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질평가 불합격 땐 ‘안락사?’···Q&A로 풀어본 맹견사육허가제 논란[경제뭔데]

안광호 기자 2024. 10.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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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국내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은 약 1500만명에 이른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반려동물로는 개와 고양이가 손꼽힌다. 개의 경우 반려동물로 몰티즈, 포메라니안, 푸들 같은 소형견이 주로 많지만 공격성이 높은 맹견을 키우는 가구도 늘고 있다. 정부는 개 물림 사고를 줄이기 위해 맹견사육허가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맹견 사육허가 신청 마감일(지난 26일)을 코앞에 두고 1년간 계도기간을 운영한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맹견사육허가제는 ‘동물보호법’ 개정에 따라 올해 4월27일부터 새롭게 시행된 제도로, 반려견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해 맹견을 사육하고 있거나 사육하려는 사람에 대해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법 시행일 기준 맹견을 사육하고 있는 사람은 시행 6개월 이내 맹견사육허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사육허가 신청 마감 시한을 임박해서도 신청률이 매우 저조하자 정부가 계도기간을 두기로 한 것이다.

견주들은 맹견을 기르려면 개의 공격성 등 기질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자칫 통과를 못했을 때 개가 안락사 당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한다. 기질평가와 중성화 수술 등 비용도 견주에겐 부담이라는 지적이 있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일부 내용이 왜곡 과장돼 알려지고 있다고 항변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질평가에서 3번 탈락하면 안락사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특별히 기질평가 횟수를 제한한 것은 아니다”라며 “기질평가는 맹견의 탈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사육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절차”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질평가 비용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원래 추산 비용은 마리당 47만5000원이지만, 맹견 소유자는 최대 25만원을 책정했다”며 “안전에 문제가 없는 범위에서 비용 부담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맹견사육허가제를 둘러싼 여러 논란을 문답풀이로 정리했다.

-맹견사육허가제가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매년 2200건 정도 발생하는 개물림 사고를 줄이기 위해 맹견 5종(도사견,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과 사고견을 기르거나 기르려는 사람에 대해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맹견 소유자는 동물 등록·보험·중성화 수술 등 요건을 갖춘 후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시·도지사는 기질평가를 거쳐 공공의 안전을 고려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또 사육이 허가된 경우라도 개가 사람, 동물을 공격해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한 경우 시·도지사가 사육 허가를 철회할 수 있다.”

-기질평가위원회 역할은 뭔가.

“수의사, 훈련사 등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되며, 맹견이 어떤 상황에서 공격성을 드러내는지 등 12개 항목을 평가해 파악한다. 공격성이 있는 맹견의 경우 견주에게 해당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적절한 훈련을 권고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시·도지사에게 제시한다. 기질평가위원회는 맹견의 탈락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기질평가에서 최대 3회 탈락하면 안락사 처리되나.

“사실과 다르다. 올 초 맹견사육허가제도를 소개할 당시 ‘3번’의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은 지자체 준비 상황을 고려했을 때 법정시한까지 4번 이상 기질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명확히 말하자면, 기질평가 횟수는 제한하지 않는다. 기질평가는 전문가들이 맹견의 특성을 파악하고 필요시 훈련을 받도록 해서 누구나 사육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절차다.”

-어떤 경우에 인도적 처리(안락사)되나.

“인도적 처리는 사람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은 경우, 훈련으로 개선이 불가능한 경우, 소유자 통제력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경우, 치료가 어려운 질병이 있어 고통받고 있는 경우 등 불가피한 상황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 시·도지사가 공공의 안전에 대한 위험을 고려해 사육을 불허한 경우 기질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인도적 처리를 명할 수 있다.”

-기질평가 비용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맹견 소유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마리당 최대 25만원이다. 모든 지자체가 동일한 비용을 적용한다. 참고로 기질평가위원회가 하루 10마리를 평가할 경우 시설비와 인건비 등 마리당 대략 47만5000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안전에 문제가 없는 범위에서 부담을 최소화했다고 판단한다.”

-1년 계도기간을 둔 이유는.

“이달 26일까지 맹견 사육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참여율이 높지 않다. 여러 이유가 있을텐데, 우선은 맹견 소유자의 부담감, 지자체 현장 여건 등을 고려해 내년 10월26일까지 계도기간을 둔 것이다. 이 기간엔 단속을 유예하며 사육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현장 홍보와 계도를 병행하겠다. 다만 계도기간은 제도 시행을 중단하는 것이 아닌 만큼 맹견을 기르고 있는 사람은 계도기간 내 사육허가를 받아야 한다.”

-중성화 수술을 꼭 받아야 하나.

“공공의 안전을 위해 개체수 관리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8개월령 미만인 어린 개는 수의사의 진단서가 있을 경우 중성화 수술을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참고로, 중성화 수술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6개월마다 진단서를 다시 제출하도록 했다.”

-사육허가 없이 맹견을 기르면 어떻게 되나.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또 맹견 소유자는 사육 허가와 별도로 책임보험 가입, 입마개·목줄 착용 등 맹견 안전관리를 위한 준수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 달아나는 맹견 제압하려 총 쐈다가 행인 다치게 한 경찰관, 항소심서도 무죄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09271442001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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