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고유정이 가족 집착한 사회적 동물이라면, 정유정은 그런 욕구도 없는 성향”

이수정 경기대 교수 YTN 라디오 출연해 “고유정 사건은 아주 치밀한 살인인 반면 정유정은 살인만 목표였지 시신 유기 방식 보면 터무니없는 짓. 여성이라는 이유 말고 두사건 공통점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진단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해 무기징역이 확정된 고유정(왼쪽 사진)과 또래 여성 살해 및 시신 훼손·유기 혐의로 구속 송치된 정유정. 연합뉴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방송에 출연해 “또래 여성을 살해한 후 시신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아 신상이 공개된 정유정(23)은 과거 전 남편을 상대로 유사한 수법의 범행을 저지른 고유정과는 다른 특성을 지닌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3일 YT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고유정이 가족에 집착하는 등 사회적 동물이라면, 반대로 정유정은 그런 욕구도 없는 비사회적 성향으로 다른 특성을 가진다”며 “고유정의 경우 아주 치밀한 살인사건이었지만, 지금의 정유정 사건은 살인을 하는 데까지만 목표를 뒀지, 그 이후 시신을 유기하는 방식을 보면 정말 터무니없는 짓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이라는 이유 말고 이 두 사건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그렇게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했다.

앞서 그는 지난 1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피해 여성이 명문대 출신 인기있는 영어 과외강사였던 점에 주목, “(정유정) 본인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이 여성의 정체성을 훔치려고 했던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전 남편 살해 및 시신유기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된 고유정(왼쪽)과 또래 여성 살해 및 시신유기 혐의로 구속 송치된 정유정. 연합뉴스, 부산경찰청

 
학교 졸업 후 5년째 무직 상태였고 최근까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온 정씨에게 ‘영어 콤플렉스’가 있었고, 이 때문에 범행 대상으로 명문대 출신 인기 영어 과외강사가 지목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씨가 경찰 조사에서 “영어 실력이 좋지 못하다”라며 “딱 중학교 3학년 수준”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경찰은 평소 범죄소설 등에 심취해 있던 정씨가 범행 타깃으로 ‘영어 과외교사’를 선택한 이유가 자신의 ‘영어 콤플렉스’ 때문은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에 관해 이 교수도 “본인에게 가장 큰 ‘핸디캡’이 5년 동안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업을 못하다 보니 아마도 영어를 못한다, 이것 때문에 내가 사회생활을 못한다, 이렇게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면서 “그래서 결국 과외 앱에서 피해자가 아주 유능한 영어 선생님, 그러니까 일류대를 나온 영어 선생님을 목표로 삼은 것”이라고 추측했다.

정씨는 지난달 26일 과외 중개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 A씨(20대, 과외강사)의 집에 ‘영어 시범수업을 받고 싶다’며 찾아가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1일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범죄의 중대성과 잔인성이 인정되고,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효과 등 공공 이익을 위한 필요가 크다고 판단된다”라며 정유정의 이름, 나이, 사진을 공개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