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현의 라인드라이브] '46억' 노인정 베팅? 아니, 삼성은 지금 가장 확실한 '우승 플랜'을 가동했다
- 최초의 FA 4회 계약 강민호와 돌아온 해결사 최형우... 그들이 그리는 '라이온즈파크'의 가을
- 통합 4연패의 기억을 깨워라... 'LG 대항마' 삼성의 마지막 퍼즐은 결국 베테랑이었다
- 젊은 사자들의 패기에 노련미 한 스푼... 구자욱-원태인이 그토록 원했던 '완전체'의 탄생

냉정하게 말해보자. 삼성 라이온즈의 시계는 2014년에 멈춰 있다.
통합 4연패라는 찬란한 왕조의 기억은 이제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유물이 됐고, 그사이 대구의 여름은 잔인하리만큼 길고 무더웠다.

11년의 무관. 자존심 강한 사자 군단이 2026년을 앞두고 꺼내 든 카드는 결국 '구관'이었다. 그것도 아주 오래된 구관들이다.

지난 28일, 강민호가 KBO 역사상 전무후무한 '네 번째 FA' 도장을 찍었다.
2년 20억
마흔 살 포수에게 안긴 금액치고는 후하다. 여기에 앞서 돌아온 '우승 청부사' 최형우(42)까지 가세했다.


최형우와 강민호. 두 사람의 나이를 합치면 82세다.
웬만한 중견 기업 간부급 연배의 두 베테랑이 사자 군단의 대권 도전을 이끌 선봉장으로 낙점된 셈이다.
강민호의 잔류는 삼성 입장에선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포수라는 극한직업에서 마흔까지 상위권 성적(타율 0.269, 12홈런)을 유지한다는 건 지독한 자기관리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씁쓸하다. 강민호를 대체할 젊은 안방마님을 8년째 키우지 못했다는 자인(自認)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장승현, 박세혁을 데려왔다지만 결국 '안방의 주인'은 다시 강민호다.

이번 스토브리그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최형우의 복귀다. 삼성 왕조의 중심타자로 4개의 반지를 꼈고, KIA로 넘어가 2개를 더 추가한 '반지 수집가'

그런 그가 삼성 협상 테이블에 앉아 강민호에게 던진 한마디가 걸작이다.
"빨리 사인해라. 반지 끼게 해줄게."
프로 22년 차, 커리어의 모든 것을 이뤘지만 딱 하나 '우승 반지'만 없는 강민호의 역린을 제대로 건드린 셈이다.

물론 우려가 없으면 거짓말이다. 82세 듀오에게 쏟아부은 46억 원. 이건 합리적인 투자인가, 아니면 과거의 영광에 매몰된 도박인가?
에이징 커브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당장 내일 아침 기상천외한 부상으로 시즌을 접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라팍'의 뜨거운 열기를 이 노장들이 풀타임으로 견뎌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럼에도 삼성이 이들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재현, 김영웅 같은 '어린 사자'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거대한 우산이 필요해서다.

해결사 본능을 가진 최형우가 버티고, 투수진의 절대적 신뢰를 받는 강민호가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팀의 무게감은 달라진다.
'우승하는 법'을 아는 자와 '우승이 미치도록 고픈 자'의 결합이 만들어낼 시너지는 데이터로 산출되지 않는 영역이다.

삼성은 이제 LG 트윈스의 독주를 막을 강력한 대항마로 꼽힌다. 낭만은 충분하다.
하지만 야구는 만약이 아니다. 결과로 말해야 한다.
최형우의 호언장담대로 강민호의 손가락에 금빛 반지가 끼워진다면 이번 투수는 '역대급 신의 한 수'로 기록될 것이다.

반대로 이들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다면, 삼성의 2026년은 그저 노장들의 은퇴식 준비로 분주한 한 해가 될지도 모른다.
자, 판은 깔렸다. 이제 82세 듀오가 증명할 차례다.
라팍에서 사자후가 들릴지, 아니면 노병들의 슬픈 퇴장가가 울릴지 지켜볼 일이다.
글/구성: 민상현 전문기자, 김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