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가지에 길 잃어도 행복한 그라츠 여행

제2의 도시 오스트리아 그라츠는 여행자들에게 선물 같은 곳입니다. 중세 시대의 붉은 지붕들이 끝없이 펼쳐진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우아하지만, 그 한복판에는 친절한 외계인이라 불리는 현대적인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죠. 클래식한 오스트리아에 질렸다면, 지금 당장 그라츠행 기차에 올라타 보세요.
슐로스베르크와 시간을 거꾸로 가는 시계탑

오스트리아 그라츠의 골목을 걷다 문득 고개를 들면, 어디서나 인자하게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는 해발 473m의 슐로스베르크 산을 만날 수 있어요. 한때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단단한 요새였지만, 지금은 주민들이 꽃을 심고 산책을 즐기는 다정한 공원이 되었답니다.
이곳의 상징인 시계탑에는 귀여운 비밀이 하나 숨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시침이 분침보다 훨씬 길거든요. 옛날 사람들이 멀리서도 시간을 잘 볼 수 있게 시침을 크게 만들었다가, 나중에 분침을 추가하면서 생긴 재미있는 흔적이죠. 산 위로 올라갈 때는 앙증맞은 산악 열차 푸니쿨라를 타보세요.
탁 트인 붉은 지붕의 파노라마가 한눈에 들어온답니다. 내려올 때는 조금 특별하게, 바위산 속을 미끄러져 내려가는 세계 최장 실내 슬라이드에 몸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요?
쿤스트하우스

붉은 지붕들이 물결치는 구시가지를 걷다가,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불쑥 나타나는 기묘한 푸른색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데요. 바로 현대 미술관인 쿤스트하우스입니다. 주변의 고풍스러운 건물들과는 전혀 딴판인 생김새 때문에 현지인들은 이 건물을 친절한 외계인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곤 하죠.
오스트리아 그라츠를 대표하는 이 파격적인 건축물은 밤이 되면 외벽의 수백 개 조명이 반짝이며 도시의 야경을 환하게 밝혀준답니다. 내부에 기둥이 없는 탁 트인 전시실을 구경하고, 옥상 전망대인 니들에 올라가 보세요.
창밖으로 보이는 르네상스 시대의 풍경과 내가 서 있는 초현대적인 공간이 절묘하게 섞이는 묘한 설렘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무어인젤

쿤스트하우스 바로 앞, 세차게 흐르는 무어 강 위에는 은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조개껍데기 하나가 떠 있습니다. 뉴욕의 아티스트가 설계한 무어인젤이라는 인공 섬인데요. 강 양쪽을 잇는 징검다리이자, 물소리를 들으며 쉬어갈 수 있는 아주 세련된 카페이기도 하죠.
강물이 발밑으로 흐르는 소리를 배경 삼아 따뜻한 멜랑쥬(오스트리아식 커피) 한 잔을 즐겨보세요. 물살의 움직임에 따라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 섬의 리듬을 느끼다 보면, 복잡했던 마음도 어느새 차분해지는 걸 느끼실 거예요.
특히 해가 질 무렵 파란 조명이 하나둘 켜지는 무어인젤은 마치 강 위에 착륙한 UFO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를 선물해 준답니다.
호박씨 오일

오스트리아 그라츠는 현지인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미식의 수도이기도 해요. 이곳 식탁의 주인공은 단연 호박씨 오일입니다. 슈타이어마르크 지방의 햇살을 머금고 자란 호박씨로 만든 이 오일은 고소한 풍미가 정말 일품인데요.
재미있게도 현지인들은 이 진한 초록색 오일을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소스처럼 뿌려 먹기도 한답니다. 생생한 로컬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아침 일찍 카이저 요제프 시장에 들러보세요. 갓 구운 빵 냄새와 싱싱한 채소들 사이에서 상인들이 건네는 시식용 치즈 한 조각이 별미입니다.
시장 한편에서 파는 투박한 소시지와 화이트 와인 한 잔으로 가벼운 점심을 즐기다 보면, 왜 오스트리아 그라츠가 미식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지 금방 알게 되실 거예요.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매력을 가진 오스트리아 그라츠 여행. 과거의 고전미와 미래의 파격적인 예술을 제대로 즐겨보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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