바로 서울성모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로 이송됐다. 검사 결과 자궁경부가 열려 있었고, 결국 둘 중 티키를 자연 유산으로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양수가 터지고 유산이 발생하면 며칠 안에 남은 태아도 밖으로 나올 위험이 크다. 의료진은 남아 있는 태아를 지키기 위해 산모의 감염 여부와 전신 상태를 면밀히 평가한 뒤 유산 직후 자궁경부봉합술을 시행했다.
이어 자궁수축 억제 치료와 항생제 치료 등의 집중 관리가 뒤따랐다. 산모는 고위험 산모 병동에 입원했고, 의료진은 태아의 상태와 자궁수축 및 출혈 여부, 감염 징후 등을 살피며 건강한 출산을 위해 임신 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데 집중했다. 다행히 산모는 안전한 일상생활이 가능한 단계로 호전돼 퇴원 후 꾸준히 외래 진료를 받았다.
임신 37주가 되자 자궁경부를 묶었던 봉합사를 제거한 의료진은 바로 자궁경부가 열리고 양수가 나오는 것을 확인해 산모를 다시 입원 조치했다. 의료진은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살폈고, 마침내 임신 기간 건강하게 성장한 타카는 자연분만으로 세상 빛을 볼 수 있었다.
긴 입원 생활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려 노력했다는 A씨는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의료진 덕분이라 생각해 감사드리며, 같은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고위험 산모들도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산모의 주치의인 고현선 서울성모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 산모태아부센터장은 “무엇보다 긴 시간 동안 힘든 과정을 견뎌낸 산모와 아기, 그리고 가족에게 감사와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며 “앞으로도 서울성모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는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전문 진료체계를 바탕으로 안전한 출산 환경을 조성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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