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매운맛이 더 매운 이유 (feat.2021년 노벨상)

한때 틱톡에서 유행했던 챌린지가 있다. 미국의 10대들이 청양고추보다 4000배나 더 매운 ‘핫 껌’으로 풍선부는 챌린지를 하다가 집단으로 병원에 실려가는 일이 보도됐었는데 당시 껌씹던 10대들은 구토하거나 복통을 호소했고, 껌을 만지기만 해도 화끈거림을 느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매운 라면을 먹거나 매운 음식을 먹을 때도 이 정도까진 아니겠지만 고통스러웠던 경험들이 있을텐데 이게 뜨거운 음식일 땐 왠지 더 매운것 같은 느낌이 든다. 유튜브 댓글로 “매운 음식이 뜨거울 때 더 매워지는게 사실인지 알려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게 불과 2년전 노벨상을 받은 학자가 밝혀낸 인체의 비밀 중 하나였다.

매운맛은 사실 맛이 아니라 고통의 감각이다. 이건 잘 알려진 사실. 그런데 이 고통은 뇌를 통해, 그것도 ‘앗! 뜨거워’라는 온도 신호로 전달된다는 사실은 잘 몰랐을 거다. 그러니까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 우리 입속에 있는 세포들은 뜨거운 것이 닿았다고 뇌에 전기신호를 보내는데, 이 신호를 몸이 받아서 매운 음식이 닿은 입안은 얼얼해지고, 혀도 따가워진다.

연구에 따르면 이런 반응은 42도 이상의 온도에서 더 강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뜨거우면서 매운 걸 동시에 먹으면 뇌에 이중의 자극이 보내져 뜨거운 음식일수록 더 맵다고 느끼게 된다.

나흥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그렇죠. 뜨거운 고추장찌개, 차가운 고추장 찌개 같이 먹어보면 뜨거운 고추장찌개가 훨씬 맵게 느껴져요. 그 이유는 동시에 그 통각을 감지하는 신경을 (두배로) 흥분시켜서 그래요.”

202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이끌어낸 주제 중 하나는 캡사이신이었다. 우리 몸이 어떻게 온도를 감지하는지 연구하던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드 줄리어스 교수는 캡사이신을 연구하다가 캡사이신에 반응하는 인체 내 수용체가 열이 날 때도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황선욱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캡사이신 같은 매운 물질이 뉴런들을 자극을 하는데 매운것도 담당하고, 뜨거운것도 담당을 하는건데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이제 우리 뇌까지 신호를 전송 하는거죠. 느껴지기에는 뜨거운 것하고 매운 것하고 비슷하게 느껴진다고 볼 수 있죠”

줄리어스 교수가 이런 결론을 낸 게 90년대말이었고 이후 인간의 몸 속에서 뜨거움과 차가움 등 여러 형태의 온도감각이 어떻게 뇌에 전달되는지 각각의 신호통로들이 밝혀져 20여년이 지난 뒤 노벨위원회에서 공적을 인정하게 된 것.

그 중에서도 ‘뜨거움’을 느끼는 수용체 중 하나가 ‘TRPV1’인데, 이건 캡사이신에도 반응해서 캡사이신이 몸에 들어오거나, 피부에 닿았을 때 ‘뜨겁다’고 인지해서 뇌로 신호를 보낸다.

매운맛과 뜨거움을 뇌가 인지하는 경로가 같고, 매운 음식이 뜨거울 때 더 매운 거라면 차가운 무언가로 식히면 매운맛을 해소할 수 있을까? 일단 캡사이신은 지용성이라 물로는 녹지 않아 찬물은 매운맛을 없애는데 소용이 없다. 대신, 캡사이신은 단맛이나 유화제로 녹일 수 있는데, 우유, 쿨피스같은 음료를 마시면 매운맛이 덜한게 이런 이유다. 탄수화물인 ‘밥’도 매움을 해소할 수 있다.

그럼 매울 때 뜨거운 우유나 밥을 먹으면 어떻게 되는걸까? 캡사이신을 녹이는 지용성과 뜨거움 중에 누가 더 센지 의대 교수에게 물어봤더니, 이 둘은 서로 비교하기엔 기준이 애매해 답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한다.

나흥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얼마나 지방을 녹일 수 있는 물질인지, 또하나는 얼마나 뜨거운지 이 두개가 값으로 정해져 있지도 않고 비교도 할 수 없잖아요…의미가 없죠 둘을 비교한다는게 둘의 성질은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맵찔이와 맵짱이 존재하는 건 매운맛을 뇌로 전달하는 수용체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2006년 한 의대에서는 SBS <세상에 이런일이>에 출연한 고추의 매운 맛을 느끼지 못하는  50대 여성의 생체 데이터를 직접 분석했는데 이 여성의 몸엔 매운맛을 뇌에 전달하는 수용체가 다른 사람의 절반도 안된다는게 데이터로 나왔다.

당시 이 데이터를 분석했던 교수는 청양고추를 태연한 표정으로 집어삼키던 50대 여성의 모습을 이렇게 회상했다.

나흥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청양고추를 그냥 제 방에 앉아서 연구실에서 오이먹듯이 한 20개를 먹어치웠어요. 20개 드시는 동안 제가 눈이 아파서 앉아 있을수가 없을 정도로…. (캡사이신이 묻은) 면봉을 눈에 갖다 대도 코에 갖다 대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진통제 먹고 매운거 먹으면 덜 맵게 느끼냐’는 의뢰도 있었는데, 진통제는 염증을 완화시켜주는 반면 매운맛의 전달은 고통을 열감각으로 인식하는 신호이기 때문에 이건 애초에 경로 자체가 다른 거라고 할 수 있다. 한 약사는 진통제를 먹는다고 통각을 일으키는 모든 경로가 차단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쉽게 말해 우리가 두통이나 다른 통증 때문에 진통제를 먹어도 어딘가 부딪히면 아프다는 걸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