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역대 최대 매출에도 늘어난 비용에 수익성 '발목'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로 사업 전반 구조변화
LG전자가 올해 3분기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내놨다. 역대 최대 매출에도 해상운임 상승과 마케팅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LG전자는 4개 분기 연속 매출이 늘어난 점에 주목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을 통해 흔들리지 않는 실적 구조를 다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영업익 전년比 20.9%↓
LG전자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22조1769억원, 영업이익 751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해 3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9% 감소했다. 하반기 들어 물류비가 급등하고 마케팅 비용이 증가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LG전자는 앞서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하반기 해상운임 입찰 결과 컨테이너당 평균 해상운임이 전년 동기 대비 약 58% 상승하고, 광고비 등 마케팅 경쟁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3분기 실적은 증권사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업계는 LG전자의 1분기 매출을 21조7719억원, 영업이익을 1조154억원으로 예상했다. 매출은 기대치를 상회했지만,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보다 26%나 밑도는 '어닝 쇼크'다.
다만 LG전자는 다소 부진했던 성적표를 받아들었음에도 매출 규모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수요 회복 지연, 원재료비 인상, 해상운임 변동 등 어려운 대외 환경 속에서도 포트폴리오 고도화 전략으로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여기에는 LG전자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 전략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IT 대형주 중 혁신에 대해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기업을 LG전자로 꼽았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하드웨어 판매 매출에 유지·보수 등 서비스 매출이 더해지는 구독 가전, TV를 광고판으로 활용하는 웹OS, 데이터센터용 칠러 등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노리는 HVAC(냉난방공조)에 이르기까지 기존 B2C 가전 기업 이미지 탈피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돋보인다"고 진단했다.
구독·B2B 성장세 지속
LG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은 △기존 사업의 성장 극대화 △플랫폼 기반 서비스 사업 △B2B(기업 간 거래) 가속화 △신사업 육성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성숙 단계에 접어든 가전 사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시작한 '구독 사업'의 성과가 눈길을 끈다.
LG전자의 구독 사업은 지난해 연매출 1조1341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1조8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 가전매출 가운데 구독 비중은 작년 15%에서 올해 20%를 넘어섰다. 다만 3분기에는 해상운임 인상에 더불어 주요 시장의 수요회복 지연에 따른 판가 하락 요인이 수익성에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전구독, 소비자직접판매(D2C), 볼륨존 확대 등 다양한 사업방식의 변화는 가전 등 레드오션으로 평가받던 주력사업 분야의 꾸준한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지역별 제품·가격 커버리지 다변화, 온라인 사업 확대 등을 지속하며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B2B의 성장세도 꾸준하다. B2B 성장의 축을 담당하는 전장(VS) 사업은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이 전기차 수요 둔화에 다소 영향을 받고 있으나, 100조원 수준의 수주 물량을 이미 확보하고 있어 공급에는 차질이 없다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수익성 기여도가 높은 웹OS(운영체제) 콘텐츠·서비스 사업의 고속 성장도 계속될 전망이다. LG전자는 △콘텐츠 경쟁력 및 편의성 강화 △생태계 확대 △광고사업 경쟁력 고도화 등을 추진하며 웹OS 콘텐츠·서비스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HE사업부 내 웹OS 사업 매출 비중은 6.6%로 규모는 아직 작지만, 수익성 측면에서 기여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영업이익 기준 75.3%의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같은 신사업의 성장은 향후 LG전자 실적의 계절성을 타파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LG전자는 매년 상반기 에어컨과 냉장고 등 주력 프리미엄 가전의 신제품 출시가 몰려 있어, 하반기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양 연구원은 "향후 신사업의 매출 증가에 따라 이익 체력이 현저히 향상될 것"이라며 "올해를 변곡점으로 LG전자의 고질적인 계절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한편, 잠정 실적은 투자자들의 편의를 돕는 차원에서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추정한 결과다. LG전자는 이달 말 실적설명회를 통해 사업본부별 세부 실적을 발표할 계획이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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