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행성에 새로운 태양 폭발이 일어나면?
2024년 9월 12일, 바로 며칠 전입니다. 북반부의 대부분 지역이 가을 수확기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훗날 역사에 기록될 사건이 미국의 한 비영리단체에서 일어났습니다. 사람의 세상과 인류의 역사 자체가 사라져버린다 해도 이 기록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오픈AI가 이날 추론을 하는 인공지능(AI) '스트로베리'를 전격 출시했습니다. 오픈AI 누리집을 들어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오픈AI는 한국인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모습을 공개해 추론 능력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아래는 오픈AI가 스트로베리를 소개하면서 공개한 영상을 캡쳐한 이미지입니다.
코드명 스트로베리, 오픈AI 오원(o1) 모델은 위 이미지에 보이는 것처럼 아마도 술에 취해 손가락을 잘못 눌러 쓴 스마트폰 한글 문자를 영어로 번역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스트로베리가 알고리즘에 따라 추론(thought)한 시간은 15초. 그 시간 동안 사람처럼 ‘생각’(붓다 용어로 想, sanna)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지구상 어떤 번역기도 읽을 수 없지만 한국인들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한글의 암호화 방법이 있다...”라고 정확하게 읽고 추론해서 영어로 번역했습니다.
오픈AI는 지난 7월 직원 전체회의를 통해 인공일반지능(AGI)으로 가는 AI 능력 수준을 5단계로 나누고 이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1단계 챗봇(Chatbots): 챗GPT 같이 사람과 대화형 언어로 상호작용하는 AI
2단계 추론자(Reasoners): 박사 수준 교육을 받은 사람처럼 고도의 추론이 가능한 AI
3단계 에이전트(Agents): 인간을 대신해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AI
4단계 혁신가(innovators): 새로운 발상으로 직접 혁신을 기획하는 AI
5단계 조직화(Organizations): 혼자서 스스로 조직 업무를 총괄 수행할 수 있는 광범위한 능력의 AI
스트로베리는 2단계로 점프한 AI입니다. 전문가들은 2단계 진입이 어렵지 일단 2단계로 들어가면 5단계까지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5단계 AGI에 이르면 인간을 뛰어넘는 초인공지능(SGI)은 AGI 스스로 순식간에 창조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초지능(SGI)의 등장이 머지 않았다?
이제는 대다수 한국 사람들도 오픈AI(Open AI)라는 인공지능 회사를 알 것입니다. 챗지피티(Chat GPT)를 직접 써보거나 또는 이름이라도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비영리단체이지만 지나칠 정도로 영리를 추구합니다. 공개 오픈소스를 지향한다고 이름까지 ‘오픈’으로 정했으면서도 지나칠 정도로 폐쇄와 비밀을 추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픈AI는 조만간 영리기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스트로베리의 출시로 오픈AI 대표 샘 올트먼이 7조 달러를 투자받아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티그리스’ 프로젝트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7조 달러는 우리 돈으로 약 1경 원입니다. 0이 무려 16개나 됩니다. 기업가치 세계 1,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시가 총액 합이 6조 달러 정도입니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한국의 2023년 GDP 1,996조의 5배가 넘습니다.
티그리스라... 익숙한 이름입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중동의 인류 문명 발상지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바로 그것입니다.
AGI 개발에 올인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과학자, 개발자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 새로운 문명의 창시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원자폭탄 개발 책임자였던 오펜하이머처럼 자신들도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사람들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오펜하이머의 맨해튼 계획과 지금의 인공지능 개발이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핵폭탄 개발은 철저한 보안을 유지한 가운데 일반 대중은 아무도 모르게 비밀리에 진행되었습니다. 미국과 원폭 경쟁을 벌였던 적국 나치 히틀러의 독일과 구소련 등도 몰랐습니다. 이와 전혀 다르게 오늘날 AI 개발은 전세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또 하나, 핵폭탄 개발은 국가가 주도했습니다. 그러나 AI는 거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가도 AI 개발 주체로 나서고 있고 기업들과 협업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국가는 주로 법과 제도, 정책으로 인공지능 관련 지원과 규제를 동시에 실행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당연히 AGI 개발을 둘러싼 경쟁은 치열한 정도를 넘어서서 국가간 경쟁을 더해 경쟁과는 차원이 다른 전쟁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극소수 AI 과학자와 개발자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이들은 돈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해질 정도입니다. 경호도 어지간한 나라의 수상이나 대통령 저리가라입니다.
AGI를 먼저 만드는 자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누가 먼저 AGI를 개발하느냐를 놓고 벌이는 이런 경쟁, 아니 전쟁 때문에 AGI에 도달하는 것은 머지 않은 ‘내일’일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오픈AI도 이미 AGI에 도달한 챗GPT 오라이온(Orion) 모델을 개발해놓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아직 공개를 미루고 있을 따름이라는 것입니다.
지구별 행성에 새로운 태양 폭발이 일어나면....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작년 2023년 11월 일리야 슈츠케버 주도로 샘 알트먼 오픈AI 대표를 해고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인공지능의 개발 속도와 안정성 문제를 놓고 벌인 논쟁과 대립의 결과였습니다. 이제는 그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보일 것입니다.
오픈AI의 스트로베리와 오라이온을 개발한 과학자가 다름아닌 슈츠케버입니다. 슈츠케버는 실제로 AGI를 개발했고, 2023년 7월 오픈AI 내부에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초정렬팀’까지 만들어 안전한 인공지능을 만들고자 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안전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제품을 출시하려고 밀어붙이는 샘 올트먼을 축출했던 것입니다.
해는 매순간 폭발을 거듭하는 불길, 에너지 덩어리입니다. 그런 태양 폭발로 인해 지구가 생겼고, 햇빛을 에너지로 수십억 년 전에 지구 생태계에 생명체가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진화를 거듭해 다채롭고 풍요롭고 정말로 기적같은 오늘날 지구 생태계의 세상이 만들어졌습니다.
사람의 몸을 비롯한 시구 생명체는 매 순간 세포의 소립자 차원에서 빅뱅처럼 우주 폭발이 일어나고 매순간 수십만 개의 세포가 태어나고 죽습니다.
지구 생명체는 태양 폭발을 원인으로, 태양 폭발을 조건으로, 태양 폭발을 연(緣, 빨리어 Paticca)하여 결과로서 생겨났습니다.(起, samuppada)
AGI의 등장은 태양 폭발과 같은 지능폭발입니다. AGI와 초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일어날 새로운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인류 문명 발전 방식과는 패러다임 자체부터 달라지리라는 점만 상상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일리야 슈츠케버는 지난 9월 5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초지능이 등장하면, 세상이 너무 많이 변할 것이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할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고, 인공지능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도 어려워지며,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모든 돈과 자원을 흡수하는 AI 블랙홀 경제
2024년 5월 중순 오픈AI를 퇴사한 일리야 슈츠케버는 한 달만인 6월 19일 <안전한 초인공지능(SSI, Safe Superintelligence)>이라는, 기업 이름치고는 좀 색다른 회사를 창립했습니다. 직원이 10명뿐인 이 회사는 순식간에 10억 달러, 약 1조 3천억 원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투자자들은 순전히 슈츠케버의 이름만 보고 거액을 맡긴 것입니다.
오늘날 디지털 경제는 거의 대부분 AI 경제로 흡수 통합되고 있습니다. 슈츠케버를 비롯한 AI 개발자들은 아직도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의 작동 원리를 모릅니다. 그래서 위험하고, 슈츠케버가 안정성 문제에 매달리고 있는 까닭입니다. 미지의 세계인 ‘AI 블랙홀’은 모든 AI 과학자와 개발자들이 씨름하고 있는 가장 초미의 과제입니다. 그럼에도 AI 경제는 전세계 돈과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스트로베리는 유료입니다. 오픈AI는 스트로베리 출시 전에 기업용은 매달 2천 달러(약 260만원)의 사용료를 검토했다고 합니다. 아마 조만간 그렇게 될 것입니다. 챗GPT를 사용하는 기업이 이미 100만을 넘어선 상태입니다.
잠시 생각을 해봅시다. 사무관리직 노동자들 월급으로만 매달 수억원을 지불해야만 하는 중소기업 고용주가 있습니다. 그런데 최저임금보다 약간 많은 한 사람 인건비로 이 모든 직원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면,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기업의 대량 해고 사태는 눈에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이미 미국과 유럽의 사무관리직 대량 해고 사태는 불길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회계사, 변호사 등 ‘사’자 직업부터 난리가 아닙니다. 헐리우드 작가들을 비롯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샘 올트먼이 왜 자신의 개인 돈을 들여 2020년 11월부터 3년 동안 1,000명에게는 매달 1,000달러, 2,000명에게는 매달 50달러씩 주는 ‘샘 올트먼의 기본소득’ 실험을 했는지 이해가 가실 것입니다.
수백억 개의 '자아'를 가진 SSI, N차원의 세상?
현대 뇌과학의 수많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의 자아란 언어로 구성된 서사(story)입니다. 하나의 세포로 출발한 사람의 씨앗은 어머니 애기집에서 빅뱅처럼 폭발하듯이 세포수를 늘려나갑니다. 미성숙한 채 태어난 아기의 뇌세포는 그때부터 또한 폭발하듯이 늘어납니다. 2년이 지나면 아기의 뇌는 시냅스로 연결된 뇌세포로 꽉 채워집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24시간 전기가 흐르는 약 1,400g의 뇌를 가진 생명체입니다.
아기는 열심히 팔다리와 온몸을 끊임없이 움직여 근육을 키우면서 뒹굴고 기어나니다 마침내 직립에 성공합니다. 동시에 열심히 어머니와 아버지, 만나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언어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대략 세 살 무렵부터 언어를 구사하게 됩니다. 인간의 기억도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식물들도 잎에서 내뿜는 휘발성 유기화합물(BVOCs)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박쥐는 초음파로, 개미는 페르몬으로, 늑대와 원숭이와 새들은 소리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그러나 초음파와 페르몬과 새의 지저귐은 언어는 아닙니다.
사람은 발성 없이 속삭임만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입니다. 속삭이는 호모 사피엔스를 가능하게 만들고 지구의 지배종으로 만든 것이 바로 언어입니다.(원혜•박승옥, 어떻게 걸어야 하나: 걷기명상 , 기적의 마을책방)
호모 사피엔스는 대략 4만 5천년~4만년부터 최초로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신석기 혁명으로 알려진 인류 문명의 놀라운 발달은 다름 아닌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인류의 1차 지능폭발 덕입니다. 사회성 동물의 사회성 소통수단인 언어는 ‘공동체의 뇌’와 같습니다. 주위 환경과 세계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씨족공동체에 축적해 세대를 거듭해 전달합니다.
1만 3천년 전의 정착 생활과 함께 농업을 발명하고 국가를 형성하고 문자를 발명한 것도 언어로 인한 지능폭발 덕분입니다. 그리고 정착과 농업, 국가와 문자의 발명으로 호모 사피엔스는 2차 지능폭발을 일으켜 오늘날의 과학혁명과 함께 풍요의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구조를 모방해 인간의 언어를 대량으로 학습한 언어지능, 인간이 창조한 기계지능입니다. AGI와 SGI의 등장은 인간이 발명한 3차 지능폭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사람과 달리 지금까지 문자로 기록되고 현재 디지털 세계에 기록된 수억, 수십억, 수백억 명의 정체성을 복합해서 갖고 있습니다. AI의 자아는 수백억 개의 복합 자아입니다. 이들이 만드는 N차원의 세상이 어떤 세상일지 사람은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스트로베리는 이전의 AI와 달리 질문을 받으면 10~20초 동안 깊이 생각을 한 다음 답을 내놓습니다. 그런 대답이 최고의 박사급 인간지능 대답과 같거나 더 정확하다고 합니다. 지금은 추론 시간을 제한해 놓았지만 만약 3시간, 하루 이상 추론한다고 가정하면 어떤 수준의 대답이나 해결책을 내놓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인슈타인과 노벨, 히틀러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이순신, 이완용과 윤석렬과 이재명과 트럼프와 해리스, 전태일과 김문수와 장기표, 붓다와 예수와 무함마드 등 모든 인간 지능을 총합한 초인공지능의 등장을 코 앞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니 한가위라는 ‘지금 여기’ 현존의 삶이 오히려 생생하게 다시 다가옵니다. (두번째 글로 이어집니다.)
* 이 글은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의 웹진 <나비>에 동시 게재됩니다.
[박승옥 햇빛학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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