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없다” 전남 초등학교 32곳 신입생 ‘0명’…광주 입학생 1만명 ‘붕괴’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5. 3. 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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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 저출생·학령인구 감소 여파…‘1학년 없는 초등학교’ 속출
광주 9969명·전남 1만108명 역대 최저치…매년 1000명 이상씩 감소
광주 중앙초 1명 불과…전남 10명 미만 미니 학교 270곳, 전체 ‘61%’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저출생과 학령인구 감소로 전남지역 초등학교 32곳은 올해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하지 못했다. 전남 도내 전역에서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고, 신입생이 전혀 없는 학교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100년이 넘는 전통학교도, 대도시 광주도 이제 예외가 아니다. 학생이 없어 문을 닫는 학교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일제강점기인 1907년 개교한 광주 중앙초등학교도 도심 공동화의 직격탄을 맞아 올해는 신입생이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전남의 한 초등학교 학생 신발장이 텅텅 비어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저출생과 학령인구 감소로 전남지역 초등학교 32곳은 올해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하지 못했다. 전남 도내 전역에서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고, 신입생이 전혀 없는 학교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100년이 넘는 전통학교도, 대도시 광주도 이제 예외가 아니다. 학생이 없어 문을 닫는 학교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일제강점기인 1907년 개교한 광주의 명문 중앙초등학교는 도심 공동화의 직격탄을 맞아 올해는 신입생이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전교생 5000명'→'신입생 1명'…118년 전통 광주 중앙초서 무슨 일이?

4일 오전 광주 동구 중앙초등학교 1학년 교실. 올해 신입생이 1명에 불과해 '나 홀로 입학식'이 열렸다. 입학식에는 신입생 A군과 A군의 부모, 이 학교 배창호 교장과 교사 등 학교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혼자 입학하는 A군을 격려하기 위해 A군 조부모의 응원 영상도 소개되며 '1인 입학식'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저출생과 학령인구 감소로 전남지역 초등학교 32곳은 올해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하지 못했다. 전남 도내 전역에서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고, 신입생이 전혀 없는 학교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100년이 넘는 전통학교도, 대도시 광주도 이제 예외가 아니다. 학생이 없어 문을 닫는 학교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일제강점기인 1907년 개교한 광주 중앙초도 도심 공동화의 직격탄을 맞아 올해는 신입생이 단 한 명에 불과했다. 광주 중앙초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광주 도심 초등학교로 올해 취학하는 학생이 단 1명에 불과한 동구 중앙초등학교 신입생 입학식이 4일 오전 학교 1학년 교실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중앙초는 지난해 3명이 입학했지만, 올해는 A군 한명만 받았다. A군과 함께 중앙초에 취학 예정이었던 2명이 인근 다른 초등학교로 가면서 결국 A군 혼자만 입학했다. 그나마 A군의 누나가 이 학교 6학년이어서 등하교를 함께 한다. A군은 국어 등 필수과목 수업은 선생님과 1대1로 하고, 예체능 수업은 2학년 형·누나들과 함께한다. 1907년 문을 연 중앙초는 전교생이 23명으로 교사는 교장을 포함해 모두 9명이다. 올해부터 전교생 30명 이하인 학교에는 교감을 배치할 수 없어 교사 숫자는 더 줄어들 수 있다.

중앙초의 쇠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광주 최대 번화가였던 금남로 인근에 있어 1970∼1980년대에는 학급수 90여개, 학생 수 5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큰 학교였지만 2000년대 들어 인구감소와 도심공동화에 직격탄을 맞았다. 광주 외곽지대에 신도심이 조성되면서 학교 인근 옛도심에서 인구가 빠져나가는 급격한 공동화 현상을 겪었고 중앙초 등 옛 도심 학교 일부는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했다.

광주의 경우 학령인구가 1만 명대 밑으로 내려갔다. 광주시교육청·전남도교육청의 2023~2025학년도 초등학교 학급 배정 현황에 따르면 광주의 경우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은 9969명이다. 전년보다 1423명이 줄어든 것으로 광주 초등 신입생은 2023학년도 1만2538명, 2024학년도 1만945명 등 매년 1000명 이상씩 감소했다. 

'빈익빈 부익부'…원도심 '텅텅' vs 택지개발지역 '과밀'

광주지역 전체 초등학교 155개교 중 입학생 10명을 채우지 못하는 '초미니'학교가 올해 9곳에 달했다. 중앙초는 1명에 불과했고 무학초·송학초 2명, 임곡초·본량초 4명, 동초충효분교 5명, 북초 6명, 동곡초 8명, 서석초 9명 등이다. 

올해 신입생 수가 15명에 미치지 못한 초등학교도 17개교에 달했다. 지산초 10명, 삼정초 11명, 동초·평동초·삼도초 12명, 목련초·오치초·효광초 13명으로 광주지역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 20.4명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다.

반면, 전교생 수가 4년 전보다 4배 증가한 곳도 있다. 광주 효동초는 지난 2021년 전체 학생 수는 290여 명이었는데, 올해는 1100여 명으로 4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었다. 주택 단지였던 주변이 재개발되면서 학생 수가 폭증하면서다. 광주 재개발, 재건축 예정 부지는 19곳으로, 대규모 개발이 이어지는 만큼 한동안 지역 간 학교 쏠림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광주는 원도심과 농촌지역 학교에서는 학생이 줄고 대규모 택지개발지역에는 반대로 학생 과밀 현상이 나타난다"며 "소규모 학교가 늘어남에 따라 교육과정 운영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맞춤형 교육 제공 등 교육력 강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전남 해남군 문내면 우수영 초등학교. 이 학교는 법정스님(25회 졸업·속명 박제철)을 배출한 명문 학교로 올해로 개교 107년을 맞이한다. 이 학교도 올해 신입생이 3명에 불과하다. 수영 초교 100주년 기념 표지석 ⓒ시사저널 정성환

'무소유 법정스님' 모교도 폐교 위기…신입생 '3명' 

농어촌지역이 많은 전남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저출산 현상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전남지역의 초등학교 신입생 수가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해남군 문내면 우수영 초등학교. 이 학교는 법정스님(25회 졸업·속명 박제철)을 배출한 유서 깊은 학교로, 올해 개교 107주년을 맞이한다. 1970~80년대만 해도 총 학생수가 1500여명에 달했다. 한 학급 학생수가 60명을 넘기는 게 다반사였고,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 등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학교도 농촌 인구감소로 인한 학령인구 고갈의 직격탄을 피해 갈 순 없었다. 지난해 재학생 수는 78명(2024년 말 기준)이었으나 올 신학기는 54명으로 출발했다. 신입생 3명이 입학하는데 반해 6학년 21명이 졸업하기 때문이다.

당초 취학통지서를 받은 4명이 인근 도시의 다른 초등학교로 가면서 결국 3명만 입학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기 중간에 또 몇 명의 학생이 목포 등 도시로 빠져 나갈지는 모르겠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학교가 사라진다"…올해 전남 10곳 폐교 예정

사정은 이 학교 뿐만 아니다. 전남도내 초등학교 취학 예정 아동 수가 해마다 1000명 이상씩 줄어드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지역 초등학교 입학 예정 아동 수는 1만10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1047명 줄었다. 2023년의 1만2881명, 지난해 1만1155명 보다 매년 1000명 이상씩 줄어들고 있다. 입학 예정자가 1000명 이상인 곳은 목포(1396명)·순천(1933명)·여수(1631명)·광양(1073명) 등 4개 시(市) 지역이었다. 반면 함평(93명)·신안(75명)·곡성(73명)·구례(67명)은 100명 미만이었다. 

또 100명대에 그친 곳은 진도 102명·장흥 105명·보성 110명·강진 131명·담양 165명·고흥 179명·장성 185명 등이다. 군 단위 지역 중 도청이 있는 무안은 685명으로 유일하게 500명대를 넘겼고, 화순·해남·영암·영광·완도는 200명대를 기록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도내 32개 초등학교에서 신입생이 한 명도 없어 입학식을 개최하지 못하게 됐다는 점이다.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작년 4월 기준 '신입생 없는 초등학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입학 예정자가 단 한 명도 없는 학교는 여수 안일·돌산·화정초, 보성 율어·복내초, 장흥 장동·부산초 등 총 32개 학교에 달했다. 

여수시의 경우 본교 3곳과 분교장 4곳 등 모두 7개 학교로 가장 많았고, 보성군은 본교 4곳, 진도군은 본교와 분교장이 2곳씩이었다. 신입생이 10명 미만인 초미니 학교도 많았다. 전체 458개 초등학교 중 270곳으로 휴교 중인 13개 학교를 제외하면 61%에 이른다.

군(郡) 지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구례군 10곳 중 8곳(80%), 고흥군 19곳 중 17곳(89%), 장흥군 14곳 중 12곳(86%), 강진군 13곳 중 12곳(92%), 진도군 14곳 중 12곳(86%), 신안군 21곳 중 20곳(95%) 등 80% 학교가 신입생이 10명도 되지 않는다.

전남교육청 운영 지침 상 3년 동안 신입생이 없을 경우, 지역 여론을 수렴해 학교 폐교 절차에 들어가는데, 2년째 신입생이 없는 학교도 17곳에 달했다. 진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폐교 현황'에 따르면 전남의 경우 올해 10개 학교가 폐교될 예정이다. 

정부가 실시한 전국 지방 소멸 위험도 조사 결과, 소멸 위기 지역으로 꼽힌 전남. 전국 288개 시·군 인구 변화 조사 결과, 지방 소멸 위험도가 높은 지역 59곳 가운데 13곳이 전남이었다. 지역 소멸 위기가 커진 가운데, 학령인구 감소세도 악화되고 있다. 전남지역 초등학교 입학생 수를 살펴봤더니, 지난 5년 사이 2000여 명이 줄었다. 특히 5개 시 단위 지역 중 4곳은 1000명대를 유지했으나 나주시는 897명에 그쳤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감소가 아닌, 장기적인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함을 의미한다. 

사실, 학령인구 감소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0년 86만여 명에 이르던 한 해 출생아는 2010년 47만여 명으로 30년 만에 반토막 났다. 문제는 저출생과 더불어 취업 등으로 인구 유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령인구 감소는 악순환 고리의 시작점이라는 점이다. 초등학생 인원이 적을수록 선호도는 떨어지고, 학부모들이 이사하면서 더 쪼그라든다. 

이런 환경에서는 학습 효과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진행도 어려워진다. 또한  학교는 통폐합되며, 교사마저 줄고 있다. 학습권 침해에 대한 문제가 커질 수 있는 지점이다. 교원 배치 문제도 심각하다. 학생 수 감소에 따라 교사 정원 감축이 불가피해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전담 교사 없이 운영되는 교과목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근본적인 해법은 국가 차원의 출산율을 끌어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만큼 학부모와 학생들을 전남에 끌어 들이는 교육 경쟁력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화순 이서 농산어촌 유학 커뮤니티센터 ⓒ시사저널

학생 수 감소 대안 '교육력 강화'…'작은 학교·농산어촌유학' 효과는

전남교육청은 학생 수 감소 대책의 일환으로 '작은 학교'와 '농산어촌유학'을 제시했다. 작은 학교는 학생 수 60명 이하인 학교를 말하는데, 방과 후 교육이나 지역 맞춤형 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해 교육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소규모 초등학교가 늘면서 지역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이 교육과정 차원에서 학생 수 감소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전국 최초로 도입한 농산어촌유학의 효과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전남 밖에 거주하는 학생이 전남지역으로 전학해 6개월 이상 교육받는 프로그램인데 지난해 304명이 누적 신청했고, 이 가운데 20%가 3년 이상 장기 거주를 선택했다. 올해 1학기 농산어촌 유학생 배정자는 80명이다. 

박소연 전남교육청 교육자치과 장학사는 "지자체와 함께 학령인구를 높이기 위한 대안을 찾아보려고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하지만 전반적인 저출생과 지방소멸위기, 인구 감소로 학령인구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곤혹스러워했다.

한 교육전문가의 말이다.

"전남도교육청은 신입생에 대한 교육 수당을 지급하고 농·산·어촌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있으나, 저출생과 수도권 집중화 문제가 겹치며 문을 닫는 학교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학령인구 감소 문제는 결국 지역 인구 감소와 연결된다. 따라서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넓은 차원의 정책적 접근이 절실하다. 귀농·귀촌 지원 정책을 보강하고, 교육 인프라를 개선함으로써 젊은 가정이 지방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육 당국의 절신한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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