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결됐죠, 얼마 남은거죠?”…쟁점은 김 여사 ‘시세조종’ 인지 여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전주' 손모 씨에게 "시세조종 행위를 도와줄 의사로 용이하게 해 방조했음이 인정된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손 씨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주가조작 범행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지하면서 수십억 원의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항소심 판결은 주범으로 지목된 권 전 회장보다 '방조' 혐의가 적용된 손 씨에 대한 유죄 여부가 더 주목 받았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됐다는 점에서 또 다른 '전주' 손 씨에 대한 판단이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처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었습니다.
손 씨는 2010년 10월을 전후해 작전 세력이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관해 시세조종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52억여 원 상당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88만여 주를 매수하는 등 주가조작 범행을 용이하게 했다는 방조 혐의를 받았습니다.
만약 김 여사에게 손 씨와 같은 방조 혐의가 인정되려면 ▲작전 세력의 시세조종 사실을 인지했는지(정범의 범행 인식) ▲시세조종 행위를 방조할 유인이 있었는지(방조범의 고의) 등의 요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단순히 자신의 거래를 아는 것이 아니라,적어도 주범이 시세조종을 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았다는 점이 입증돼야 방조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생긴다는 겁니다.
■ 김건희 여사, 시세조종 사실 알았을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항소심 판결문에 언급된 김건희 여사 이름의 횟수는 84번, 모친 최은순 씨는 33번이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여사 명의의 대신증권·미래에셋증권·DS투자증권 계좌 3개와 모친 최은순 씨의 미래에셋증권 계좌 1개가 주가조작 세력의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됐다고 판결문에 명시했습니다.
이는 1심 재판부의 판단과 동일합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 거래와 관련해 아래와 같은 녹취록을 판결문에 남겼습니다.
<2010년 10월 28일 자 대신증권 직원-김건희 여사 녹취록>
김건희 여사 : 여보세요.
담당자 : 예 교수님 저 그 10만 주 냈고.
김 여사 : 예.
담당자 : 그, 그거 누가 가져가네요.
김 여사 : 아 체, 체결됐죠.
담당자 : 예, 토러스 이쪽에서 가져가네요. 보니까.
김 여사 : 그럼 얼, 얼마 남은 거죠(남긴 거죠)?
담당자 : 이제 8만 개 남은 거죠.
김 여사 : 아, 아니, 그니까 그거 나머지 금액이 어떻게 되냐고요. 지금 판 금액이요.
담당자 : 3100원.
■ "김 여사 계좌는 시세조종 동원 계좌"
재판부는 이 녹취록을 근거로 "김 여사가 거래 결과와 금액을 사후적으로 확인하거나 증권사 담당자가 김 여사에게 사후 보고를 하고 있을 뿐이고,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주장대로 김 여사가 맡긴 증권사 담당자가 자신의 판단으로 주식 거래를 하는 내용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권 전 회장은 이 거래가 자신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게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시세조종에 활용됐다고 인정한 겁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앞선 문자메시지(2차 작전 주포 김OO-블랙펄인베스트먼트 이사 민OO)와 녹취록(김건희 여사-증권 담당자) 내용을 종합하면, '권오수 전 회장의 의사 관여' 아래 거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김 여사 계좌의 거래는 시세조종 일당에게 제공된 계좌에서, 권오수 전 회장의 의사 관여하에 이뤄진 '시세조종 동원 거래' 였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또, "김 여사가 초기 투자자로 권오수의 지인인 점, 피고인들과의 문자, 김 여사 명의 계좌 물량을 받아준 피고인들의 각 계좌가 이 사건 시세조종 행위에 가담한 자들이 관리하는 계좌라고 증언한 점(김기현 진술) 등을 종합하면 통정매매가 인정되고 시세조종 계좌로 인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리하자면 항소심 재판부는 시세조종에 활용됐다고 인정된 대신증권 계좌의 거래 사실을 김 여사는 사후적으로 확인하거나 보고를 받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이 거래가 '시세조종 거래'라는 사실을 김 여사가 알고 있었느냐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2010년 11월 1일 자 대신증권 직원-김건희 여사 녹취록>
김건희 여사 : 여보세요.
담당자 : 여보세요.
김 여사 : 네.
담당자 : 네, 저, 김건희 고객님 되시죠.
김 여사 : 예.
담당자 : 여기 대신증권 목동지점 OOO라고합니다.
김 여사 : 네, 네
담당자 : 네, 방금 그 도이치모터스 8만 주.
김 여사 : 예.
담당자 : 네, 다 매도 됐습니다.
김 여사 : 아, 예 알겠습니다.
■ 검찰 수사 핵심은 '시세조종' 인지 여부
앞서 대통령실은 이 사건 1심 판결 이후 "'매수를 유도' 당하거나 '계좌가 활용' 당했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주가조작 자체를 몰라 그에 가담할 수도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손 씨는 자신이 직접 계좌를 운용했고, 이 사건으로 1억 원대의 손해를 입었습니다. 계좌를 타인에게 일임한 김 여사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법조계에선 자신이 직접 주식의 매수 및 매도 의사결정에 참여한 사람이 제3자에게 일임한 사람보다 방조범의 관여도가 높다고 봅니다. 다만 계좌를 타인에게 일임했더라도 시세조종 사실을 알면서 계좌를 제공했다면 방조 혐의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김범주 기자 (category@kbs.co.kr)
이호준 기자 (hojoon.lee@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탈북민도 경악한 ‘북한 내부 영상’…SD카드 꿀꺽한 사연은? [뒷北뉴스]
- “폭염! ○○분 휴식 의무”…그럼에도 쓰러진 작업자들
- [단독] ‘회사망서 검색’ 신당역 살인사건 서울교통공사 책임은?…1심 “책임 없어” VS 유족 “
- AI시대, 40주년 된 전격Z작전 ‘키트’의 의미는? [주말엔]
- ‘떡 먹다 목에 걸렸다면?’ 추석 연휴 응급대처 총정리
- “체결됐죠, 얼마 남은거죠?”…쟁점은 김 여사 ‘시세조종’ 인지 여부
- [영상] 50여 개 나라 여행 시각장애인 “안 보이는데 웬 여행? 나도 보통 사람”
- 니퍼트 은퇴식은 암표꾼들에겐 돈벌이 잔치?…천만 관중시대 암표도 기승
- [죽음의 바당 1부 ‘숨’]① 걸리고, 잘리고 죽음의 사투장 된 바당 [시사기획창]
- [죽어서야 헤어졌다]① 교제살인의 시작, ‘이별 통보’ [시사기획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