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 넘지 마라?” 한.중 회담에서 나온 ‘중국의 조건’ 이게 맞는건가?

2차 한‧중 정상회담, 분위기는 좋았지만 핵심 이견은 선명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차 한·중 정상회담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경제·통상 분야에서는 15건의 양해각서(MOU) 체결로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국방·안보 분야에서는 양국의 입장 차가 뚜렷했다. 특히 중국이 한국의 핵잠수함 추진에 대해 노골적인 우려를 표명하면서, 양측 간 안보 이해관계의 엇갈림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중국, 한국의 핵잠수함에 “레드라인” 그었다

정상회담에서 가장 첨예한 대립 지점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문제였다. 중국은 공개적으로 한국의 핵잠수함 추진에 우려를 표했으며, 이를 둘러싼 논쟁이 회담 뒤에도 국내외 군사전문가 사이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국의 핵잠수함 추진 이유와 전략적 필요성을 중국 측에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관영 CCTV는 시 주석 발언을 인용하며 “양측은 서로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배려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한술 더 떠 “한국의 핵잠수함이 핵 비확산체제를 훼손할 수 있고, 동북아 군비경쟁을 촉발할 것”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군사 전문가들은 한국이 핵잠수함을 서해에 배치할 경우, 중국 북해함대의 작전 반경이 크게 제약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핵심 우려로 꼽는다. 핵잠수함의 건조비는 1척당 약 3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4~6척 규모의 확보는 총 20조 원 이상의 대형 사업이 될 전망이다.

대만 문제에서는 한국에 압박…북핵은 침묵

안보 이슈 중 또 하나의 갈등 요인은 대만 문제였다. 중국은 정상회담에서 대만을 두고 한국의 외교 기조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진핑 주석은 “역사적으로 올바른 편에 서서 정확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며 한국에 명확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중국 관영 CCTV는 이 대통령이 “중국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우려를 존중하고 하나의 중국을 견지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이 중시하는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이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위성락 실장은 “양 정상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공동의 이익이라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관영 매체 어디에서도 북한이나 비핵화라는 단어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한반도 문제에서는 중국이 여전히 전략적 이익을 앞세우며 명확한 입장 표명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미일 vs 북중러…동북아 안보 딜레마

한국의 핵잠수함 추진은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와 맞물려 동북아 군사 지형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의 핵잠수함 확보를 승인했으며, 이를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잠수함 발사 위협과 중국·러시아 잠수함 추적·감시에 활용할 계획이다. 핵잠수함은 은밀한 전략자산으로, 해양 통제력 확대와 억제력 확보 측면에서 중요한 전력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중국은 북중러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며 한미일 연대에 대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1월 4일 북한의 동해상 탄도미사일 발사다. 한중 정상회담 직전 이뤄진 이 발사는 한반도 주변의 군사 긴장을 한층 높였으며, 북중러 연대가 여전히 긴밀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전문가 평가…‘긴 여정’의 핵잠수함 프로젝트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의 안보적 의미를 두고 “양국이 제한된 공간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핵잠수함 프로젝트가 실전 배치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최소한 10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핵잠수함 도입은 기술적 난점과 비용 부담뿐 아니라, 주변 국가들의 전략적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검토와 조정이 필요한 긴 여정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외교적 ‘우호적 분위기’와 경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안보 분야에서는 여전히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존재함을 분명히 보여줬다. 한국은 자국 방어력 강화와 억제력 확보를 위해 핵잠수함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를 레드라인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러한 온도차는 당분간 동북아 안보 정세의 핵심 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