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신청…"배임 행위"(종합)
MBK "고려아연 80만원 자사주 취득 결정하면 배임·시세조종"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영풍은 2일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목적의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하라는 가처분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날 진행될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결의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하는 배임 행위에 해당하므로 관련 절차의 진행을 중지시켜 달라는 취지다.
자본시장법과 그 시행령에 따르면 자사주는 취득 후 6개월이 지나야 처분할 수 있다. 자사주 처분 시기가 되면 고려아연 주가는 공개매수 이전 시세인 55만원대로 회귀하기 때문에 고려아연이 현 공개매수가(75만원)보다 높은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하면 주가가 40% 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영풍·MBK파트너스 설명이다.
영풍·MBK는 "공개매수 프리미엄으로 인해 실질가치보다 높게 형성된 가격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 및 충실 의무 위반은 물론, 업무상 배임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설령 소각을 위한 자사주 매입이라도 현 공개매수 이후 이전 주가로 회귀했을 때 시세의 일정한 범위 내에서 수탁자인 증권사가 적은 수량을 매수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소각되는 자기주식 취득가격만큼 자기자본이 감소하게 된다. 가령 주당 80만원으로 자사주를 매수해 소각하면 공개매수 기간 후 이전 주가로 같은 수량의 자기주식을 소각하는 경우보다 자기자본 감소분이 40% 이상 증가하며, 이는 부채비율에 악영향을 주고 미래 주주에 대한 배당가능이익 재원도 줄어들게 된다고 영풍·MBK는 설명했다.
또한 고려아연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자사주 취득에 사용할 수 있는 이월 이익잉여금 잔액은 현 시점 약 586억원에 불과하고,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특정 이사가 주주의 이익보다 자신의 경영권을 영속시키기 위해 막대한 회사 자금을 동원해 자사주 취득을 통한 경영권 방어행위를 하는 것은 선관주의 의무·충실의무 위반행위라고 지적했다.
앞서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으나 MBK는 "정상 주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배임이므로 금지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MBK는 법원 결정이 알려진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이 사건 분쟁의 당사자는 MBK·영풍과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일 뿐이고, 고려아연은 분쟁의 당사자도 아니므로 분쟁의 일방 당사자인 최윤범 회장을 위해 회사 자금을 사용해 자기주식을 취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려아연 실제 시가는 주당 금 50만원 정도인데, 현재 70만원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고려아연 주식의 주가를 고려할 때 자기주식을 취득할 이유가 없다"며 "이러한 주식을 고려아연이 주당 금 80만원에 취득하는 경우 그 즉시 주당 금 30만원가량의 손해를 입게 되며 이러한 의사결정을 한 고려아연 이사는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종료일에 즈음한 이날 주당 80만원에 자사주 취득을 결정할 경우, 고려아연 주가가 오르게 되고 일반투자자들은 MBK·영풍의 공개매수(주당 75만원)에 응할 유인이 떨어지므로 이 같은 행위는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고려아연이 영풍·MBK의 공개매수 종료 이전에 공개매수 방식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하고 실제 공개매수는 영풍·MBK 공개매수 종료 이후에 할 경우, MBK가 공개매수가를 인상하거나 기간을 연장할 기회를 상실하게 돼 대항공개매수 취지를 무시하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영풍 측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 결정했다.
자본시장법 제140조에 따르면 공개매수자와 그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 기간 공개매수 대상 회사의 주식을 공개매수 외의 방식으로 매수할 수 없다.
재판부는 영풍과 고려아연이 주식 공동보유관계에 있지 않는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고, 이에 따라 고려아연이 영풍의 특별관계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을 금지해야 한다는 영풍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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