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식 아파트 근황

이 사진을 보라. 46년 만에 재개발이 확정돼 떠들썩했던, 서울 강남 은마아파트 모습. 요 아파트는 1979년에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인데, 이런 구축 아파트 생김새를 보면, 신축과는 확연히 다른 부분이 있다. 바로 성냥갑처럼 생긴 ‘복도식’ 아파트라는 것.

요 복도식 아파트는 소음과 안전 문제, 프라이버시 침해 등 단점이 많았다. 그래서 점차 사라지는 추세였는데, 요새 매매가격이 수십억 원을 넘는 강남 신축 아파트 단지에선 다시 이런 복도식 구조가 늘고 있다. 왜 그런 걸까?

유튜브 댓글로 “요새 강남 신축 아파트는 왜 복도식 구조로 나오는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요 사진부터 살펴보자. 서울 송파구 신축 아파트인데, 18~20평대의 ‘소형 평수’로만 이루어진 아파트 동을 복도식으로 지었다.

그런데도 가격은 무려 18평 기준 14억이 넘었다. 이 단지 말고도 최근 서울 강남 쪽에선 소형 평수 신축 아파트가 복도식으로 지어지는 일이 흔하다.

좀 신기한 현상이다. 복도식 아파트는 점차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복도식 아파트의 시초는 1971년 준공된 서울 여의도의 시범아파트.

요 아파트가 채택한 판상형, 복도식 구조는 이후 수십 년간 ‘한국 아파트’의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복도식 아파트는 1970~1980년대 수도권 인구가 폭증하면서 점차 확산된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빠르게 공급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당시 기술력으로는 아파트를 수직으로 높게 짓기 어려웠다. 대신 수평으로 많은 세대를 넣어야 했다.

결국 한 층에 많은 집을 짓기 쉽고, 시공 속도가 빠르고, 비용 부담도 적은 복도식 구조가 아파트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김원필 교수]

건축적인 배려 사항이 아니고 사업성에 바탕을 두다 보니 필연적으로 그런 형태가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과거에는) 높게 지을 수 있는 구조 공학적인 기술이 안 됐죠. 철근 콘크리트 아파트를 5층 이상 올라가는 거에 대해서는 어려웠고.

복도식 아파트 살았던 왱구님들, 기억을 더듬어 보라. 요 아파트는 비나 눈이 오면 집까지 들이차기 쉬웠다.

특히 겨울에 보일러가 동파될 위험이 커서, 헌 옷가지로 계량기를 감싸는 풍경도 빚어졌다. 놀던 아이들이 떨어지는 사고도 많았다.

점차 건설 기술이 발전하면서 신축 아파트 대부분은 복도식이 아닌,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두 세대가 마주보고 있는 ‘계단식’ 형태를 띠게 됐다. 안전과 프라이버시를 다 잡을 수 있는 형태다.

그러다가 최근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복도식 아파트가 다시 쏟아지고 있다. 결국 사업성 때문.

복도식이 아닌 계단식으로 지으면, 한 층에 2가구밖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다세대 분양이 어렵다. 또 층마다 계단실을 설치해야 해서, 공사비도 늘어나고 부지 활용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신축 아파트라도 ‘소형 평수’로 구성되는 아파트는 복도식으로 종종 짓고 있는 것.

[군산대 금융부동산경제학과 박승규 조교수]

시공사 입장에서는 마진이 남아야죠. 복도식으로 양적 공급을 해서 거기에 많은 이용자를 수용하게 되는 것이 훨씬 더 (사업성에) 유리…

생각해보면, 복도식 아파트엔 유독 갈등이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복도 끝 집. 복도 끝에 있는 세대를 뜻하는데, 일부 주민들은 이런 끝 집 복도를 요런 식으로 불법 리모델링해서 쓰기도 했다.

다 같이 공유하는 복도에 물건을 한가득 쌓아두거나, 요런 식으로 복도를 정글처럼 만들어두는 주민도 많았다. 양심 없는 이웃과 은근한 신경전을 벌이는 게 일상이었다.

더 많은 집을 짓기 위한 건설사의 욕망이 투영된 복도식 아파트는 여전히 건재하다. 과거 지어진 복도식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여전히 많고, 새로 지어지는 일부 고급 아파트들도 복도를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복도식 아파트는 이웃 간 분쟁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으니, 이웃 간에 서로 조금만 더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