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가진 자가 나눠야 더 오래 가질 수 있죠"

정혜진 기자 2024. 2. 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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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연구를 하면서 곤충이나 동물 사회를 관찰하다가 우리 사회를 보면 어리석다 싶은 게 있어요. 가진 자가 나눠야 더 오래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는 "일본만 해도 동물행동학자만 1000명에 달하는데 우리나라는 스무 명 정도의 수준으로, 편집장에 선출된 건 놀라운 일"이라며 "다른 학자들이 평생 한 동물만 연구한 자신과 달리 다양한 동물을 깊이 있게 연구했다는 것을 높게 인정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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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이대 석좌교수 신간 '곤충사회' 간담회
동물 '배분 잘해야 권력 유지' 알아
인간은 너무 많이 쥐고만 있으려해
70%만 갖고 30%는 타인과 나눠야
기초과학 예산 삭감에는 안타까움도
/사진 제공=열림원
[서울경제]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신간 ‘최재천의 곤충사회’를 소개하고 있다. /정혜진 기자

“평생 연구를 하면서 곤충이나 동물 사회를 관찰하다가 우리 사회를 보면 어리석다 싶은 게 있어요. 가진 자가 나눠야 더 오래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사회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그간의 연구와 강연을 집대성한 ‘최재천의 곤충사회’ 출간을 기념해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 한국 사회에 대한 소회를 두고 이같이 밝혔다.

최 교수는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미국에 이어 빈부 격차가 2위일 정도로 좋지 않게 가고 있다”며 “동물 사회의 알파 메일(으뜸 수컷)은 2인자에게도 배분을 잘 해줘야 권력이 유지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인간은 한번 쥐면 너무 많이 쥐려고 한다”며 “90을 가지려고 하면 다 놓치는 것이고 70만 갖고 30 정도는 다른 이와 나눠야 더 오래갈 수 있다”고 짚었다.

삼십 년 전인 1994년 미국 미시간대에서 영향력 있는 젊은 교수였던 최 교수는 모교인 서울대 교수의 요청으로 귀국했다. 그는 “귀국할 때 ‘한국 과학에 동이 트고 있다’는 특집 기사가 실린 네이처지를 들고 왔는데 기사에서 삼성·LG 같은 대기업이 응용과학을 하도록 하고 국민 세금은 기초과학에 투입하라고 조언했다”며 “돌아와서 줄곧 기초과학에 예산을 써 달라 한결같이 이야기했는데 오히려 기초과학 예산이 깎였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국내에서 기초과학자로 겪게 된 애로 사항은 연구비 부족 문제였다. 이후 자연대 교수들도 기업과 협업할 수 있는 ‘돈 될거리’를 찾자는 취지에서 의생학 연구를 국내에 도입할 것을 주창했다. 도꼬마리라는 식물의 흡착 원리를 모방한 벨크로(찍찍이)처럼 자연을 바탕으로 모방해 응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찾아내자는 것이다. 이후 그는 동물행동학·의생학 등의 개척자가 되기도 했다.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연구의 다양성과 깊이도 따라왔다. 제자들을 양성하면서 제자들 분야에 따라 다양한 동물들을 연구하면서 민벌레부터 말까지 다양한 생명체의 전문가가 됐다. 2019년에는 세계 동물행동학자 500명 사이에서 ‘동물행동학 백과사전’ 프로젝트를 이끌 총괄 편집장으로 추대됐다. 그는 “일본만 해도 동물행동학자만 1000명에 달하는데 우리나라는 스무 명 정도의 수준으로, 편집장에 선출된 건 놀라운 일”이라며 “다른 학자들이 평생 한 동물만 연구한 자신과 달리 다양한 동물을 깊이 있게 연구했다는 것을 높게 인정해줬다”고 말했다. 연구 인생을 돌이켰을 때 이를 가장 울컥한 순간으로 평가했다.

삼십 년간 100여 권에 달하는 책을 펴낸 최 교수는 이번 책을 통해 가장 큰 걱정도 풀어냈다. 청년들이 ‘기후우울증’을 앓을 정도로 극단적인 환경 속에서 곤충이 사라지고 생태계가 위축·소멸되는 것이다. 최 교수는 “지금 서울에 한밤중에 불 켜진 가로등에 곤충이 부딪히는 광경 자체를 볼 수가 없다”며 “곤충 종도 줄고 개체수 자체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포유류를 먹이는 존재인데 곤충이 사라지면서 새들이나 작은 동물들이 대규모 멸종하는 상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했다.

이 와중에도 호모사피엔스의 미덕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연구 동료인 제인 구달 박사도 인간에게는 역경을 이겨내는 정신이 있다고 하는 데 공감한다”며 “되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끝내는 인간이 이를 벗어나는 방법을 찾아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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