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기고 무너지고, 고분도 붕괴…역대급 9월 폭우에 피해 속출(종합2보)
전국 903명 대피…산사태·정전에 땅꺼짐 사고, 철도·여객선 차질
(전국종합=연합뉴스) 제14호 태풍 풀라산이 약화한 열대저압부 등의 영향으로 전국 곳곳에 물 폭탄이 떨어졌다.
전날부터 이틀간 내린 많은 비에 땅 꺼짐· 산사태·낙석·정전 사고가 잇따랐고 일부 주민들은 긴급히 집을 떠나 대피했다.
이틀간 5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경남 창원 도심은 곳곳이 물바다로 변했고, 300㎜가 넘게 퍼부은 부산에서도 깊이 8m짜리 대형 싱크홀이 생기면서 차량 2대가 빠지는 아찔한 사고도 발생했다.
작은 태풍으로 불리는 열대저기압답게 강풍을 동반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가로수가 뿌리째 뽑혀 나가는 피해를 보기도 했다.
철도와 여객선 운항에도 차질을 빚어지며 많은 이용객이 불편을 겪었다.
'하늘에 구멍 뚫린 듯'…강수량 역대 9월 신기록
20일부터 21일 오후 8시 30분까지 제주 한라산 삼각봉 605.5㎜, 경남 창원 519.2㎜, 부산 390.2㎜, 전남 순천 375.2㎜, 전남 여수 399.5㎜, 전남 장흥 375㎜ 등 충청 이남에 기록적인 비가 쏟아졌다.
21일 하루 강수량도 오후 5시 기준으로 창원 315.0㎜, 북부산 306.0㎜, 김해 300.0㎜, 부산 289.7㎜, 진도 282.4㎜, 양산 277.5㎜ 등을 기록하면서 기상관측 이래 9월 하루 강수량으로는 가장 많은 1위 기록을 세웠다.
비가 쏟아지는 강도도 역대급이었다.
전남 진도 1시간 강수량 최고치가 112.2㎜에 달했고, 창원 104.9㎜·강진 90.9㎜·김해 81.8㎜·장흥 68.5㎜·완도 64.8㎜·청주 52.5㎜ 등으로 9월 시간당 강수량 역대 1위 기록을 세웠다.
부여 49.0㎜·천안 67.4㎜·순천 55.8㎜ ·해남 46.5㎜ ·홍성 50.1㎜ ·장수 47.3㎜ 등도 역대 시간당 강수량 2위에 올랐다.
물 폭탄 경남 창원·부산 도심은 물바다
하루 종일 내린 비로 경남지역은 소규모 교량 189곳, 하천변 산책로 47곳, 둔치 주차장 15곳 등 호우 피해 우려 지역 308곳이 통제됐다.
김해시 대성동고분박물관에서는 고분 일부가 붕괴했고, 창원과 김해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하수와 계곡물이 넘쳐 도로에 쏟아졌다.
오전 1시 41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한 도로에서 전봇대가 넘어졌고, 오전 4시 37분께에는 진주시 이반성면 도로에 나무가 쓰러져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창원터널 김해 방향은 이날 오전부터 차량이 통제됐다가 오후에야 해제됐고, 불모산터널 김해 방향도 한때 통제됐다가 풀렸다.
300㎜ 넘게 비가 내린 부산도 곳곳이 물에 잠겼다.
연제구 한 도로가 물에 잠겨 차량 5∼6대가 침수됐고, 해운대구 올림픽 교차로도 물에 잠기면서 차량 7대가 피해를 봤다.
북구 한 주택에서는 침수로 주민이 고립돼 소방대원이 안전조치를 했고, 남구에서는 주택가 담벼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부산진구 범천동 한 마을과 연제구 거제동 한 골목은 주민들 무릎 높이까지 물에 잠겼다.
부산 사상구에서는 이날 오전 8시 45분께 도로에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생기면서 트럭 2대가 빠지는 사고도 났다.
전국서 산사태·낙석·정전 잇따라
전국적으로도 건물 외벽이 떨어지거나 무너지는 피해도 이어졌다.
지난 20일 오후 10시 10분께 인천 강화군 강화읍에서는 건물 외벽 마감재가 떨어졌고, 비슷 시각 양사면 철산리 왕복 2차선 도로에서도 낙석으로 한때 일부 차선이 통제됐다.
같은 날 전남 구례 야산과 인천 옹진군에서도 낙석 신고가 접수됐으나 다행히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 20일 오후 7시께 전남 광양시 옥곡면과 진상면 284가구에서는 비바람으로 전기시설이 훼손되면서 정전이 발생해 1시간여 만에 전기공급을 재개했고, 이보다 앞선 오전 5시 45분께 광양시 옥룡면에서도 248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겼다.
제주시 애월읍에서는 21일 오후 3시 31분께 강풍에 고압선이 끊겨 588가구에 정전이 발생했고, 오후 4시 52분께 제주시 애월읍 한 도로에서도 신호등 고정 와이어가 분리돼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충남 서산시 예천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들어찬 빗물이 지하 엘리베이터 통로에 쏟아지면서 엘리베이터 작동이 멈추기도 했다.
평야 지역인 전북 익산·김제·군산·고창에서는 벼 1천529ha와 원예작물 68㏊가 넘어지거나 침수됐고, 전남지역 논 75.6㏊에서는 수확을 앞둔 벼가 쓰러지는 등 농경지 피해도 잇따랐다.
강원 인제군 북면 설악산 봉정암에서는 가야동 계곡 방향으로 내려가던 등산객 3명이 불어난 계곡물에 밤새 고립됐다가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의 도움으로 하산했다.
전북 임실군 임실읍 이인리와 성수면 오봉리 야산에서는 토사가 유출돼 복구가 진행됐다.
제주 애월 앞바다에서는 이날 낮 12시 7분께 50대 남성이 카약을 타다가 표류해 해경에 구조되기도 했다.
"안전한 곳으로" 전국서 903명 대피
이틀 동안 전국 6개 시도에서는 600여명이 안전한 장소를 찾아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9일부터 사흘째 호우가 이어진 전남에서는 장흥 유치면 33가구 42명, 담양 금성·고서면 등 27가구 32명, 광양 광양읍과 봉강면 등 86가구 90명이 산사태 우려 등으로 대피했다.
산사태와 하천 범람 등이 우려되는 경남 창원, 진주, 합천, 김해 등에서는 46가구에서 66명이 집을 떠났다.
충북 청주에서는 21일 오전 3시 20분 병천천 환희교 일원에 홍수경보가 내려져 인근 혜능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직원과 학생 52명이 옥산중학교 강당으로 몸을 피했고, 산사태 취약지역 주민 11명도 경로당 등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경북에서는 이날 오전 295가구 436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사전 대피했으며, 경남에서도 산사태 등이 우려되는 창원, 합천, 진주에서 154명의 주민들이 대피했다.
충남 서산시 동문동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유실되면서 인근 주택 거주자 4명이 지인 집이나 숙박시설로 잠시 몸을 피했다.
철길·하늘길도 운항 차질 빚어
이날 폭우로 경부선 일부와 경전선 모든 구간, 동해선 광역철도 모든 구간 열차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경부 일반선(서울역↔부산역) 동대구역∼부산역 구간 열차 운행이 중지됐다.
ITX와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도 서울역∼동대구역까지만 운행되기도 했다.
경전선(광주송정역↔순천↔부전역) 전 구간과 전라선(서울 용산역↔여수엑스포역) 순천역∼여수엑스포역 구간도 이날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동해선 광역철도 모든 구간 운행도 오후 6시 11분부터 중지됐다.
서해 기상 악화로 인천과 섬을 잇는 14개 항로 가운데 인천∼연평도와 인천∼백령도 등 13개 항로 16척의 운항도 통제됐다.
전남 목포 완도 여수 고흥을 오가는 53개 항로 80척 여객선 가운데 48개 항로 66척은 운항 통제 중이며, 강릉과 울릉도로 오가는 여객선도 운항을 중지했다.
포항경주공항에서는 이날 호우로 인해 제주발 진에어 여객기 1대가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대구 공항으로 회항했다.
(이은파 정윤덕 양지웅 류수현 황정환 황수빈 이준영 차근호 박철홍 최영수 백나용 김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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