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별들의 전쟁]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현장' 리더십 빛났다…'100년 금융' 초

블로터 창간 19주년 특별기획

상반기 실적을 토대로 CEO들의 공과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하반기 주요 이슈(디지털 전환, 세법 개정 대응 등)에 대한 대응방안을 시험대에 오른 CEO의 리더십으로 풀어냅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 그래픽 = 박진화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40여년 '뱅커'의 길을 걸으며 변치 않는 신조, "현장에 답이 있다"고 했다. 말단 은행 창구 직원에서 2만1000여명 임직원을 대표하는 그룹 최고경영자(CEO)에 이르기까지 그 신조는 흔들림이 없었다고 한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현대의 불확실성의 위기 속에서 함 회장의 '현장' 리더십은 더욱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그가 3년 전 회장에 오른 이후 하나금융은 사상 최대 실적을 잇따라 경신했고, 조직은 견고해졌다. '고졸 신화'로 유명한 함 회장은 '염구작신(染舊作新)' 철학으로 하나금융만의 '금융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성공과 비은행 사업 강화를 이뤄내는 동시에 업계 최고 수준의 내부통제 시스템까지 구축하며 '100년 기업, 100년 금융'으로의 도약에 나섰다.

최대실적 연속 경신 …자사주 매입에 '책임경영' 의지까지

하나금융은 상반기 순이익 2조3010억원을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1.2% 성장하며 사상 최대를 또 다시 경신했다. 조달비용을 감축해 이자이익 감소를 방어하고, 비이자이익을 늘리며 수익구조를 다각화해 연임 첫해 다시 한번 실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함 회장이 처음 회장에 오른 2022년 하나금융은 3조570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당시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2023년 대규모 상생금융 비용 관련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순이익이 소폭 감소했지만 다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함 회장은 재무적 성과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하며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했다. 작년 10월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한 뒤 하나금융의 주가는 한 단계 도약했고 2023년과 비교해 4대금융(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유일하게 소액주주 수가 8.0% 증가했다. 또 글로벌 투자자인 캐피탈그룹과 블랙록이 지분을 확대하기도 했다.

함 회장은 "그룹 CEO로 지난 3년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한 것은 밸류업"이라며 "견조한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하겠다"고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여러 차례 밝혔다.

이를 위해 하나금융은 보통주자본(CET1) 비율 목표 구간을 13.0~13.5%으로 정하고 13.5%를 넘어서는 초과자본은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투자나 주주환원 확대 재원으로 쓴다는 방침이다. 또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특히 함 회장과 주요 경영진이 직접 하나금융지주 주식을 매입하며 책임 경영 의지를 표명한 것은 밸류업 계획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시장에 전달하는 전략적 행동으로 평가된다.

함 회장은 2020년 3월 부회장 시절 1만주를 매입했고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한 뒤 작년 12월 5000주를 추가 매입했다. 또 같은 시기 강성묵 부회장(1200주), 이승열 부회장(100주), 박종무 부사장(500주), 김미숙 부사장(500주), 박근훈 상무(400주) 등이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고 올해도 임원들이 자사주를 꾸준히 취득하고 있다.

다른 금융그룹과 차이점은 사외이사들 전원이 자사주 매입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외이사도 성과와 책임을 모두 함께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올해 합류한 서영숙 사외이사도 4월과 7월 두차례에 걸쳐 각각 200주, 300주를 매입했다.

최근 5년간 하나금융 주주환원율 및 시가총액, 순이익 추이 / 이미지 제작 = 류수재 기자

포용의 아이콘…'오직 손님' 기치, 조직 정체성 완성

함 회장은 현장뿐만 아니라 포용의 리더십으로 정평이 나 있다. 1956년 충남 부여군 은산면에서 태어나 논산 강경상고를 졸업한 뒤 1980년 서울은행에 고졸 텔러로 입행했다. 이후 주경야독으로 단국대 회계학과를 졸업하며 배움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함 회장의 핵심 경영철학은 염구작신이다. "옛 것을 물들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로, "임직원이 함께 이뤄낸 과거 성과와 현재의 노력이 모여야만 진정한 하나금융그룹의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것"이라는 철학을 담고 있다.

시골 동네 형과 같은 소탈한 친화력도 가졌다.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 부행장 시절 직원 1000여 명의 이름과 생일, 신상을 거의 다 기억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2015년 통합은행장 취임 시 전 임직원에게 큰절을 하고 "내 몸이 내 몸이 아니고, 은행에 몸을 던진다"는 마음으로 솔선수범해 임직원의 마음을 얻었다.

하나금융은 '고객' 대신 '손님'이라는 표현을 쓴다. 고객이라는 한자어를 벗어나 금융거래뿐 아니라 다양한 목적으로 찾아오는 사람을 포괄하고 진심으로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영업을 강조하고 성과를 중시하는 함 회장의 '오직 손님' 철학은 핵심 계열사 하나은행 행장으로 올해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을 발탁한 것으로도 드러난다. 이 행장은 업계 최초로 출시한 해외특화카드 트래블로그를 바탕으로 하나카드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고 행원 시절 경영자의 행실과 성실성을 보기 위해 새벽에 회사를 찾아갈 만큼 행동력이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함 회장은 "현장에서 문제와 해답을 모두 찾을 수 있다"는 철학으로 현장 중심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영업 현장 직원들에게 실질적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해 자신감을 높여 성과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그는 연임을 기점으로 '그룹2.0 시대'를 선언하고, 하나다움이라는 조직문화를 재정립 하겠다고 강조했다.

'100년 금융' 마중물…차기 3년 과제는

아울러 함 회장은 "지금 우리는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며 절박한 의지를 표출했다. 올해 하나금융지주 출범 20주년을 맞아 불과 2개 지점으로 시작한 후발 은행이 14개 자회사와 전세계 26개 지역 221개 네트워크를 보유한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한 성과를 발판 삼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내부통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함 회장은 앞서 "엄격한 내부통제로 내실을 다져야 한다"며 "더디 가더라도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은 인사와 조직개편을 반영해 책무구조도를 최신화하고 4대금융 가운데 처음으로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했다.

이런 가운데 함 회장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디지털혁신을 핵심 동력으로 삼았다. 2018년 설립된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다. AI-OCR(문서 자동 인식·추출)과 거대언어모델(LLM)을 결합한 비전언어모델 기술을 발전시켜 AI뱅커 구현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함 회장에게는 비은행 계열사 이익 비중을 끌어 올려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하나금융은 2027년까지 비은행 계열사 이익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비은행 계열사 이익 비중이 15.7%에 그쳤고 상반기 12.0%로 하락했다.

함 회장은 기존 계열사 자생력 강화에 집중해 내실을 다지려 한다. 하나금융은 보험사 포트폴리오가 약하는 점을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인수합병(M&A) 후보에 이름을 자주 올렸지만, 먼저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함영주 회장의 리더십 아래 과거의 성공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 없이 혁신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디지털전환 등 혁신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진하면서 흔들림 없이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