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삐삐 수백대 폭발 “이스라엘 짓”

김희국 기자 2024. 9. 1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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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 영화에서 보던 장면이 현실이 됐다.

17일(현지시간) 레바논 전역에서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무선호출기(삐삐)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 수천 명이 다쳐 나라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께부터 레바논 전역에서 헤즈볼라 대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호출기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했다.

서방국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수입한 대만 기업의 호출기에 소량의 폭발물을 심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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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2700여명 사상 아비규환

- 가방·호주머니서 동시다발 펑펑
- NYT “이스라엘이 폭발물 심어”
- 헤즈볼라 보복 다짐…전운 고조

첩보 영화에서 보던 장면이 현실이 됐다. 17일(현지시간) 레바논 전역에서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무선호출기(삐삐)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 수천 명이 다쳐 나라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사람들의 가방이나 호주머니, 혹은 손에 있던 호출기가 폭탄으로 변해 터지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한 주민들은 공포에 질렸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을 다짐했다.

17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의 한 가게에서 과일 등을 사고 있던 남성이 메고 있던 가방에서 무선호출기가 터지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이날 레바논 전역에서 호출기가 폭발해 2700여 명이 다쳤다. 로이터연합뉴스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께부터 레바논 전역에서 헤즈볼라 대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호출기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했다. 일부는 호출이 울려 피해자들이 화면을 확인하는 도중 폭발했다. 레바논의 한 가게에서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과일 등을 사고 있던 한 남성이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호출기가 터지면서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이 담겼다. 레바논 보건부는 최소 9명이 숨지고 2750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부상자 가운데 약 200명은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다. 사망자 가운데 헤즈볼라 무장대원과 조직원의 10살 딸 등이 포함됐다. 보건당국은 대부분 피해자가 손을 다쳤고, 일부는 손과 복부에도 부상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 2월 이스라엘이 위치 추적과 표적 공격에 활용할 수 있다며 휴대전화를 쓰지 말라고 경고했다. 헤즈볼라는 이후 몇 달 사이 통신보안을 위해 호출기를 도입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헤즈볼라가 대량으로 호출기를 주문하자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이를 역이용해 공격 수단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폭발한 호출기에는 대만 업체 골드아폴로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서방국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배후라고 보도했다. 서방국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수입한 대만 기업의 호출기에 소량의 폭발물을 심었다고 말했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폭발한 호출기는 헤즈볼라가 대만 골드아폴로에 주문해 납품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AR924 기종으로 각 기기의 배터리 옆에 1, 2온스(28∼56g)의 폭발물이 들어가 있었으며 원격으로 터뜨릴 수 있는 스위치도 함께 내장됐다. 이스라엘은 또한 호출기가 폭발 직전 수 초간 신호음을 내게 하는 프로그램까지 설치했다고 당국자는 설명했다. 대만 골드아폴로 측은 폭발에 사용된 호출기는 자신들이 제조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헤즈볼라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을 경고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에 전적인 책임을 묻는다”며 “반드시 정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도 “레바논 시민을 표적으로 삼은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자)의 테러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했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 위기가 다시 고조될 전망이다. 하지만 헤즈볼라의 전투원 상당수가 죽거나 다치고 통신 체계까지 ‘먹통’이 되면서 조직 운영 능력에 치명타를 입게 돼 전면전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미국은 이번 폭발 사건을 미리 알지 못했다며 선을 긋고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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