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도 있고 체험도 다양하니 도시 친구들이 왔으면 해요"
함양 마천초등학교(교장 윤정미) 6학년 심기쁨, 임시완, 허정우 학생은 5년째 학교생활을 함께하고 있다. 기쁨, 정우 학생은 다섯 살 때부터 유치원에 이어 초교를 같이 다녔고, 시완 학생이 2학년 때부터 이곳에 다니면서 '삼총사'가 됐다.
마천초교는 올해 전교생이 18명, 병설유치원생이 1명이다. "학생 수는 적지만 체험학습이 많아요." 6학년 '삼총사'에게 학교 특색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역시 작은학교에 정통한(?) 답변이 돌아왔다. 학생들도 작은학교 생활 경험이 풍부하기에 나올 수 있는 말이었다.
학생들은 지난해 제주에 있는 국립국제교육원 영어교육센터에서 어학체험학습을 했고, 올해는 마천면 초·중학교 총동문회, 지리산마천농협 등 후원으로 3~6학년 학생 13명이 6월 말레이시아로 수학여행을 다녀올 예정이다. 설렌 마음에 벌써 여행가방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다.
도시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지 궁금했다.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6학년 학생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산만 봐도 경치가 좋아요. 한적하고요. 학교에 있는 다들 즐겁고 밝아요. 오히려 여기가 편한 것 같아요. 다양한 체험학습이 있으니 도시 친구들이 오면 좋겠어요."
◇작은학교 '교사 드림팀' = 마천초교는 작은학교 운영 경험을 쌓아온 교사가 모여 있다. 앞서 윤정미 교장은 함양 서상초교에서, 정창범 교감은 거창 가북초교와 신원초교에서 각각 작은학교 살리기를 추진한 바 있다.
김수경 교무부장 교사는 '경남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 본보기가 된 함양 서하초교에서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했던 당사자다. 이주영·권옥예·손명옥·장원욱 교사는 함양 유림초교에서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을 경험했다.
이처럼 작은학교 전문가들이 한 학교에 모일 수 있었던 이유는 마천초교가 벽지학교이기 때문이다. 승진을 앞두거나 준비하는 교사들이 3년간 벽지학교 등 근무 과정을 거친다. 비록 한 교사가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이 3년이어서 짧은 편이지만, 작은학교 운영 비결이 마천초교로 모일 수 있는 환경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학생, 학부모, 다음 교사들을 위해 우리가 무언가 하고 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더 많이 느껴요. 선생님들이 기본적으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하나같이 마음을 모으다 보니 분위기가 좋은 것 같고요." (김수경 교사)
마천초교는 올해 간절히 바랐던 '경남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에 선정되지 못했다. 교직원들도 이번 결과를 상당히 아쉬워했다. 이 사업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참여해 학교 인근 공공임대주택 건립을 지원하는데, 마천면 지리적 특성상 꼭 필요한 부분이다. 지리산 품에 안겨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래서 고립된 측면이 있다. 마천초교에서 함양읍으로 향할 때 큰길을 따라가면 경남이 아니라 전북 남원 산내면과 인월면 등을 통과한다.
"함양읍과 더 가까운 지역에 있는 학교와 비교해보면 마천초교는 더더욱 살리기 어려운 환경이지요. 인근에 통폐합이라도 할 수 있는 학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막혀 있다고 보면 돼요. 반면에 좋은 점은 조금만 가면 전라도인데, 경상도와 전라도 가리지 않고 아이들이 유입할 수 있는 환경이고 지리산을 낀 여행지인 데다 귀촌이나 귀농할 때 선호하는 곳이거든요." (장원욱 교사)
"외부 인구가 유입하려면 학교의 교육과정만으로는 부족하고요. 마천지역은 쉽게 정착할 수 있는 집이나 땅 시세가 아니어서 LH와 협업하는 사업이 들어와야 젊은 층이 정착하기 조금 더 쉽다고 학교에서는 분석하고 있어요. 내년에 또 도전해야 한다고 고민하고 있는데, 다들 염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좋겠어요." (손명옥 교사)
◇특색 교육 '꿈동산' = 마천초교는 내년에 예정된 입학생이 없는 상황이다. 학급이 또 줄어들 위기에 맞닥뜨렸는데, 교육공동체는 이 난관을 헤쳐나가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총동문회와 지역 장학회 등 지원은 든든하다.
"올해 처음 마천초교에 왔는데요. 다른 학교보다 동창회라든지 이런 지원이 너무 마음이 느껴지고, 사업 선정 심사 때도 시간을 내 전국 각지에서 와주셨거든요. 물론 다른 학교도 그렇지만, 이런 모습을 봤을 때 마천초교가 조금 더 특별하지 않나 싶어요." (권옥예 교사)
마천초교 특색 교육과정 '꿈동산 프로젝트'도 빼놓을 수는 없다. 학생들의 '꿈'을 찾아주고 '동'화 같은 공간에서 깨끗한 지리'산'과 함께 마음껏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학교를 지향한다. 지난해부터 적용한 교육과정이다.
'꿈'에는 어린이 연극이 활성화한 함양지역 특성을 살린 연극교육, 영어 캠프나 국외 수학여행 등을 추진하는 영어교육, 올해 시작한 승마교육, 천체·발명 동아리 운영 등이 포함돼 있다.
일례로 올 3월부터 3~6학년 학생은 매주 목요일 함양승마클럽에서 승마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함양군 작은학교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예산을 지원받아 학생들은 승마 기술을 배우며 집중력과 생태 감수성을 기른다. 이미 학생들은 말에게 먹이를 주며 친해지는 단계를 밟았다.
'동'에는 학교 안팎 공간혁신 계획이 담겨 있다. 마천초교는 학교 공간혁신 사업으로 도서실을 구상하고 있다. 작은학교 교실 재구조화는 물론 학생들이 자유롭게 쉬고 놀이도 즐기며 마을에도 개방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목적실 재구조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학교 밖에는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뛰어놀 수 있도록 오래된 실외 놀이터를 생태 놀이터로 조성할 방침이다. 학교 구성원들은 지리산 생태환경을 활용해 기후환경교육과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에는 지리산 숲 생태 체험학습, 지리산 자락 농특산물을 재배하는 양전·하정·가채·촉동마을과 연계한 교육과정, 마천·수동·금반·유림·지곡초교 등 지리산을 따라 이어진 학교들의 공동교육과정 운영 등을 담고 있다.
특히 마천초교는 이 같은 다양한 교육활동을 학생 가족과 다른 지역 가정에도 알리며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지리산 속 보물찾기 오픈데이' 행사를 지난해부터 이어오고 있다. 재학생 가족을 포함해 함양읍, 거창, 진주, 전북 남원 등에서 온 가족까지 16~19가구가 참여했다. 열린 학교,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로 거듭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처럼 작은학교와 마을공동체 등 지역사회는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
"학교 자체적으로 기획한 행사인데, 학부모, 교육 가족, 다른 지역에 사는 학부모나 가족을 초청해 저희 교육과정을 나누고 지역 문화도 나누면서 마천지역에도 관심을 보일 수 있게끔 유도하고 있어요. 좀 더 넓은 범위에서 지역 매력도까지 나름대로 학교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높여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지역 축제와도 긴밀하게 연계해 학생들이 축제를 체험하고 축제장에서 공연도 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이화영 연구부장 교사)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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