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전주에는 최근 몇 달 사이 입소문을 타고 기록적인 방문객을 모은 특별한 공간이 있다. 바로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이다. 지난 5월 한 달 동안만 29만 명이 찾으며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입장료와 주차비 모두 무료라는 조건이 눈길을 끌지만, 단순히 ‘공짜’라는 이유로는 이 놀라운 성장을 설명할 수 없다.
이곳은 수십 년간 쌓아온 철학과 사회적 가치를 기반으로, 휴식과 생태 보존, 그리고 사회공헌이 조화를 이룬 모범적인 문화 자산이다.

전주수목원이 여느 수목원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수익보다 공익을 우선한다는 점이다. 전주시 덕진구 번영로에 위치한 이곳은 10만 평(약 34만㎡) 규모의 자연 공간을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개방한다.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월요일과 명절 당일은 휴무다.
특히 수목원 내 카페의 모든 수익은 고속도로 사고 피해 가정 자녀 장학금으로 쓰인다. 지난해에만 약 7억 4천만 원이 모여 207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이 전달됐다.
방문객의 커피 한 잔이 누군가의 미래를 바꾸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곳에서 관람객은 단순한 방문객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실현에 동참하는 참여자가 된다.

전주수목원의 역사는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속도로 건설 과정에서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기 위해 묘포장, 즉 수목과 잔디를 기르는 공간으로 시작됐다. 이후 1983년부터 다양한 식물 수집과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1992년 일반 대중에게 수목원으로 개방되었다.
현재 이곳에는 총 3,410종의 식물이 보존·증식되고 있으며, 약초원·암석원·습지원·죽림원 등 주제별 정원으로 체계적으로 구성돼 있다.

이 덕분에 방문객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자연 학습과 생태 교육까지 경험할 수 있다.
전문성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수목원 내 장미정원 ‘장미의 뜨락’은 세계장미협회(WFRS)로부터 ‘우수 장미원’으로 선정됐다. 이는 세계 수천 개 장미원 중에서도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한 일부 정원에만 주어지는 명예다.

최근 전주수목원이 월 29만 명이라는 놀라운 방문객 기록을 세운 건 단순한 무료 개방 때문만은 아니다. 가장 큰 비결은 방문객 중심의 세심한 변화다. 새롭게 단장한 진입 광장 ‘소담문’은 단순한 출입구를 넘어 만남과 휴식, 포토존 기능을 갖춘 랜드마크로 거듭났다.
또한 보행로와 접근성을 개선해 유모차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관람객도 불편 없이 수목원을 즐길 수 있다. 휠체어는 무료로 3대까지 대여할 수 있으며, 주차장은 대형 버스 10대, 장애인 전용 구역 8대를 포함해 총 246대를 수용할 수 있다. 이 모든 주차 역시 무료다.
여기에 매년 열리는 정원박람회와 다양한 문화 행사들이 더해지며, 전주수목원은 이제 단순한 식물원이 아닌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방문객들은 ‘무료라서’가 아닌 ‘다시 오고 싶어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은 단순히 자연을 즐기는 공간을 넘어, 사회공헌·생태 보존·방문객 경험이라는 세 축을 완벽히 조화시킨 드문 사례다.
카페의 수익이 장학금으로 이어지고, 체계적인 식물 관리가 세계적 정원의 명예로 연결되며, 세심한 접근성 개선이 방문객 만족도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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