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글로벌 진출 전략] WHO 권고 타고 '신흥' 동남아 공략 시동 | GC녹십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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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의 글로벌 신약개발 경쟁력을 분석합니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GC녹십자가 '기회의 땅' 동남아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회사는 성장률 높은 이곳에서 백신과 진단, 헬스케어를 잇는 종합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기존의 수출 중심에서 현지화로 판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세계보건기구(WHO)의 백신 접종 권고, 현지 규제환경 개선 등 외부 동력이 맞물려 사업확장 모멘텀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WHO 권고, 임상 기회로

배리셀라 제품 이미지 /사진 제공=GC녹십자

9일 GC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27일 태국식품의약품청(FDA Thailand)에 자사 수두백신 '배리셀라'의 2도즈(2회 접종) 3상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했다. 국내 제약사가 수두백신 2도즈 임상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C녹십자는 태국에 이어 연내 베트남에서도 배리셀라 2도즈의 3상 IND를 제출할 예정이다. 7월에는 베트남의약품청(DAV)으로부터 배리셀라의 품목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이 같은 행보는 최근 WHO가 수두백신 2도즈 접종을 권고한 것과 맞물린다. WHO 산하 면역전문가전략자문그룹(SAGE)은 3월 수두백신 2도즈 접종을 공식 권고했다. 이에 국제 조달시장에서는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이미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에 2도즈를 반영하고 있다.

GC녹십자는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접종 근거를 마련해 해외 시장 진출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태국 임상을 2027년 하반기까지 마무리한 뒤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2도즈 품목허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회의 땅' 동남아

박형준 GC녹십자 오창공장 본부장(왼쪽 네 번째), 두차이 차이와니치시리 태국적십자사 혈액원장(오른쪽 네 번째)이 MOU를 체결한 뒤 양해각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 GC녹십자 제공

GC녹십자그룹은 일찍이 동남아를 거점으로 삼아 글로벌 사업을 추진해왔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베트남 하노이에 건강검진센터법인(GC DH 베트남)을 세워 프리미엄 검진 서비스 시장에 진입했다. 앞서 GC녹십자의료재단은 지난해 7월 베트남 기업인 페니카그룹과 양자간계약(SHA)을 체결하고 건강검진센터와 전문종합진단기관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GC녹십자 측은 GC DH 베트남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다.

GC녹십자는 또 지난해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인 휴먼스케이프와 베트남 산부인과 진단검사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이 시장의 미충족 수요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진단검사 기반을 구축하려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 이외에도 지난달 태국적십자사와 혈액제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등 동남아에서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GC녹십자가 동남아에 특히 집중하는 것은 이 지역들이 최근 전 세계 제약 업계에서 대표적인 파머징(pharmerging) 시장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파머징은 '제약(pharmacy)'과 '새롭게 나타나는(emerging)'의 합성어로 신흥 제약시장을 의미한다.

현지의 빠른 인구증가율과 소득수준 개선세는 필수의약품 수요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주요6개국의 제약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200억달러(27조8000억원)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베트남은 약 70억달러(10조원) 규모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7%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가장 주목받는 시장으로 부상했다.

의약품 규제 환경도 완화되는 분위기다. 베트남 정부는 5월 의약품 등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규정을 내놓았다. 당국은 올 7월부터 의약품증명서(CPP) 제출 요건을 기존 복수제출에서 1부 제출로 단순화했다. 일반의약품 분류체계 개편과 온라인 판매 허용 등 유통 규제도 완화돼 글로벌 제약사의 현지 진입 문턱이 낮아졌다. GC녹십자 역시 이 같은 변화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은 떠오르는 제약시장이라는 평이 많았음에도 까다로운 허가 규제로 안착이 쉽지 않았다"며 "최근의 규제 완화는 국내 제약사들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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