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최고의 멜로 퀸, 레이철 매캐덤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사랑스러운 ‘로맨스의 아이콘’ 레이철 매캐덤스.
개봉 20주년을 맞아 재개봉한 영화 <노트북>의 누적 관객 11만 명 돌파를 기념하며,
현재에도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의 배우 인생을 조명한다.
은반에서 스크린으로
레이철 매캐덤스는 1978년 트럭 운전수인 아버지와 간호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4세 무렵부터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해 18세까지 선수로 활동하며 대회에서 여러 차례 입상하기도 했지만, 중학생 때부터 그의 관심은 온통 연기에 쏠려 있었다. 학교 연극제에서 작은 배역을 맡은 것이 계기였다. 은반 위에서 보낸 시간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그의 재능을 알아본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의 권유로 요크대학교 연극과에 진학한다.
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한 것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한 계기는 스크린 데뷔작 <핫 칙>(2003)이다. 심술 많지만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말괄량이 주인공 ‘제시카’를 연기한 그는 아름다운 외모와 안정적 연기력으로 주목받는다. 당시 평론가들은 그를 ‘수많은 가능성을 지닌 신예 배우’라고 평가한다. 그가 오래도록 염원해 온 배우로서의 꿈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사랑스러운 미소의 소유자
레이철 매캐덤스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데에는 그의 사랑스러운 외모가 큰 역할을 했다. 조화롭고 아름다운 이목구비 덕분에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동안 배우로 손꼽히는 그의 매력은 미소에서 더욱 빛난다. 맑고 순수한 느낌을 주는 그녀의 미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끼게 하며, 싱그럽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국에서는 환한 미소로 촬영한 대학교 졸업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를 모으며 ‘미소가 아름다운 배우’로 사랑받았다.
팔색조 매력을 지닌 배우
2004년은 레이철 매캐덤스의 연기 경력에서 전환점이 된 해다. 그는 린지 로언, 어맨다 사이프리드와 함께 <퀸카로 살아남는 법>(2004)에 출연한다. 그가 연기한 ‘레지나 조지’는 이기적이고 제멋대로 행동하지만 한편으로는 질투와 불안, 외로움 등 다양한 고민을 안고 있는 복잡한 성격의 소유자다. 레이철 매캐덤스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입체적인 이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탄탄한 스토리와 레이철 매캐덤스를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으로 1억3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흥행했다. 이 영화를 통해 그는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금도 그가 연기한 레지나 조지는 ‘하이틴 캐릭터’ 하면 첫손에 꼽히는 캐릭터로 기억되고 있다.
같은 해 개봉한 로맨스 영화 <노트북>(2004)에서 레이철 매캐덤스는 레지나 조지와 완전히 다른 연기를 선보인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여자 주인공 ‘앨리 해밀턴’ 역을 맡은 그는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가슴 아픈 러브 스토리를 아름답게 그려냈다. 남자 주인공 ‘노아 캘훈’으로 출연한 배우 라이언 고슬링과의 완벽한 호흡은 물론, 감정의 깊이를 담아낸 감동적 연기력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레이철 매캐덤스는 <퀸카로 살아남는 법> 속 레지나 조지, <노트북> 속 앨리 해밀턴을 통해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임을 증명했고, 두 영화의 흥행은 할리우드 내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다지는 계기가 됐다.
레이철 매캐덤스는 <노트북>에 함께 출연한 라이언 고슬링과 실제 연인으로 발전해 할리우드 대표 커플로 주목받았다. 두 사람은 공개 석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애정을 표현하며 영화 속 케미스트리만큼이나 현실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지만 약 3년간의 열애 끝에 결별했다. 이후 2010년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의 인연으로 마이클 쉰과 만남을 이어오면서 ‘잉꼬 커플’로 불렸으나, 2013년 4년 열애에 종지부를 찍었다. 2016년 시나리오 작가 제이미 린덴과 교제를 시작해 2018년에 첫아이를, 2020년에 작은아이를 출산하며 가정을 이뤘다.
스포트라이트를 내려놓다
<퀸카로 살아남는 법>, <노트북>이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단숨에 톱스타로 떠오른 레이철 매캐덤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그는 갑작스러운 부와 명성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2006년부터 2년간 돌연 휴식기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007 카지노 로얄>, <아이언 맨>,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미션 임파서블 3> 출연도 고사했다.
충분한 휴식기를 가진 레이철 매캐덤스는 <결혼생활>(2008), <럭키 원스>(2008), <시간 여행자의 아내>(2009) 등 작품을 연달아 발표하며 다시 스크린에서 활약한다. 이후 인터뷰에서 그는 2년간의 휴식에 대해 “모든 걸 놓게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시기가 있었다”라며 배우가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서 깊이 고민한 시기가 있었음을 고백했다. 또 당시 출연을 거절한 작품에 대해서는 “‘내가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생각한 적도 있지만,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이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시간 여행 전문 배우
레이철 매캐덤스는 시간 여행을 다룬 여러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눈에 띄는 작품인 <어바웃 타임>(2013),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시간의 흐름을 초월하는 사랑과 관계의 복잡함을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레이철 매캐덤스는 <어바웃 타임>에서는 과거로 돌아가는 능력을 지닌 주인공 ‘팀 레이크’의 연인 ‘메리’로, <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통해서는 시간 여행의 운명을 지닌 남자 ‘헨리’와 사랑에 빠지는 ‘클레어’로 분해 애틋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2016년에는 다중우주와 시간 여행 등을 소재로 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시리즈에서도 레이철 매캐덤스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동료 의사이자 연인인 ‘크리스틴 팔머’로 분해 풍부한 감정 연기로 호평받았다. 시간 여행이라는 비현실적 설정에도 관객에게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그려내며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영화 팬 사이에 ‘시간 여행 전문 배우’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끊임없는 연기 변신
<노트북>, <어바웃 타임>, <시간 여행자의 아내> 등 대부분 흥행작이 로맨스 영화지만, 레이철 매캐덤스의 필모그래피는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셜록 홈즈>(2009)에서는 지적이면서도 미스터리한 캐릭터 ‘아이린 애들러’로 분해 액션과 서스펜스 장르에서도 출중한 연기력을 입증했다. 가톨릭 아동 성범죄 논란을 보도한 기자들의 실화를 담은 드라마 영화 <스포트라이트>(2015) 역시 그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철저한 탐사 정신과 인간적 공감 능력을 지닌 기자 ‘사샤 파이퍼’로 출연해 사실적 연기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에 기여했고, 상업성과 비평적 성과를 모두 거머쥐며 연기 경력에 큰 도약을 이뤘다.
레이철 매캐덤스의 연기 변신은 현재진행형이다. 2023년에는 청소년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코미디 영화 <안녕하세요, 하느님? 저 마거릿이에요>에서 따뜻한 어머니 역할을 맡았고, 올해는 브로드웨이 연극에 첫 도전을 하기도 했다. 그의 연극 데뷔작 <메리 제인>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미혼모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풀어가는 내용이다. 레이철 매캐덤스는 병든 아들을 돌보는 엄마 역할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레이철 매캐덤스는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변신을 이어가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진지한 드라마, 연극까지, 그는 매 작품에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며 관객의 기대를 충족해 왔다. 이러한 연기 행보는 배우로서의 경력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며 영화계에서 그의 입지를 더욱 견고히 다지고 있다. 앞으로 그녀가 펼쳐나갈 다채로운 연기 세계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ㅣ 덴 매거진 2024년 11월호
에디터 김보미 (jany6993@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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