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방통위 MBC 제재는 위법" 법원 판결문 뜯어보니

윤유경 기자 2024. 10. 1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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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PD수첩 과징금 취소하며 2인 체제 방통위 위법성 인정
"합의제 행정기관, 다수의 의결 참석 가능성 보장돼야 민주적 의사 형성"
방심위 긴급 심의 안건 상정, 과징금 의결 절차적 위법성은 인정 안 해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MBC PD수첩 2022년 3월8일 '대선 D-1, 결정하셨습니까?' 방송화면 갈무리.

법원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인용한 MBC 'PD수첩'에 부과된 과징금 처분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합의제 기구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의결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뉴스타파 인터뷰 인용보도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긴급안건 상정과 과징금 의결의 위법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7부(부장판사 이주영)는 17일 MBC가 과징금 부과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방통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MBC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방심위는 지난해 11월13일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인용한 MBC 'PD수첩' <대선 D-1, 결정하셨습니까?>가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며 1500만 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이후 지난 1월 김홍일 위원장·이상인 부위원장 2인으로만 구성된 방통위는 이를 반영해 과징금 처분을 확정했다.

미디어오늘이 확보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합의제 행정기관인 방통위의 성격을 강조하며 2인 체제로 이뤄진 방통위 의결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1월9일 방통위는 상임위원 정원 5인 중 대통령이 지명한 김홍일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만으로 회의를 열어 전원 찬성으로 방심위의 과징금 처분을 확정했다.

MBC는 방통위의 입법 취지상 적어도 5인의 과반수인 3인 이상으로 구성된 상태에서 의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방통위는 방통위법상 '재적위원'의 뜻이 방통위의 정원이 아닌 '현재 존재하는 위원'을 뜻하기 때문에 위원이 몇 명이든 과반이 의결하면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과징금 처분의) 심의·의결 당시 방통위는 대통령이 지명한 2인의 위원으로만 이뤄져 있었는바, 실질적 토론을 위한 구성원 수 자체가 보장되지 않았음은 물론 이해관계가 다른 구성원의 토론 참석 가능성 자체가 배제돼 있었다”며 “이는 의사형성 과정에서 소수파의 출석 기회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채 다수파만으로 단독 처리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고 했다.

▲ 지난 6월25일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2인 체제 의결이 '다수 구성원의 존재'라는 합의제 행정기관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방통위법 제13조 제2항은 '위원회의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구성원이 2인인 경우 의견이 갈리면 과반수 찬성이 불가능해 의견이 일치돼야만 의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방통위법 제7조 제2항에서 위원의 결원이 생겼을 때 지체 없이 보궐위원을 임명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 역시, 방통위의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의 본질과 기능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회의 소집절차 규정에 부합해 해석하면, 방통위가 회의를 소집해 의결에 나아가기 위해선 2인 이상의 위원과 위원장 1인까지 최소한 3인의 구성원이 존재할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한다고 보인다”며 “회의운영 규칙 제3조 제3항에서 위원장 단독으로 회의를 소집할 경우 회의일시·장소 및 상정 안건을 '각 위원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한 것 역시 통지 대상이 1인이 아닌 2인 이상의 다수임을 예정하고 있다”고 했다.

“합의제 행정기관, 다수 의결 참석 가능성 보장돼야만 민주적 의사형성 가능”

재판부는 해외 사례를 근거로 들어 3인 이상 구성원 의결이 필수요건이라고 설명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독일 행정절차법 제90조 제1항은 '위원회는 모든 구성원이 소집되고 과반이 참석해야 의결할 수 있으며 적어도 의결권한이 있는 3인 이상의 위원이 회의에 출석해야만 정족수가 충족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 규제기관(연방통신위원회, FCC)의 경우에도 최소 3인의 위원 출석을 회의 개의 요건으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합의제 행정기관에서 다수의 의결 참석 가능성이 보장돼야만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사형성이 가능하다는 이론적 바탕에서 비롯된 법리적으로 당연한 내용을 규정한 것”이라고 했다.

2인 체제의 위법성이 인정되면 당장 방통위 업무가 마비될 거라는 주장도 반박됐다. 재판부는 “방통위는 조직 관리·운영 업무 등을 비롯한 일반적 행정업무에 관해서는 회의체를 통한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고도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며 “방통위가 2인의 위원으로만 구성된 상태에서 한 의결을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보더라도 곧바로 방통위의 조직 구성 및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마비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 Gettyimages.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재적'의 사전적 의미에만 의존해 '재적위원'을 '현재 존재하는 위원'으로만 한정하고 현재 존재하는 위원의 절반 이상이 출석할 경우 언제나 의사정족수가 충족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방통위법의 입법 취지,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방통위의 지위, 다수결 원리의 취지, 방통위법에서 정한 의결정족수 규정의 내용이나 회의 소집 절차에 관한 법령의 내용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방통위의 주장처럼) 형식적 해석에 의할 경우 극단적으로는 방통위가 1인의 위원으로만 구성되는 경우에도 그 1인이 출석할 경우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러한 결론은 의결정족수 규정 자체를 형해화하고 합의제 행정기관의 존립 자체를 무의미하게 하는 것으로 부당하다”고 했다.

방심위 긴급심의 안건 상정, 과징금 의결 위법성은 인정 안해

다만 재판부는 MBC에 과징금 처분을 의결한 방심위의 절차적 위법성에 대해선 받아들이지 않았다. 뉴스타파 인터뷰 인용보도를 긴급안건으로 상정한 지난해 9월5일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엔 재적위원 4인 중 황성욱 위원장 직무대행, 허연회 위원, 김유진 위원 등 3인이 출석했지만, 긴급안건 상정에 반대한 김유진 위원이 중도 퇴장했다. 이후 나머지 두 위원의 찬성으로 뉴스타파 인터뷰 인용보도는 긴급심의 안건에 상정됐다. 관련해 MBC는 5인 미만으로 구성된 소위원회의 경우 재적위원 3분의2 이상의 출석으로 개의해야 한다고 규정한 소위원회 규칙을 위반했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긴급심의 안건 상정은 다음 회의의 의안을 제의한 것에 불과해 소위원회 심의·의결사항에 해당하지 않고, 소위원회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의안 제의 관해서는 소위원회 규칙에서 달리 정하지 않았고, 위원장이나 재적위원 1/3의 동의로 의안을 제의하는 것이 소위원회의 성질이나 취지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없다”며 “당시 재적위원 4인 중 2인의 위원이 찬성해 재적의원 1/3 이상의 동의도 있는 것이므로, 결국 긴급심의 안건 상정은 적법한 의안 제의로서 유효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긴급심의 안건이 사전에 안건으로 명시돼있지 않던 점도 같은 이유로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방심위는 지난해 10월16일 전체회의를 열고 9인 정원 중 재적위원 7인만으로 회의를 열어 심의위원 4인 만장일치로 PD수첩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당시 방심위는 잇따른 위원 해촉으로 2인이 결원된 상태에서 보궐위원 위촉 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이를 두고 MBC는 방심위가 적법하게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결했으므로 위법하다고 봤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방통위법 제18조 제2항은 '심의위원회는 9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2조 제3항은 '방심위의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결원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재적위원 과반수가 출석하면 회의가 개의할 수 있고, 반드시 9인의 정원 모두가 재적해야만 방심위가 적법하게 구성된다거나 이것이 의사정족수 충족의 전제조건이라고 볼 만한 근거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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