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보관은 어떻게?…확대되는 전문 수장고 [아트마켓 사용설명서]
온·습도 일정하게 유지하고
조도는 최대한 낮은 상태로
캔버스 회화는 세워서 보관
이송시엔 충격·진동에 주의
가정집도 미술품 보관 적합
대형·고가 작품이나 대량은
전문 수장고 서비스 활용도

지난 수년 간 국내 미술시장이 성장하면서 미술품을 전문적으로 보관해주는 서비스도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과거에는 기관이나 기업, 일부 개인을 위한 금고 형태의 프라이빗 수장고만 존재했다면, 최근에는 내가 필요한 공간 만큼만 사용할 수 있는 공용 수장고도 등장해 개인 컬렉터들의 선택지가 더욱 넓어졌다.
미술품, 특히 회화 작품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변할 수밖에 없다. 유화의 경우 캔버스 천이 노화하면서 탄력을 잃고 물감과 바니시(화면 보호나 수정, 광택 등을 위해 사용하는 투명 도료)의 색이 변하는 것은 물론, 보관 상태에 따라 표면이 갈라지거나 심한 경우 물감 파편이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캔버스를 보강하거나 물감이 떨어져 나간 부위를 새롭게 메워 칠하는 등 보존 처리를 할 수도 있지만, 그림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그만큼 원본으로서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드물게 작가가 직접 그림을 고쳐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도 미묘하게 원래 그림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한 번 손상된 회화 작품을 완벽하게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만큼 작품이 최대한 손상되지 않도록 잘 보관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보통 전통적인 유화는 여러 층으로 구성돼 있다. 나무 틀에 씌운 캔버스 천(또는 종이·비단, 나무판 등)에 먼저 아교, 젯소 등을 발라 바탕을 칠한 뒤 그 위에 물감을 칠해 그린다. 젯소는 석고와 아교를 혼합한 흰색 재료로, 물감의 접착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아교는 유화 물감의 기름이 스며들어 캔버스가 쉽게 산화하는 것은 막아준다. 때로는 원하는 색과 질감을 내기 위해 여러 겹의 물감을 칠하기도 하고 바니시를 바르기도 한다.
이런 회화 재료들은 특히 온·습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각기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데 이 과정에서 그림의 표면이 변형되고 물감층에 균열, 박락, 곰팡이, 백화(白化) 현상 등이 발생한다. 따라서 미술품, 특히 회화 작품을 관리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온·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도는 낮을수록 좋고 가급적이면 간접조명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단 빛에 노출되면 재료에 변형이 일어나고 강한 빛에 자주 노출되는 경우 표면에 변색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200럭스(lux·빛의 밝기를 나타내는 단위) 이하를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특히 직사광선은 금물이다. 에너지가 강한 자외선은 물론, 전시를 위한 인공조명도 직접 쪼이는 것은 좋지 않다.
습도에 영향을 미치는 통풍도 중요한 요소다. 여러 작품을 한 곳에서 보관할 때는 서로 간격을 띄워 놓아야 바람이 잘 통할 수 있다. 에어컨이나 제습기 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먼지가 쌓일 것을 우려해 비닐로 그림을 싸서는 안 된다. 좁은 공간에 밀폐되면서 습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종이나 천을 이용하도록 한다. 마찬가지로 액자 안에 담긴 작품은 자주 살펴봐야 한다. 70% 이상의 습도에서는 곰팡이가 피기 쉽다.
사람이 생활하는 가정집은 통상적으로 25도 안팎의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므로 습도만 일정한 수준으로 잘 유지된다면 작품을 보관하기에는 상당히 좋은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베란다 앞이나 지하실 등은 벽면의 습도가 더 높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곳에 그림을 걸 때는 벽면의 건조 상태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또 새로 지어진 집이라면 미술품 보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포름알데히드 등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 경우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캔버스 회화는 세우거나 걸어서 보관해야 한다. 캔버스 천을 나무 틀에 팽팽하게 고정시켜 놓기 때문에 눕혀서 보관하면 중력 때문에 작품이 늘어나면서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 벽면에 걸지 않고 따로 보관할 때는 플라스틱 상자에 세워 넣고 바람이 잘 통하게 하거나 흡습제(실리카겔)를 넣어 밀폐된 상자 내부의 습도가 높아지지 않도록 한다.
전시나 보관, 운송 등 취급 도중 발생하는 충격이나 진동에도 유의해야 한다. 충격은 그림에 물리적인 손상을 가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고, 강한 진동은 자극 이후에도 장시간에 걸쳐 그림에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림을 들어올릴 때나 옮길 때는 어느 한 부분을 잡거나 들지 말고 캔버스 뒷면 나무 틀을 균형 있게 잡아 들도록 한다. 가급적이면 작품 아래는 받침을 받치는 게 좋다.


서울옥션은 3208㎡ 규모의 기존 시설에 더해 지난해 9월 3534㎡ 규모의 수장고 ‘장흥 NEW 아트 스토리지’(신관)를 신설했다. 8평형 보관고를 임대하거나 1개층 전체를 임대할 수 있다. 시설 내에는 미술품 보존에 핵심적인 항온·항습 시스템과 방재 시스템, 보안 시스템도 가동된다. 특히 최대 천장고가 6m로, 대형 작품과 대형 크레이트 박스(미술품 운송을 위한 전용 포장 박스) 보관이 가능하다. 작품을 실은 지게차가 그대로 탑승할 수 있는 대형 화물 엘리베이터와 작품 전용 곤돌라도 설치돼 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인천국제공항 자유무역지역 내에 국내 최대 규모의 미술품 전문 수장고 ‘더프리포트 서울’이 개관했다. 글로벌물류센터(GDC) 시설 스페이시스원(Spasys1) 5·6층 전층에 자리한다. 8909㎡(약 2970평) 규모의 더프리포트 서울은 개인 컬렉터나 미술관, 갤러리, 법인 등이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프라이빗 수장고와 작품(피스) 단위로 맡길 수 있는 공용 수장고 등으로 구성됐다.
더프리포트 서울의 층고는 최대 10m에 달하고 운송 차량이 수장고가 있는 층까지 바로 올라갈 수 있어 대작도 쉽게 취급 가능하다. 또 미술품 이송 시 작품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바닥 전체를 완전히 평탄하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수장고에 입·출고 되는 모든 미술품은 바코드로 관리되고 금융기관에 준하는 보안 시설을 통해 보호받는다. 이용자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수장고에 보관 중인 수집품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더프리포트 서울과 같은 시설이 생소하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자유무역지구의 수장고가 상당히 보편화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활성화로 미술품도 국제 거래가 많아진 데다 미술품이 투자 가치가 높은 대상으로 떠오르면서다. 오직 투자 목적으로 해외 미술품을 구매하는 경우 작품을 배송받을 필요 없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공항에서 바로 자유무역지역 수장고로 옮겨 보관할 수도 있다. 특히 자유무역지역에서는 모든 관세가 면제되고 관할 국가의 무역 관련 규제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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