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 맞은 줄 알았는데…” 트럼프 덕분에 새로운 기회 생겼다는 K-뷰티 업계

출처: 뉴스 1

선크림 사재기 열풍
한한령 해제 조짐
K-뷰티, 다시 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한국 뷰티업계에 오히려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산 선크림을 중심으로 한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며, K-뷰티가 뜻밖의 마케팅 효과를 얻고 있다는 평가다. 동시에, 중국 내에서는 한한령 완화 조짐이 감지되며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중국 시장 재진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두 가지 흐름이 맞물리며 K-뷰티는 위기 속 반등의 전기를 맞이한 모양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관세 부과 우려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는 품목 중 하나로 ‘한국산 자외선 차단제’를 꼽았다. WP는 “한국 자외선 차단제는 미국 제품을 스크램블드에그처럼 무력화시킨다”라고 표현하며, K-뷰티의 경쟁력을 조명했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한국산 선크림을 1년 치 쟁여놨다” “미국산으론 도저히 대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출처: 셔터스톡

자외선 차단제는 미국에서 일반의약품(OTC)으로 분류되며, FDA의 까다로운 승인을 통과한 제품은 의약품으로 분류돼 관세가 면제된다. 이로 인해 한국산 OTC 선크림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황이다. 다만 모든 제품이 OTC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어서, 일부 제품은 일반 화장품으로 분류돼 여전히 관세 부과 가능성이 존재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 제품에 대한 25% 관세는 현재 90일간 유예된 상태지만, K-뷰티가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국산 선크림 사재기’ 현상은 자발적인 입소문과 소비자 호응을 통해 K-뷰티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 대비 품질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경쟁국 제품과 차별화된 강점을 입증했다.

이에 대응해 국내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올해 상반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제2공장을 본격 가동해 자외선 차단제를 포함한 화장품 생산량을 기존 1억 8,000개에서 3억 개로 늘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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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도 미국 내 물류 및 모듈형 제조시설에 대한 투자를 계획 중이며,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3~5년 내 미국 내 생산 기반을 확장하겠다”라고 밝혔다. 코스맥스도 FDA의 OTC 공장 실사를 통과한 이후, 자외선 차단제 생산 품목을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한편, 중국 시장에서도 국내 뷰티업계의 기대감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2016년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 배치 여파로 도입된 한한령이 9년 만에 완화되는 조짐이 보이면 서다. 최근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이 중국 전역에서 정식 개봉됐고, 가수 윤수현은 한중 교류 기념 무대에 섰다. K팝 그룹 아이브와 트와이스는 중국에서 팬 사인회를 여는 등 한류 활동이 서서히 재개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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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도 반등을 준비 중이다. 설화수는 국내 단일 브랜드 최초로 2015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했고, LG생활건강의 ‘더후’는 2018년 매출 2조 원을 기록하며 K-뷰티 전성기를 이끌었다. 뷰티업계는 이번에는 실제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의 5월 노동절 연휴도 소비 회복의 기폭제로 주목받는다. 해당 시기는 통상 쇼핑과 여행 등 소비 활동이 집중되는 시기로, 한한령 완화와 맞물리면 K-뷰티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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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주요 기업들은 중국 내 마케팅과 유통망 강화에 나섰다. 애경산업은 중국 대표 MCN 기업인 신쉔그룹과 파트너십을 맺고 콰이쇼우, 더우인(중국판 틱톡) 등을 통해 왕홍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왕홍(网红)은 중국 내 인플루언서로 온라인과 SNS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중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역할을 한다.

코스맥스는 상하이에 연구소와 마케팅, 생산시설을 갖춘 신사옥을 내년 완공 목표로 짓고 있으며,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중국 시장에서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더후’ 등 주요 브랜드의 리브랜딩을 통해 반등을 노리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1년 전체 화장품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2.8%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20% 수준까지 급감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여전히 최대 수출국으로, 회복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변수도 있다. 최근 미·중 간 관세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중국 내 소비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한한령 완화는 반가운 흐름이지만, 중국 경기 둔화와 외교적 긴장 등 외부 변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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