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는 입도 뻥끗 안 했는데···호날두 ‘SNS 가짜뉴스’가 집어삼킨 포르투갈 대표팀

김세훈 기자 2026. 6. 2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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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호날두가 23일 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1·포르투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이름은 또다시 월드컵 최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경기 뒤 동료 선수의 평범한 인터뷰가 온라인에서 왜곡되면서 대표팀 전체가 뜻밖의 소셜미디어 폭풍에 휘말렸다.

포르투갈은 지난 21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콩고민주공화국과 1-1로 비겼다. 경기 후 미드필더 주앙 네베스는 취재진과 인터뷰를 했다.

질문은 “이번이 호날두의 마지막 월드컵이다. 포르투갈은 팀 색깔이 강한데, 이렇게 큰 스타와 팀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고 있나”였다. 네베스는 특별할 것 없는 답을 내놓았다. 그는 “우리는 호날두가 포르투갈 대표팀과 세계 축구에 어떤 일을 해왔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우리 중 한 명이다. 다른 선수들과 다르지 않다. 모두가 그렇듯 팀을 돕기 위해 뛰고 있다”고 답했다.

그가 말하려던 요지는 명확했다. 호날두가 위대한 선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의 포르투갈은 특정 선수 한 명이 아닌 팀으로 움직인다는 뜻이었다.

문제는 이 발언이 소셜미디어에 올라가면서 시작됐다. 원래 인터뷰 전체가 아니라 “그는 우리 중 한 명일 뿐이다(He’s one of us)”라는 부분만 짧게 잘려 퍼졌고, 일부 계정은 이를 “네베스가 호날두를 평범한 선수라고 말했다”는 식으로 해석했다.

맥락이 사라진 짧은 영상은 순식간에 확산됐다. 호날두 팬들은 네베스가 대표팀 최고 스타를 무시했다고 받아들였다. 네베스의 인스타그램에는 “호날두를 존중하라”, “네가 호날두보다 이룬 게 뭐냐”, “공부터 제대로 패스하라”는 댓글이 쏟아졌다.

논란은 네베스 혼자에게 그치지 않았다. 브루누 페르난데스, 비티냐 등 다른 포르투갈 선수들의 계정에도 비슷한 댓글이 달렸다. “호날두에게 공을 더 줘야 한다”, “왜 팀이 호날두를 돕지 않느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급기야 선수 가족까지 공격 대상이 됐다. 네베스의 연인인 포르투갈 배우 마달레나 아라고앙이 네베스와 찍은 사진을 올리자 댓글창은 악성 댓글로 뒤덮였다. 결국 그는 댓글 기능을 제한해야 했다.

여기에 또 다른 왜곡이 더해졌다. 온라인에는 아라고앙이 “당신들의 GOAT(역대 최고 선수)에게 은퇴하라고 말하라”고 쓴 것처럼 보이는 게시물이 퍼졌다. 하지만 이는 조작된 가짜 이미지였다. 놀랍게도 호날두의 연인 조지나 로드리게스조차 이를 진짜로 믿었다. 조지나는 해당 이미지를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미래 세대가 이렇게 자라다니 놀랍다”는 글을 남겼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게시물을 삭제했다. 가짜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인터뷰 일부가 잘리고, 잘린 영상이 다른 의미로 해석되고, 거기에 가짜 게시물이 더해지면서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논란이 만들어진 셈이다.

포르투갈 대표팀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포르투갈은 콩고민주공화국과 비기면서 경기력 논란에 휩싸여 있다. 호날두는 메이저 대회 10경기 연속 필드골이 없고, 대표팀 공격이 지나치게 호날두 중심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논란에서 호날두 본인은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이름은 여전히 포르투갈 대표팀의 모든 담론을 빨아들이는 중심에 있다.

과거에는 경기 결과가 논쟁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20초짜리 인터뷰 영상과 알고리즘, 팬덤 문화가 선수와 가족, 연인까지 순식간에 논란 속으로 끌어들인다.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채 감정이 먼저 확산되는 시대다.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슬레틱은 “2026년의 월드컵은 경기장 안에서만 열리지 않는다.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 옆에는 수억 명이 동시에 접속하는 또 다른 경기장, 소셜미디어가 존재한다. 그리고 때로는 그곳이 실제 경기보다 더 거칠고 잔인하다”고 전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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