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가스관 3개 연달아 누출 사고.. 서방 "고의적 파괴 의심"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의 발트해 해저관 3개에서 하루 새 연이어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독일·덴마크·스웨덴은 이를 고의적인 공격으로 인한 유출로 보고 배후 조사에 나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노르트스트림 측은 이날 노르트스트림의 3개 해저관에서 연이어 손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노르트스트림 운영사인 노르트스트림 AG는 “동시에 3개 가스관이 망가진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가스 공급 시스템의 복구 시기를 예상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지진 전문가들은 가스관 누출 직전에 근처에서 두 차례 강력한 에너지 방출이 기록됐다고 보고했다. 덴마크 지질조사국은 “이는 지진 신호와는 다르며, 일반적으로 폭발로 인한 신호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웁살라대학의 지진학자들도 “두 번째 폭발은 100kg 이상의 다이너마이트 폭발 신호와 유사했다”고 덧붙였다.
로버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경제계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가스 누출은 기반 시설에 대한 표적 공격으로 인한 것”이라고 했다. 스웨덴과 덴마크 총리도 이번 유출이 고의적인 개입으로 인한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막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두 차례 폭발이 감지됐으며 스웨덴에 대한 공격은 아니었지만, 덴마크·독일 등 이웃 국가들과 조사를 위해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다”면서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러시아와 서방은 서로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가스 누출은 대륙 전체의 에너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매우 우려스러운 소식”이라고 밝혔다. 이번 누출이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당장은 어떤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
반면 서방에서는 대러 제재에 반발해 유럽으로 가스 공급을 대폭 줄여왔던 러시아를 의심하고 있다. 유럽의 한 안보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고의적 손상의 징후가 있다”라면서 “아직 결론을 내리기엔 시기상조지만 누가 이로 인해 이득을 볼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트위터에서 “이번 누출은 러시아에 의한 테러 공격이자 유럽연합(EU)에 대한 침략 행위”라고 비난했다.
노르트스트림1은 길이 1222km의 가스관으로 2012년 완공돼 러시아에서 독일로 연간 최대 550억㎥의 천연가스를 공급해왔다. 러시아는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점검을 위해 노르트스트림1의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통보했으나, 점검 완료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돌연 누출을 발견했다며 가스 공급을 무기한 중단했다. 이달 초부터 가스 공급이 중단됐으나 내부에는 여전히 많은 양의 가스가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에 추가로 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지난해 말 완공된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 대상이 돼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