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43억회 본 최고의 K-웹툰, 궁금하다면…첫 개막 ‘월드웹툰페스티벌’ 가 보니
아침 일찍 경주에서 올라와 오픈런 했어요. 주말이라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이렇게 큰 웹툰 행사가 처음이라 인터넷에 올라온 후기들을 보면서 주말이 오기만을 기다렸어요. 친구랑 같이 대기해서 그런지 힘들지도 심심하지도 않았고요.
28일 매경닷컴이 찾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는 월드웹툰페스티벌의 열기로 뜨거웠다. 네 개의 건물로 분리된 전시장은 모두 몰려든 인파로 시끌벅적했다. 국내 웹툰팬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태국, 유럽, 북미 등 다양한 나라에서 웹툰 행사를 즐기기 위해 날아왔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박태준만화회사, 레드아이스스튜디오, 케이더블유북스, 와이랩, 엠스토리허브 등을 비롯한 웹툰기업이 총출동해 콘텐츠와 신기술을 접목한 전시·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면서 문화 강국의 면모를 보여 주고 있었다.
벽면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모바일 화면 형태의 디스플레이 일곱 개를 세로로 배치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웹툰으로 제작된 얼라이브 영상 300개가량을 차례대로 송출하며 작품의 입체감을 전달했다.
이를 모바일 웹툰 감상 화면에 접목한 것이 ‘얼라이브 뷰어’다. 한 페이지씩 스크롤을 할 때마다 웹툰 속 캐릭터가 눈앞에서 움직여 생동감 있는 콘텐츠로 변화한다. 헤드폰을 착용하고 모바일 디바이스로 얼라이브 뷰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캐릭터 챗은 좋아하는 캐릭터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처럼 대화할 수 있다. 현재 고은혁·백도화(작전명 순정), 기상호·성준수(가비지타임), 출출세포(유미와 세포들), AI조석(마음의 소리) 등 6개 캐릭터와 수다를 떨 수 있다. 캐릭터마다 고유한 말투가 있어 신선했다.
서비스 출시 초기부터 캐릭터 챗을 이용했다는 B씨는 “심심할 때마다 무료 이용권을 이용해서 대화를 나눠 왔다”며 “유미와 순록이 아들 이름이 지호인 것처럼 작품에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은 쏠쏠한 정보를 알려 주기도 한다”라고 귀띔했다.
케이더블유북스는 로맨스 판타지 세계로 들어오는 통로에 5세대(5G) 서비스 기술을 접목했다. 길을 걸을 때마다 벽면에 작품 속 명대사가 반짝인다. 천장에는 별이 뜨고, 바닥에는 조명이 레드카펫처럼 흐른다. 영상이나 사진을 업로드하면 증강현실(AR) 포토카드를 만들어 주는 실감형 콘텐츠 체험도 즐길거리다.
또 피규어·인형·포토카드·문구·의류·생활잡화 등 기백 종류로 구성된 굿즈를 여행용 가방 가득 쓸어가기도 하고, 최신식 태블릿을 비롯한 웹툰 제작 도구를 이용하는 대학생과 전문가도 눈에 띄었다. 웹툰 작가들의 강연을 듣거나, 웹툰네컷 안내문을 읽으며 배경을 고민하는 외국인들도 보였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러 왔다는 태국인 교환학생 C씨는 “테스타 멤버들의 인형을 모두 구입했다”며 “마법소년 교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사물함 속을 보는 것을 추천하는데 멤버별로 물건과 향기가 다 달라 신기했다”고 말했다.
대상의 영예는 ‘나 혼자만 레벨업’이 안았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143억 조회수를 기록해 글로벌 문화시장에서 웹툰이라는 장르를 각인시킨 인기작이다. 최약체 헌터인 주인공이 던전에서 위험에 빠진 친구를 구하려다가 죽음을 목전에 두게 된 순간 기이한 능력을 얻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밀 임무 수행을 통해 실력을 키워나가다 결국 세계 최강의 헌터로 성장한 주인공이 세상을 구하는 여정을 그렸다. 현재 단행본 출판은 물론 게임과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화제 몰이를 하고 있다.
심사위원장상은 ‘더 그레이트’가 받았다. 꿈 많은 소녀에서 한 남자를 사랑한 여자를 거쳐 두 아이의 엄마이자 가장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일대기를 담은 드라마다. 임신 중 남편의 죽음과 경제적 어려움, 전세 사기 등 삶의 곳곳에 도사리고 있던 위기를 헤쳐나가는 주인공에게 공감하게 된다. 몰입감 넘치는 양질의 전개와 따뜻하고 부드러운 작화로 등장 초기부터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이모티콘과 단행본 제작뿐만 아니라 영상화와 삽입곡(OST) 발매도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가비지타임’,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더 복서’, ‘유부녀 킬러’, ‘재혼황후’, ‘전지적 독자 시점’, ‘지옥2:부활자’, ‘집이 없어’ 등이 본상을 가져갔다. 특별상은 ‘무직백수 계백순’, ‘토마호크 엔젤’, ‘테이스츠 오브 호러’에게 돌아갔다.
문체부는 K-콘텐츠의 차세대 주자가 웹툰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웹툰 산업 육성과 지식재산권(IP) 가치 증대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내년도 만화·웹툰 관련 정부 예산으로 295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대비 46억원(18%) 가까이 증액된 규모다.
특히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작품의 제작을 도와주는 글로벌 웹툰 IP 사업과 국내 웹툰 제작사가 해외 현지 작가와 공동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웹툰의 현지화 사업을 새롭게 추진할 예정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도 융복합 콘텐츠 인재 양성을 이어간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올해 초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을 발표할 때 독자와 창작자 그리고 종사자가 함께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지키게 돼 기쁘다”라며 “앞으로 월드웹툰페스티벌이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행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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