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바이오가 2년 연속 8조원 이상의 라이선스아웃(LO) 실적을 냈다. 과거 전통제약사 중심의 한정된 성과가 강소 바이오텍으로 옮겨간 것이 주목된다. 특히 바이오텍은 1조원대의 대형 딜을 잇따라 체결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의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
차세대 약물로 각광받는 항체약물접합체(ADC)를 포함해 치매치료제와 약물전달 플랫폼 등 기술수출 분야도 다변화됐다. 바이오텍의 기술성과가 늘면서 대형사 중심의 과거 편중 현상이 완화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건당 계약 규모 4년 내 최고점
3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이전 거래금액(계약금 비공개 제외)은 총 8조5524억원(약 58억2550만달러)으로 나타났다. 전년의 8조7296억원에 이어 2년 연속 8조원대 실적이다.
최근 급격히 줄었던 LO 규모는 이제 코로나19 이전 시기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LO 총액은 각각 1조8116억원과 6조1429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 특수로 일시적으로 10조원 이상을 기록한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올해 실적은 기대보다 높다.
계약의 질적 성장은 더욱 뚜렷하다. 계약 건당 규모가 빠르게 확대됐다. 올해 LO 계약 건수는 15건으로 전년 대비 5건 줄었다. 그럼에도 평균 계약금액은 5428억원이다. 이는 전년도의 4365억원보다 24.35% 증가한 액수로 코로나19 특수가 한창이던 2020년(6815억원) 이후 가장 크다.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2023년 3건에 불과했던 5000억원 이상 대형 딜은 올해 8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1조원 이상 초대형 딜 역시 4건에 달했다.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업프런트)도 다수의 계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올 6월 미국 에보뮨과 자가염증질환치료제 APB-R3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에이프릴바이오는 207억원(약 1500만달러)의 선급금을 받았다. 같은 달 아이엠바이오로직스가 기술수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 후보물질 IMB-101의 선급금은 276억원(약 2000만달러)에 달했다.
전통제약사 중심 패러다임 전환…바이오텍 약진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한 기업 대다수가 바이오텍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과거 기술수출 당사자 대부분이 국내 대형제약사와 대기업 계열사에 한정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15건의 LO 가운데 바이오텍이 주체가 된 계약건은 13건이다. LG화학과 SK바이오팜을 제외하면 모두 바이오텍이 성사시켰다. 가장 큰 계약을 체결한 회사 역시 바이오텍이다. 오름테라퓨틱는 올 7월 미국 버텍스파마슈티컬스와 9억4500만달러(약 1조3900억원) 규모의 LO 계약을 맺었다. 업프런트는 1500만달러(약 220억원)다. 이는 오름테라퓨틱의 2023년 매출인 115억원의 2배에 달하는 액수다. 이밖에도 최대 3개 타깃에 대해 각각 3억1000만달러의 추가 옵션 및 마일스톤을 받기로 했다.
오름테라퓨틱이 수출한 기술은 표적단백질분해제(TPD)다. 차세대 항암기술인 TPD는 질병과 연관된 단백질을 없앤다.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에 붙어 단백질의 확장이나 기능을 저해하는 기존 표적치료제를 넘어 질환을 일으키는 타깃 단백질을 분해해 없애버리는 기술이다.
알테오젠은 올 2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총 7억3200만달러의 LO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미국 머크(MSD)와 인간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엔자임 ALT-B4 기술 이전을 위해 4억3200만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11월에는 일본 다이이치산쿄와 ALT-B4의 피하주사제(SC)형 라이선스 사용권을 총 3억달러에 매각했다.
LO의 주역이 바이오텍이라는 것은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2023년 공개된 20건의 기술수출 계약 중 7건은 대웅제약, 종근당 등 전통제약사와 대기업 몫이었다. 2022년 역시 16건 중 6건은 기존 전통대기업의 실적이었다.
항암제서 치매치료제까지…L/O 물질 다변화
전통항암제와 당뇨병치료제 등에 국한됐던 수출물질 역시 다변화하고 있다. 자가염증치료제와 차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ADC, 치매치료제 등이 새롭게 주력 LO 물질에 이름을 올렸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가 6월 LO에 성공한 자가염증질환치료제 'IMB-101(OXTIMA)'이 대표적이다. 계약 규모는 9억4000만달러(약 1조3800억원)로 올 상반기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이었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Innovative Medicines based on ImmunoModulatory Biologics'를 슬로건으로 2020년 8월에 설립된 신생 바이오텍이다. 신생 바이오텍이 1조원 이상 대형 딜에 성공한 셈이다.
지놈앤컴퍼니는 올 6월 스위스 제약사 디바이오팜에 ADC 물질 'GENA-111'을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 마이크로바이옴에서 항체로 전략을 확장한 후 내놓은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밖에 아리바이오는 경구용 치매치료제인 AR1001의 중국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7억7000만달러, 업프론트는 1200억원이다. 이번 기술수출은 중국에 진출하는 단일 신약으로는 최대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은 기술수출 분야의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신흥 플레이어로 부상했다"며 "최근 기술수출이 대형화하는 경향은 글로벌 빅파마들이 보기에 한국 기업들의 파이프라인과 기술 수준이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기술수출 모델은 지속적으로 성숙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건수별 계약 규모가 성장한 것은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톱티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다양한 파이프라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인한 만큼 향후에는 관련 산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탄탄한 기반을 지속적으로 발전, 유지하려면 전략적인 투자도 동반될 필요가 있다"며 "향후 관련된 사업의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전략적인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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