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액션이나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상업 영화가 아님에도, 전 세계 영화계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할리우드의 중심에 우뚝 선 작품이 있다.
바로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1980년대 미국 아칸소주로 이주한 한인 가족의 삶을 그린 영화 《미나리》다.
국내 개봉 당시에는 코로나19 여파와 맞물려 113만 명이라는 조용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한 글로벌 무대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한국 영화계의 역사를 새로 쓴 이 작품의 궤적을 짚어본다.

영화 《미나리》는 2021년 3월 국내 개봉했다.
감독의 자전적 유년 시절 기억을 바탕으로, 1980년대 낯선 미국 아칸소에 뿌리를 내리려 애쓰는 한국 이민 가족의 여정을 담았다.
최종 관객 수는 약 113만 명으로 대형 흥행작과 비교하긴 어렵지만, 코로나19로 극장 관람이 위축되었던 특수한 시기임을 감안해야 한다.
영화는 자극적인 전개 대신 낯선 환경 속에서 버텨내는 가족의 일상을 깊이 있게 조명했다.

국내 흥행과 별개로 영화는 글로벌 무대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썼다.
딸의 가족을 돕기 위해 찾아온 독특한 할머니 순자 역을 맡은 배우 윤여정은 2021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국적의 배우가 아카데미 연기 부문에서 수상한 최초의 순간이었다.
세계적인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이뤄낸 쾌거로, 한국 영화계의 위상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작품이 평단의 허를 찌를 수 있던 원동력 중 하나는 전형적인 할머니 이미지를 깬 순자라는 캐릭터에 있다.
영화 속 순자는 손자에게 거침없는 농담을 하고 마당에서 화투를 치는 등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산한다.
윤여정은 이 인물을 인자하기만 한 보조적 존재가 아닌, 이국생활에 지친 가족들에게 웃음과 긴장을 동시에 주는 입체적인 인물로 탄생시켜 세대 간 충돌과 화해를 이끌어냈다.

이 작품은 감독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출발했다.
아버지는 황량한 땅에 농장을 일구려 고군분투하고, 어머니는 불안정한 생활과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한다.
여기에 할머니 순자가 합류하며 가족의 일상은 변화를 맞이한다.
성공한 이민자의 신화가 아니라, 꿈을 좇는 과정에서 흔들리는 평범한 인간 군상의 현실을 진솔하게 그려내어 국경을 넘는 공감을 얻었다.

《미나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등 6개 주요 부문 후보에 올랐다.
특히 윤여정의 수상 직후 국내 극장가에서도 관객이 늘며 100만 명을 돌파하는 역주행이 벌어졌다.
결국 《미나리》는 국내 관객 수라는 숫자적 한계를 뛰어넘어, 한국 배우의 오스카 입성과 진정성 있는 서사가 맞물려 세계 영화사에 남을 명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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