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라고 하면 보통 빵 두 장 사이에 속을 넣은 간편식을 떠올린다. 출근길 테이크아웃, 카페 브런치, 혹은 피크닉 도시락 같은 이미지가 자연스럽다. 그런데 빵 한 장 위에 재료를 ‘얹어’ 먹는 오픈 샌드위치(open sandwich)의 시작이 사실은 선술집의 술안주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 의외다. 우아한 브런치 메뉴의 뿌리가, 소박한 술집 테이블이었다니.
빵은 접시였고, 안주는 토핑이었다
중세 유럽의 선술집에서는 지금처럼 접시가 넉넉하지 않았다. 대신 딱딱한 호밀빵이나 통밀빵을 접시처럼 사용했다. 치즈, 훈제 생선, 햄, 절인 채소 같은 안주를 빵 위에 올려 손으로 집어 먹고, 마지막에는 그 빵까지 먹어치웠다. 기름과 소스가 배어든 빵은 오히려 더 맛있었다. 즉, 빵이 그릇이자 술안주 받침대였던 셈이다. 이 단순한 방식이 북유럽과 독일, 덴마크 지역으로 퍼지면서 하나의 음식 형식으로 정착했고, 훗날 우리가 아는 오픈 샌드위치가 되었다.

이런 북유럽의 오픈 샌드위치 중 대표적인 것은 덴마크 전통 음식인 스뫼레브뢰드(Smørrebrød)다. 버터를 바른 호밀빵 위에 청어 절임, 훈제 연어, 로스트비프, 감자, 허브, 달걀, 소스 등을 층층이 쌓는다. 원래는 맥주나 독한 술과 함께 먹던 선술집 안주였다. 배도 채우고 술도 받쳐주는, 지금의 ‘마른안주 + 식사’의 중간쯤 되는 음식. 지금은 미슐랭 레스토랑에서도 예술 작품처럼 내놓지만, 그 시작은 노동자나 어부들이 편하게 술 한 잔 하던 소박한 펍이었다.
왜 덮지 않은걸까?
이렇게 샌드위치를 덮지 않고 한쪽만 사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 술과 함께 먹기 편하다는 것이다. 한 손에는 술 잔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안주를 들어서 먹기가 편하다는 잇점이 있다. 두 번째로는 가득 토핑을 올릴 수 있다는 것. 샌드위치는 빵으로 눌러야해서 속재료는 넣는데 제한이 있지만, 오픈 샌드위치는 마치 피자 토핑처럼 햄, 치즈, 생선, 채소 등 재료에 상관없이 양껏 쌓아 올릴 수 있어 먹기에도 보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마지막으로는 오픈 샌드위치는 눈이 즐거운 음식이다. 재료가 빵 사이에 숨어 있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최근에는 오픈 샌드위치에 토핑을 올리면서 예술적인 개성을 보여주는 집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그 이유는 사진을 찍기에도 좋고, 그냥 보기에도 좋기 때문.

위와 같은 세 가지 이유를 살펴보면 모두 술집 안주에서 보이는 공통점이 보인다. 흥미로운 건, 시간이 흐르면서 원래 소박했던 안주가 도시 카페 문화와 만나면서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갖게 됐다는 점이다. 아보카도, 리코타, 루꼴라, 트러플 오일, 반숙 달걀 같은 재료가 올라가면서 오픈 샌드위치는 ‘건강하고 세련된 브런치’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스타일은 여전하다. 빵 한 장과 토핑 그리고 손으로 먹는 방법. 결국 우리는 지금도 선술집 방식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셈이다. 단지 술이 와인으로 그리고 진한 커피로 바뀌었을 뿐이다.
오픈 샌드위치는 묘한 매력이 있다. 투박하면서도 자유롭고, 규칙이 없으면서도 완성도가 높다. 어쩌면 그 매력은 태생 때문일지도 모른다. 격식을 차린 요리가 아니라, 술잔 옆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음식이 가지는 자유로움.
‘맛있으면 됐지’라는 선술집의 철학이 오늘날 우리의 브런치 테이블까지 이어진 것이다. 다음에 카페에서 오픈 샌드위치를 주문하게 된다면, 잠깐 상상해보자. 맥주잔이 부딪히는 소리, 나무 테이블, 소금기 어린 공기. 그 작은 빵 한 장 위에 얹힌 역사가, 의외로 꽤 깊다는 사실을. 그리고 어쩌면 이렇게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거, 원래 술안주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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