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광로도 야드도 ‘펄펄’···울산 산업현장, 폭염과 '사투'

김귀임 기자 2025. 7. 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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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야외 근로자들
선박 건조 현장 철판 위서 구슬땀
베트남서 온 근로자도 놀랄 더위
방열복 입은 LS MnM 주조원들
1,200℃ 용광로 불길 앞에서 사투

기업, 휴식·점심시간 늘리고
현장별 휴게실 운영·보양식 제공
현장 밀착형 근로자 건강 관리
HD현대중공업의 한 작업자가 건조 중인 선박 블록을 용접하고 있다. HD현대중 제공

"한국에 온 첫해인데, 베트남만큼 여름이 뜨거울 줄 몰랐어요."

울산 전역에 폭염특보가 내린 3일 HD현대중공업 야외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웬딩이(NGUYEN DINH Y, 베트남)씨의 말이다.

이날 최고 온도 35℃에 달하는 불볕더위로 울산 주요 산업 현장 곳곳은 때 이른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웬딩이 씨를 비롯한 HD현대중공업 야외 근로자들은 배가 만들어지는 야드(Yard) 곳곳을 누비며 연신 구슬땀을 훔쳤다.

한 근로자는 야드에서 건조 중인 선박 블록을 용접하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멈춰 쉬길 반복하기도 했다.

그는 두터워 보이는 상하 일체형 용접 작업복을 입은 채로 손을 바삐 움직였다.
HD현대중공업의 한 작업자가 건조 중인 선박 블록을 용접하고 있다. HD현대중 제공

특히 배의 뼈대가 되는 철판 위에서의 가공 작업은 그야말로 찜통 속이다. 용접 장비에서 내뿜는 열기까지 더해지자, 현장에선 아직 여름이 두 달이나 더 남았다며 걱정이 이어지기도 했다.

웬딩이 씨는 "올해 한국에 왔는데 여름이 이렇게 뜨거울 줄 몰랐다"면서 "아직은 낯설지만 쉬는 시간마다 휴게실에서 땀도 식히면서 얼음물도 자주 마시려고 하고 있다. 그래도 세계에서 주목하는 한국의 배를 만드는데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문성웅 HD현대중공업 책임은 "올해는 예년보다 이른 폭염이 시작돼 야외 작업 환경에서 근무하는 현장 근로자들의 온열질환 예방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라며 "현장 작업자들이 건강하게 여름을 이겨낼 수 있도록 현장 밀착형 관리를 강화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LS MnM 온산제련소 주조원이 고순도 구리판을 만들기 위해 불순물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LS MnM 제공
LS MnM 온산제련소 주조원이 고순도 구리판을 만들기 위해 불순물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LS MnM 제공

국내 유일의 동 제련소가 있는 LS MnM 온산제련소 작업자들도 무더위에 맞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LS MnM 주조원들은 99.99% 고순도 구리판(전기동)을 만들기 위해 방열복을 입고 불순물 모니터링에 한창이다.

용광로에서 불길을 내뿜는 구릿물은 섭씨 1,200℃에 달한다.

강찬호 LS MnM 제련1팀 주임(주조원)은 "올해는 무더위가 빨리 찾아온 것 같다"라며 "뜨거운 현장에서 일을 해야 해서 땀이 많이 나지만, 산업계의 필수소재인 전기동을 만드는 중요한 공정에서 일을 해서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작업자들이 HD현대중공업 내 휴게실에서 시원한 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HD현대중 제공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7월 2일까지 37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전년 동기 8명 대비 4배 이상이 오른 수치다.

7월 초인데도 불구하고 울산에서 연일 폭염특보가 이어지자 기업들은 대책 마련으로 분주하다.

HD현대중공업은 7~9월 체감온도가 33℃ 이상일 때 휴식시간을 10분에서 20분으로 연장한다. 또 혹서기간(7월 10일~8월 31일)엔 점심시간을 30분 연장하고, 선박 위 작업자를 위해 선상 휴게실을 마련했다.

LS MnM은 혹서기 현장 조업 직원을 위해 매주 2회 '하절기 보양식'을 제공하고, 각 공장별 실내 휴게시설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또 일정 온도가 올라갔을 때 전 직원에게 '알림톡'을 보내 온열질환 예방 수칙 안내 및 휴식을 권장한다.
SK이노베이션 울산공장 나프타 분해공정 내 콜드섹션. 한여름에도 장비 주위가 얼어 있다. SK 제공

울산에서는 뜨거운 현장과는 달리 언제나 영하권인 작업장도 있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울산공장 나프타 분해공정 내에 위치한 '콜드 섹션(Cold Section)'은 -140℃~-100℃를 유지한다. 콜드섹션은 나프타 분해 결과로 나오는 수소, 메탄, 에틸렌 등의 가스를 응축시키기 위해 냉동에너지를 공급하는 설비다. 다만 이곳에서의 작업은 '점검 시'에만 이뤄지며 평소엔 근무자가 없다.

SK 관계자는 "콜드섹션은 외부 기온과 관계없이 항상 영하권을 유지한다"라며 "근무자가 상주하지 않는 시설이지만, 가끔가다 점검을 위한 작업자들이 찾아올 때 '더울때도 시원해서 좋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김귀임 기자 kiu2665@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