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5억으로 기적을 썼다" 117만 울린 흑백 그 영화

사진=영화 '동주'

화려한 색채도, 스타 군단도, 물량 공세도 없었다. 그런데도 117만 명이 극장을 찾아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2016년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흑백 영화 '동주' 이야기다.

5억 원으로 만든 영화

사진=영화 '동주'

'동주'의 순제작비는 약 5억 원. 수백억대 대작이 즐비한 요즘 기준으로는 독립영화급 예산이다. 이준익 감독은 일제강점기 시대를 재현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흑백 화면을 선택했는데, 그 절제된 흑백이 오히려 시처럼 깊은 여운을 만들어 내며 영화의 인장이 됐다.

시인 윤동주, 그리고 송몽규

사진=영화 '동주'

영화는 시인 윤동주(강하늘)와 그의 고종사촌이자 평생의 벗인 독립운동가 송몽규(박정민)의 청춘을 나란히 비춘다. 시를 쓰는 것밖에 몰랐던 청년과 시대의 한복판으로 뛰어든 청년. 같은 집에서 나고 자란 두 사람이 서로에게 품었던 우정과 열등감, 그리고 부끄러움의 감정선이 이 영화의 심장이다.

박정민이라는 배우의 발견

사진=영화 '동주'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박정민은 송몽규 역으로 그해 신인상을 받으며 단숨에 충무로가 주목하는 배우로 떠올랐다. 촬영 전 실제 윤동주와 송몽규가 자란 북간도 용정까지 다녀오며 인물에 몰입한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담담한 목소리로 시를 읊으며 관객들의 눈물샘을 무너뜨린 강하늘의 절제된 연기도 인생 연기로 꼽힌다.

관객 117만, 작은 영화의 기적

사진=영화 '동주'

입소문이 퍼지면서 '동주'는 최종 117만 관객을 동원했다. 저예산 흑백 영화로는 이례적인 성적으로, '작은 영화의 기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개봉 당시 관객 평점도 최상위권을 기록하며 작품성과 흥행을 모두 잡은 영화로 남았다.

시가 스크린에 흐를 때

사진=영화 '동주'

'서시'와 '별 헤는 밤'이 낭독으로 흐르는 순간들은 이 영화가 남긴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꼽힌다. 어두운 시대에 부끄러움을 아는 청춘이란 무엇인가를 곱씹게 하는 영화. 아직 보지 않았다면 조용한 밤, 불을 끄고 꺼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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