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들은 잘 모르지만, 일본인들은 이미 다 아는 여행지 이야기
일본 여행 이야기를 하면 늘 비슷한 장면이 떠올라요. 도쿄 시부야, 오사카 도톤보리, 후쿠오카 텐진 같은 익숙한 곳들이요. 한국인들끼리 모이면 “이번엔 어디 갔어?” 하면서도 결국은 비슷한 코스를 반복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그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고 일본 현지 여행 트렌드를 보다 보니 조금 씁쓸한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잘 모르는 곳들이 있는데, 일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인기 여행지로 자리 잡은 곳들이 있더라고요. 한국 관광객은 거의 없는데, 일본인들은 주말마다 가고 예약 전쟁까지 벌어진다는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괜히 뒤처진 느낌이 들었어요.
‘왜 우리는 이런 곳을 잘 모를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왔어요.

가나자와, 한국인은 생소하지만 일본인은 이미 다녀간 도시
첫 번째로 알게 된 곳은 가나자와예요. 솔직히 말하면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아직까지 크게 회자되는 도시가 아니에요. 패키지 여행에도 거의 포함되지 않고, 검색량도 도쿄나 오사카에 비하면 훨씬 적어요.
그런데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작은 교토’라고 불리며 꾸준히 사랑받는 도시예요. 주말마다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히가시 차야 거리의 전통 건물과 겐로쿠엔 정원은 일본인들이 사진 찍으러 일부러 찾는 명소라고 해요.
여기서 묘한 대비가 느껴졌어요. 한국인들은 교토에 몰리고, 일본인들은 가나자와로 빠져나가는 분위기랄까요. 교토는 한국어가 더 많이 들린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인데, 가나자와는 상대적으로 훨씬 조용하다고 해요.
괜히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우리가 다 아는 곳만 돌고 있을 때, 일본 사람들은 이미 다음 단계의 여행지를 찾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구사쓰 온천, 한국인은 모르는데 일본인은 온천의 성지로 여기는 곳
두 번째는 군마현의 구사쓰 온천이에요. 도쿄 근교인데도 한국인 관광객은 많지 않다고 해요. 반면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온천 하면 구사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명한 곳이에요.
유바타케라는 거대한 온천 수증기 광장은 사진만 봐도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겨요. 겨울에는 눈과 온천 수증기가 어우러져 정말 일본 특유의 감성이 살아난다고 하더라고요. 일본인들은 가족 여행, 연인 여행으로 자주 찾는다고 해요.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요. 온천 여행을 간다고 해도 하코네나 유명 관광지 위주로만 움직이잖아요. 일본인들이 실제로 가장
사랑하는 온천 마을은 따로 있는데,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거의 언급조차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 지점에서 저는 약간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우리가 ‘일본 여행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일본 사람들이 진짜 좋아하는 곳은 잘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었어요.

다카치호 협곡, 일본인들은 예약 전쟁인데 한국인은 이름도 낯선 곳
세 번째는 미야자키현의 다카치호 협곡이에요. 이곳은 일본 신화의 배경이 된 지역으로도 유명하고, 자연 풍경이 압도적인 협곡이에요.
특히 가을 단풍 시즌에는 일본인들 사이에서 예약이 힘들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해요. 보트를 타고 절벽 사이를 지나며 폭포를 보는 체험은 일본 여행 버킷리스트로 꼽히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거의 언급이 없어요. 규슈 여행을 가더라도 후쿠오카, 유후인, 벳푸 정도에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다카치호 협곡은 접근성이 조금 애매하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이 대비가 확실히 느껴졌어요. 일본인들은 일부러 시간을 들여 찾아가는데, 우리는 잘 모른 채 지나치고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가나자와, 구사쓰 온천, 다카치호 협곡을 알게 되면서 저는 단순히 새로운 여행지를 배운 게 아니라, 여행 정보의 편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어요.
한국인들끼리 공유되는 정보는 비슷한 코스로 반복되고, 그 안에서만 소비되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 일본인들은 자신들만의 인기 여행지를 꾸준히 찾고, 계절마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고 해요.
물론 유명 도시도 충분히 매력적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이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일본인들이 자주 가는 곳을 따라가 보는 것도 또 다른 방식의 여행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글을 쓰면서 느낀 건 하나예요. 우리는 일본을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만, 일본 사람들이 진짜 좋아하는 여행지는 아직 다 알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에요.
다음에 일본을 간다면, 남들이 다 가는 곳 말고 일본인들이 실제로 주말마다 찾는 장소를 한 번쯤 선택해 보고 싶어요. 그때는 아마 조금 다른 일본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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