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 가서 아는 척
할 수 있도록
미스터동의 [쉽게 맥락을]
"이제는 말보다 행동" 1480원 뚫리자
정부가 꺼낸 역대급 카드
최근 원·달러 환율이 심상치 않게 오르면서 '곧 1,500원도 뚫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 여러분도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정부가 24일 작심하고 칼을 빼 들었습니다.
정부가 어떤 카드를 꺼냈고, 앞으로 환율 시장은 어떻게 흘러갈지 핵심만 정리했습니다.

정부가 얼마나 강력하게 나온 거야?
정말 작심하고 나왔습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오늘 많은 일이 있을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낸 데 이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는데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도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정책 실행 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강한 톤으로 시장에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단순한 엄포가 아니었습니다.
시장에서는 당국이 말로만 개입한 게 아니라, 약 20억 달러(약 2조 8천억 원) 규모의 달러를 실제로 시장에 푼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효과는 즉각적이었습니다.
24일 오전 1,484.9원으로 시작해 연고점(1487.6원)을 위협하던 환율은 정부의 개입 직후 수직 낙하했습니다.
결국 전날보다 33.8원이나 떨어진 1,449.8원에 장을 마감했는데요.
이는 3년 1개월 만에 최대 낙폭입니다.
야간 거래에서는 더 떨어져 새벽 2시 종가 기준으로 1,445.70원까지 내려갔죠.
외국인들도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고 달러 선물 시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1조 6천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원화 강세에 배팅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가요?
가장 큰 이유는 '연말 종가' 관리 때문입니다.
기업과 은행은 연말 마지막 날의 환율을 기준으로 1년 치 장부를 확정하는데요.
환율이 너무 높으면 외화 부채가 많은 기업은 장부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은행은 BIS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져 대출 여력이 줄어들게 됩니다.
결국 기업과 가계 대출 축소, 물가 상승 압박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거죠.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마른 수건 짜내기'라고 표현합니다.
환율 1,500원 선이 뚫리면 걷잡을 수 없이 튈 수 있다는 공포감이 커지자,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를 총동원해 급한 불을 끈 셈입니다.

서학개미에게 세금을 깎아준다는 건 무슨 얘기야?
환율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서학개미(해외 주식 투자자)'의 자금을 국내로 돌리기 위한 유인책입니다.
개인 투자자가 해외 주식을 팔고 그 돈을 환전해 국내 주식에 1년 이상 장기 투자하면,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주겠다는 건데요.
구체적으로 보면 혜택은 복귀 시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내년 1분기에 들어오면 세액의 100%를 감면해주고, 2분기는 80%, 하반기는 50%를 깎아줍니다.
최대 5천만 원의 매도 금액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죠.
이 외에도 기업이 해외 자회사에서 받은 배당금을 국내로 들여올 때 세금을 안 매기는 범위를 확대(익금불산입률 95%→100%)하고, 개인 투자자도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선물환 매도 상품을 출시하도록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게 만들어 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리겠다는 복안입니다.

정말 효과가 있을까?
전문가들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긍정적인 쪽에서는 이번 조치가 심리적 저지선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다양한 대책이 한 방향으로 쏠린 원화 약세 심리를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고, 김태봉 아주대 교수도 "단기적으로 환율 안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습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미국 주식 수익률이 더 높은데 세금 좀 깎아준다고 서학개미가 돌아오겠느냐"며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봤습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역시 "국내 주식을 1년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유인 효과가 작다"고 지적했죠.
오히려 환율이 오르면 환차익을 볼 수 있어 주식을 안 팔고 버틸 수도 있다는 겁니다.

형평성 논란은 없어?
논란이 있긴 합니다.
묵묵히 국내 주식을 지켜온 '동학개미'나 예금만 한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고, 오히려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고 지적받는 서학개미에게만 세금을 깎아주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수십억 원을 굴리는 고액 자산가들에게 양도세를 면제해주는 것이 맞느냐는 '부자 감세' 비판도 나올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서학개미가 환율 상승의 주범이냐는 반론도 있습니다.
국민연금도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개인에게만 책임을 돌린다는 거죠.

앞으로 환율은 어떻게 될까?
급한 불은 껐지만,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이번 하락이 3년여 만에 최대폭이긴 하지만, '약발'이 언제까지 갈지는 미지수입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정부 개입 효과가 길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올 2분기에도 정부가 개입해 환율을 1,380원까지 내렸지만, 다시 1,480원까지 올랐었죠.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해열제'일 뿐,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니라고 입을 모읍니다.
결국 중요한 건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인데요.
가계 부채와 경기 침체 우려 때문에 금리를 올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어디 가서 아는 척할 수 있는 정보" 시사 경제 뉴스레터 <미스터동>이었습니다.
우리는 내일 또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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