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상을 보라. 기아자동차에서 만든 EV3의 변속 레버 사용법을 설명하는 영상인데, 묘하게 중독적인 목소리로 화제를 끌었던 광고다.
이런 광고도 있지만, 자동차 광고하면 이런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자동차가 시원하게 달리는 모습이 흔히 떠오를텐데. 그런데 배경이 되는 장소들, 아무리 봐도 우리나라 같지는 않다.유튜브 댓글로 ‘자동차 광고는 정말 해외에서 찍을까?’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진짜로 해외에서 자동차 광고를 찍는 경우도 종종 있다.
[로마로 김태영 대표 (로케이션 매니저)]
예전에는 17년 이전에는 호주 유럽 그리고 미국 이런 데 진짜 자동차 촬영하러 많이 갔어요.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국내에서 촬영을 할 수 있는 포인트나 콘셉트가 안 맞을 때 해외로 나가기도 하고 또는 꼭 해외에서 출시되어야 하는 차종일 경우에 거기에 맞는 콘셉트의 숲들 벌판 이런 곳들에서 촬영해야 할 때는 꼭 가야 되긴 하지만 코로나를 지나면서 사실 거의 자동차 촬영으로 해외 가는 것들이 완전 스탑이 되면서 한국에서 촬영을 좀 하긴 했었고요.
그러니까 차량의 성능과 디자인, 콘셉트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소가 해외에 있다면진짜로 해외로 나가 광고를 찍는다는 것.
우리나라에서 만든 최초의 자동차는 1955년 국제차량제작이 만든 ‘시발’인데, 발음을 조심해야겠다. 아무튼 시발의 신문 광고 자료가 남아있긴 한데 정확한 촬영지는 알 수가 없다.시발 자동차 전후에도 포드나 새나라자동차 같은 곳에서 지면 광고를 내긴 했으나 이때는 그림이나 촬영지 파악이 어려운 사진 광고를 사용했다.
대신 197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독자 생산한 자동차인 현대의 ‘포니’는 최초로 TV 광고를 만들었는데, 이 광고에선 무려 노르웨이의 눈밭을 볼 수 있다. 포니의 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노르웨이 눈밭까지 가서 촬영을 한 것. 눈이 와도 차가 잘 움직인다, 뭐 이런 뜻이겠다. 아무튼 해외에서 자동차 광고를 찍는 일 자체는 꽤나 역사가 오래된 셈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굳이 해외까지 나가 광고를 촬영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징 탓이 크다. 한국은 산이 많아서 지평선을 찍기 어렵고, 산이 도로와 가까워 자동차 옆쪽에서 촬영을 하면, 산이 자동차 라인을 가리게 된다고. 또 산 자체도 나무가 울창해 외국처럼 바위로만 되어 있는, 그러니까 촬영하기 좋은 형태가 잘 없다.
그리고 해외에선 사막이나 바위산 뿐 아니라 뉘르부르크링 같은 유명 서킷 등 험난한 환경에서 성능을 강조하는 광고를 만들 수도 있다.
또 촬영의 편의성이나 광고 릴리즈 시기, 광고의 주된 타겟도해외 로케의 이유가 된다.
[로마로 김태영 대표 (로케이션 매니저)]
일단 도심을 완전하게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외국에는 어느 정도 존재하고요. 우리는 도로교통법상 촬영 때문에 도로 점령하는 그 규정이 없어요.
[로마로 김태영 대표 (로케이션 매니저)]
그리고 겨울에 찍어야 되는데 여름에 자동차가 출시되는 경우, 동남아 쪽이나 이런 쪽에 (신차 광고가) 나가야 되는데 겨울 배경에서 찍을 수밖에 없는, 이렇게 되면은 한국에서는 자연을 배경으로 할 수 없는 거죠.
날씨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라 날씨 예측이 어렵지만, 미국 서부나 호주 등은 맑은 날이 상대적으로 많아 광고 제작 일정에 차질 없이 촬영을 할 수 있다고.
자동차 광고는 먼저 브랜드(광고주)가 자동차의 콘셉트 등을 정하면 광고 대행사가 이에 맞춰 광고 시안을 만들게 된다. 이후 광고 프로덕션이 세부적인 스토리 연출을 하는데, 이때 로케이션 매니저에게 적합한 장소를 찾아달라고 주문하면 국내외 장소를 뒤져 후보지를 제안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해외 촬영이 결정되면, 차량에 위장막을 씌워 현지 장소로 운반한다. 이후 촬영 스탭도 해외로 떠나는데, 여건상 현지 프로덕션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드라이버도 프로를 따로 섭외한다고.
[팀로드 프로덕션 (자동차 촬영 전문 촬영업체)]
필요로 하게 되면 현지 코디네이터랑 같이 아니면 (현지) 프로덕션이랑 같이 해야 되는 작업이면 그렇게 진행을 하고 아니면 개별적으로 필요한 스탭들만 현지에서 조달해서 하는...(운전은) 프로 드라이버들이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프로 드라이버라고 하더라도 촬영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되는 분들 많이 촬영을 경험하신 분들 쓰고 있습니다.
다만 요즘은 국내에서 자동차 광고를 촬영하는 게 대세라고 한다. 국내에도 인천 송도나 여의도, 테헤란로, 광안대교 같은 스카이라인이 멋진 장소가 늘어나 도심을 촬영할 때는 굳이 해외로 나갈 필요가 없어진 것. 또 글로벌 이미지를 노리던 예전과 달리 아예 광화문이나 남산 타워를 배경으로 해서 한국에서 생산한 차라는 걸 강조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한다.
아울러 최근에는 국내에 초고해상도 대형 LED 월에 실시간으로 3D 배경을 렌더링해 촬영할 수 있는 LED 버추얼 스튜디오도 생겨서 필요한 배경을 그냥 직접 만들어 낼 수 있다.해외로 나갈 이유가 더더욱 사라진 셈.
아무튼 이렇게 우리나라 자동차도, 촬영 기술도 점점 발전하고 있는 만큼, 자동차 광고의 발전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