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올려갖고 洪보다 2% 앞서게 해주이소”…명태균, 여론조사때 지시

이상헌 기자 2024. 10. 1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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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씨. 명 씨 제공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 씨가 20대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기 위해 수치를 조작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명 씨는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표본만 인위적으로 키우거나 윤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연령대 표본을 늘리는 방식을 쓴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명 씨가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만들어 윤 대통령 부부에게 제시한 후 정치적 조언을 하면서 영향력 확대를 노린 것 같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洪보다 尹이 더 나오게 해야 한다”

(왼쪽 사진)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2024.10.15 / (오른쪽 사진) 홍준표 대구시장. 뉴스1. 2024.6.26

15일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명 씨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치러지던 2021년 9월 29일 미래한국연구소의 직원이었던 강혜경 씨에게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대구시장보다 2∼3%포인트 높게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명 씨는 강 씨와의 전화 통화에서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라며 “그 젊은 아들 있다 아닙니까.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갖고 2∼3% 홍(준표)보다 (윤석열이) 더 나오게 해야 된다”고 지시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당시 청년층에서 홍 시장의 지지율이 윤 대통령보다 높았던 상황을 고려하면 조사에 응답한 20, 30대 표본 전체가 아니라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표본만 인위적으로 키운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미공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과 홍 시장 간 격차가 약 4%포인트로 명 씨가 지시한 대로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명 씨가 주도한 여론조사는 비슷한 시기 진행된 다른 여론조사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2021년 9월 2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보수 진영 대통령 후보 적합도를 물은 결과 홍 시장 25%, 윤 대통령 19%, 유승민 후보 10% 순이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홍 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명 씨가 운영하는 PNR에서 윤석열 후보 측에 붙어 여론조작 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국민의힘 영남권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명 씨가 지역에서도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만들어 제시한 후 공표할 수 있는 여론조사도 해줄 수 있다며 돈을 요구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明, 대선 본선 때도 여론조사 조작 정황


명 씨가 대선 본선 때도 여론조사를 조작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도 공개됐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실이 공개한 2022년 2월 28일 명 씨와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A 씨의 전화 통화에서 명 씨는 “이게 연령별 득표율을 하면 더 60세나 이런 데 다 올라가제. 윤석열이가”라고 말했다. 이어 명 씨는 “그거 계산해 갖고 넣어야 된다”고 지시했다. 미래한국연구소가 2022년 2월 2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에는 실제 인구 구성비를 적용한 통상적인 여론조사 결과와 별개로 ‘19대 대선 투표율 가중치’를 적용한 분석값이 나온다. 이 가중치를 적용하면 윤 대통령의 지지세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50, 60대의 샘플 비율은 늘어나고 20∼40대의 샘플 비율은 줄어든다.

미공표 여론조사 보고서가 완성된 날은 2022년 3월 1일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심야 담판을 통해 3일 단일화 성사를 발표했다. 명 씨는 A 씨에게 “다 챙겨주라 하더라”라고 말했는데 정치권에선 누가 지시했는지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장에서 “결론적으로 보면 명 씨의 사기 여론조사로 대통령 경선 후보가 바뀌었다”며 “어쩌면 홍준표 대통령, 윤석열 대구시장이 될 수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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