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가격표 바꾼 'AI 메모리 대란'…델, 장기 공급 계약으로 방어

/생성형 AI(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수요가 범용 D램 공급을 고갈시키며 서버·스토리지의 가격 인상을 촉발하고 있다. 글로벌 서버·스토리지 시장의 주요 공급사인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는 수십 년간 구축해온 반도체 제조사와의 관계와 다년 공급 계약을 앞세워 제품 공급 연속성 방어에 나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의 뿌리는 AI 인프라 투자 경쟁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 등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AI 학습·추론용 서버를 대규모로 증설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 서버용 고용량 D램 모듈 수요가 폭발했다.

문제는 HBM과 일반 D램이 같은 공장 설비에서 생산된다는 점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월등히 높은 HBM 증설에 사활을 걸면서 범용 D램 공급이 위축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생산 능력을 전년 대비 약 50% 확대할 계획을 내놨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올해 HBM 생산 분량에 대한 계약이 이미 완료됐다. 여기에 범용 D램 공급 부족까지 겹치면서 메모리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메모리는 서버 원가 '핵심'

이러한 메모리 가격 인상이 서버·스토리지 제품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D램이 서버 하드웨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다. 서버 한 대에는 통상 수십~수백 기가바이트(GB)의 D램이 탑재된다.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처리하거나 실시간 분석이 필요한 업무 시스템일수록 탑재 메모리 용량이 크고 원가 상승의 충격도 크다.

D램 가격이 오르면 서버 제조사들은 가격 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 메모리 집약적인 구성의 경우 인상 폭이 더 클 수 있다. 스토리지 역시 낸드플래시(NAND Flash) 가격 인상의 영향권에 있다. 올플래시 스토리지(All-Flash Array)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단가 인상이 곧 스토리지 도입 예산 증가로 직결된다.

다년 계약·유통 통제로 공급 연속성 확보

단기간 내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부족해지고 가격이 인상되는 전례 없는 상황에서 델은 '공급 안정성'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델의 공급 연속성 확보를 위한 첫 번째 전략은 수십 년간 구축해온 메모리 반도체 공급업체와의 관계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제조사와의 협력 관계는 공급자 우위 시장에서 우선 공급권을 확보하는 근거가 된다. 델은 이 관계가 단순한 거래 관계를 넘어 공급 일정과 물량 조율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다년간의 협력적 파트너십 계약 확대다. 델은 고객의 구축 일정과 미래 수요를 기반으로 공급 계획을 선제적으로 조율하고 있다. 단기 구매에 의존하지 않고 장기 계약으로 가격 변동성을 완충하는 구조다.

세 번째는 우회 유통 차단이다. 반도체 대란기에는 공식 유통망 외 경로를 통한 부품 거래가 성행하는데 이는 기업 고객에게 품질 리스크와 가격 불확실성을 동시에 안긴다. 델은 유통업체·리셀러 파트너 전원에게 수출 통제 규정 준수를 요구하며 위반 시 거래 관계를 즉시 종료하는 엄격한 무역 준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격 인상 압박이 메모리·반도체에 그치지 않고 원자재와 물류·연료 비용까지 확대되는 상황에서 델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생성형 AI(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 과정을 거쳐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에는 2~3년의 시간과 수십억 달러의 자본이 소요된다. 기존 시설은 현재 풀가동 상태로 2027년 말까지 공급 여유가 생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확산은 이 일정을 더 뒤로 밀고 있다. 사람의 지시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작업을 처리하는 AI 에이전트는 24시간 상시 가동되기 때문에 추론 서버 수요가 학습 단계와 무관하게 지속된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소비자·기업용 제품 가격 상승이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델 관계자는 "앞으로도 고객 요구사항에 맞춰 공급을 조율하고 수요 대응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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