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브시스터즈가 국가유산청과 서울 중구 덕수궁 돈덕전에서 '쿠키런:사라진 국가유산을 찾아서'를 연 이유는 쿠키런을 국가대표 캐릭터 지식재산권(IP)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쿠키런은 전 세계 누적 이용자 3억명을 확보한 데브시스터즈의 핵심 IP다. 회사 매출의 99% 이상이 쿠키런에서 발생한다. 데브시스터즈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쿠키런의 문화적 외연을 한층 넓히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대 뛰어넘는 캐릭터 IP 목표

8일 덕수궁 돈덕전에 방문했을 때 느낀 점은 쿠키런 IP를 국가유산 곳곳에 적절히 녹여냈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에는 대한제국 황실 유물 40여점과 함께 쿠키런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상상화 3점,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들과의 협업 작품 4점 등이 공개된다. 특히 20여 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 대형 미디어아트 '꺼지지 않을 희망의 빛'은 '만약 일제강점기를 겪지 않았다면 남아 있을 서울'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제작됐다.
조길현 데브시스터즈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쿠키런을 한국의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국가대표 캐릭터 IP로 키우고 싶다"며 "캐릭터 IP도 국가유산처럼 시대를 넘어 이어질 수 있다면 그 출발점이 바로 이번 전시"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또 "잘 만든 캐릭터는 결국 하나의 문화가 된다"며 "한국의 역사·문화가 세계에서 주목받는 시기에 쿠키런이 이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쿠키런은 미국 동화 '진저브레드맨'을 모티브로 데브시스터즈가 자체 개발한 IP다. 2009년 모바일 게임으로 처음 등장한 뒤 러닝 액션 장르의 직관적 조작과 개성 강한 캐릭터 설정으로 이용자층을 확보했다. 러닝 액션은 캐릭터가 자동으로 달리는 과정에서 점프·슬라이드 등 간단한 조작으로 장애물을 피하고 아이템을 획득하는 방식의 게임이다. 이후 쿠키런은 애니메이션, 전시, 컬래버레이션 등으로 외연을 넓히며 단일 게임을 넘어 종합 IP로 자리잡았다.

데브시스터즈가 덕수궁을 전시 장소로 고른 데는 쿠키런을 전통문화처럼 오래 사랑받는 IP로 키우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조 대표는 "전통문화는 시대를 대표했던 최고의 창작물만이 살아남아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라며 "오랫동안 사랑받는 캐릭터 IP도 같은 방식으로 미래의 유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어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가진 팬층이 두텁고 전통문화 콘텐츠에 대한 반응도 특히 높다"며 "IP 확장 관점에서 국가유산은 가장 강력한 서사적 기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데브시스터즈는 2023년 국가유산청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테마지도 제작, 자연유산 행사, 스탬프 투어 등을 함께 기획해 왔다. 회사는 이 과정에서 쿠키런 팬들과 일반 이용자 모두에게서 긍정적 반응을 확인했다.
덕수궁, 쿠키런 서사를 확장시키는 최적 장소
이번 전시는 쿠키런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동시에 국가유산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전시 공간은 지난 2023년 복원된 덕수궁 돈덕전 전관 250평을 활용했다.

조 대표는 덕수궁에 대해 "대한제국은 열강 침탈 속에서도 근대국가를 꿈꿨던 공간"이라며 "이는 쿠키런의 근원적 서사인 '오븐을 탈출해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용기'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덕수궁은 미완의 꿈과 가능성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쿠키런이 추구하는 가치와 가장 잘 맞는다"고 덧붙였다.
덕수궁과의 협업 과정은 난도가 높았지만 데브시스터즈는 이를 IP 확장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조 대표는 "역사적 고증과 문화적 의미, 재미 요소를 모두 충족해야 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며 "그만큼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대한국새 복원 프로젝트도 쿠키런이 문화유산의 가치 보존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데브시스터즈는 국가유산청과 함께 복원 과정을 지원하고 완성품을 기증했다.

조 대표는 "쿠키런이 한국을 대표하는 IP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문화적 깊이가 필요하다"며 "100년 이상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기 위한 출발점으로 한국 문화유산과의 협업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이달 9일부터 내년 3월1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대한제국의 미완의 꿈을 완성하기 위해 사라진 국가유산을 찾아 나서는 용감한 쿠키와 친구들의 여정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쿠키런 캐릭터들의 목소리가 담긴 전시해설을 도입돼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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