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랑 XX인증” 고대 음란물 논란...혹시 관음증?
지난 20일 오후 고려대 재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 성관계 영상이 올라와 서버가 마비된 상황이 발생했다. 영상 게시자인 남성은 상대 여성인 후배의 동의를 구한 뒤 촬영했고, 이를 본 한 학생이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로 신고해 사이트가 먹통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누리꾼에 따르면 현직 변호사가 해당 게시글에 나타나 무혐의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댓글이 900개가 넘었다. 현재 해당 음란물은 고파스에서 삭제됐고 사이트도 정상 운영 중이다. 하지만 실시간 검색순위 창에 '후배' '인증' '과후배' 등 관련 검색어가 여전히 남아있는 등 논란의 여파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여성이 촬영을 허락했다는 건가 아니면 사이트에 올리는 걸 허락했다는 건가. 어느 쪽이던 정말 정상은 아닌 것 같다. 공부 잘하는 것과 성적 취향은 다른 건가? 하지만 상대의 동의를 구했다 해도 그런 영상을 올리는 건 그 자체로 지탄받을 행동"이라고 했다. 반면 또 다른 누리꾼은 "여성도 올리는 거 상관없단 것 인증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별로 비난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성적 행위 찍는 심리는 뭘까?...성도착증 일종인 '관음증'
일상에서 성적인 행위를 찍고 소장하면서 보고 즐기는 것도 성도착증의 하나인 관음증이다. 관음증은 다른 사람의 신체 부위나 성행위 등을 보며 성적 쾌락을 얻는 증상이다. 몰카도 마찬가지다. 타인 몰래 촬영을 하고 유포하는 행위도 관음증에서 비롯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경찰연구학회지에 실린 한 연구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관음증같은 성도착증은 18세 전에 형성돼 20대 중반에 서서히 나타난다. 원인은 정신분석학적으로 다양하다. 정상적인 부모의 양육이 이뤄지지 않은 아이가 성인이 된 후에 정상적인 이성 관계를 맺지 못하면 관음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설이 있다. 어린 시절 부모의 외도를 목격하거나 성적 학대를 당한 경우도 관음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인터넷이 발달한 최근에는 청소년들이 유해한 영상이나 사진 등에 쉽게 노출되면서 관음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몰래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 등을 보면서 성욕을 해소하면 점차 몰카가 불법이라는 인식이 약해진다. 그 결과 자신이 직접 몰카를 찍거나 이를 인터넷에 올리기도 한다. 불특정 다수의 호응을 받으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만족을 주는 행위'라고 인식할 수도 있다. '감정의 뇌'라고 불리는 변연계에 이상이 생겨 중독 증상이 나타나고, 점점 자극적인 장면을 찾고 성도착행위를 하는 단계로 발전하는 것이다.
6개월 이상 남 훔쳐보며 강한 흥분하면 관음증 의심...장기간 치료해야
미국 《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의 '정신장애 진단 통계편람'에 따르면 6개월 이상 남의 나체나 성행위를 엿보며 성적 충동 혹은 성적 행동을 하거나, 이러한 행동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관음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관음증은 장기간의 치료와 교육이 필요하다. 항우울제 등 충동을 줄이는 약물을 이용하는 치료와 충동 억제를 위한 인지행동 치료가 진행된다. 어릴 적 트라우마를 없애는 정신치료요법 등도 이뤄질 수 있다. 이런 치료가 관음증 환자의 성적 취향 자체를 바꾸거나 완치하긴 어렵지만 비이성적 행위를 하지 못하게 억제할 순 있다. 어릴 때부터 불법 촬영물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불법 촬영 및 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처벌이 부과된다. 본인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등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의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성립되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최지혜 기자 (jhcho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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